침묵 2
거미가 거미줄을 뽑듯 술술 나온다. 말이
복도에 그득하다.
정말 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이 나오듯 아무런 힘들이지 않고 잘도 뽑아재낀다. 아무렇게나 뽑아내는 말들이 진득진득 오뉴월 엿가락처럼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귀에 욕지기가 걸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쫓아나가 혼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귀도 고생이고 그놈의 소리를 삭이느라 마음도 고생이다. 십 원짜리를 추임새처럼 쓰는 아이들에게서 언제는 격세지감을 느꼈다가, 어느 때는 진절머리가 났다가를 반복한다.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현이 과하기는 해도 적확한 표현인 것 같다. 뭐라 해도 노여움조차 타지 않는 아이들 앞에 서면 더더욱 저 말에 묶여 다른 말들이 생각나지 않는다.
장마철!
아이들 입에서 나온 거친 말들이 고인 교실은 고약한 냄새로 역하다. 문을 활짝 열어젖혀 교탁이며 책상이며 의자에 들러붙어 역한 냄새를 뿜어내고 있는 말 부스러기들을 쓸어내고 몰아내니 좀 숨이 쉬어진다.
아이들이 없는 교정은 사위가 적막하고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냥 꽃이 향기를 뿜듯 말을 그리 하고 살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