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진짜 반백 년 만에 카페를 온 것 같다. 얼렁뚱땅 생긴 50% 빵 쿠폰 만료일이 오늘까지이니 남편은 자신에게 몰아준 동료들한테 욕을 안 먹으려면 꼭 가서 써야 한단다.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종종걸음 쳤더니 앉기만 하면 눈이 감기는 바람에 12시 넘어서 부스스 몸 털고 일어나 카페에 왔다. 신기하다. 공간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연신 먹고 마시고 이야기를 하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 목청 높여 떠드는 이국인들의 이야기며 아이들 조잘대는 소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먹다 남은 생크림 케이크처럼 짓뭉개져서 공기와 버무려지는지 그냥 웅웅 거리기만 한다. 나름 진도 안 나기로 유명한 책을 들고 앉았는데 그런대로 진도가 잘 나간다.
왜?
항상 들썩거리는 공간에서 살다 보니 이 소음에 체질이 맞춰졌나? 그럴 수도 있지 싶다. 귀에 이명이 생기고서부터는 태곳적 침묵은 온데간데없다. 이제 좀 어수선한 것이 집중에 도움이 되는 것도 같다. 그래도 다시 명상을 시작하고 싶다.
말없이 뻗어나가는 여름 줄기 식물들이 가진 무한한 생명성과, 손에 쥐면 생명으로 욱적거리는 여름 과실들의 침묵을 배우고 싶어졌다.
신기하다. 하나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한다. 고요한 장소만이 침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말 곁에 제3의 영역으로 존재하는 것이 침묵임을 비로소 깨닫는다.
공간 설계를 일부러 공명 효과를 최대한 살려 말들이 엮여 불투명하게 만들게 했나 싶다.
멋진 풍경이 보고 싶어 왔는데 새로 이사한 빵집 풍경이 예전만 못하다. 새로 맞춤한 공간을 개척해야 하나 싶어다.
그나저나 빵 값이 대단하다.
이 비싼 빵들을 쟁반 그득그득 담아간다.
우리가 잘 살긴 사나 보다.
그런데 나는 뭐지?
왜 자꾸 이런 것들을 무심히 지나치지 못하고 따지고 드나?
늙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