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도 괜찮아 - 2

혼자 설 준비

by 오마주

-


그와 갈라서려면,
일단 내가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말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슬퍼한다고 누가 나를 먹여 살려주지 않았고,
분노한다고 내 앞에 길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현실은 철저하게 내 몫이었다.


나는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냈다.
경력 공백이 길었고, 나이는 적당히 부담스러웠고,
육아와 병행 가능한 시간대를 찾다 보니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했다.

해야 하니까. 살아야 하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자존감이 바닥을 쳤지만
면접장에서 고개를 숙이고,
어린 아이를 둔 엄마라는 걸 말하며 웃는 법을 배웠다.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조건이 맞는 몇 군데를 골라

계약직으로, 파트타임으로,
내 시간과 체력을 쪼개가며 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내가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사라지는 기분으로 살았다면,
이제는 중심에 서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출근길 준비를 하면서, 나는 매일 나에게 말했다.
“오늘도 잘 해낼 거야. 지금은 작지만, 이게 시작이니까.”


그리고 그 시작이 조금씩 나를 바꿔놓았다.

언젠가 아이에게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는 그때, 다시 살아보려고 정말 열심히 애썼어.”

그 말 한마디를 떳떳하게 내 입으로 꺼낼 수 있는 날을 위해
나는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


그는 나의 이런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새벽같이 일어나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하루 몇 시간씩 면접을 다니며 일터에서 웃는 얼굴로 버티고 있다는 걸,
그는 몰랐다.


그가 아는 나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붙잡고,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여자였다.

그래서였을까.
상간녀에게 소송을 제기한 나에게 그는 협박하듯 말했다.

“너 계속 그러면 카드 정지시킬 거야. 생활비 다 끊을 거고.”


카드? 생활비?
이미 나는 그의 지갑을 기대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말해도 내가 겁먹지 않자, 그는 느닷없이 짐을 싸서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소송을 일단 중단하자. 애도 있고, 부모님도 계시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속내는 뻔히 보였다.
불리해질 게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그가 들어온 집에서, 예전처럼 살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고, 아이를 챙기고, 그가 어질러놓은 것들을 말없이 정리했다.
잠도 따로 자고, 말도 거의 섞지 않았다.


그는 처음엔 나의 침묵을 견디지 못했다.
소송을 중단하자고 다시, 또 다시 말했고 나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러다 점점 말이 험해졌고,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 돼? 그만하자고 했잖아!”

그의 목소리에, 눈빛에, 손끝에 그 사람의 불안과 조급함이 점점 묻어났다.


그리고 결국, 그가 던진 물건을 피해, 아이 방으로 몸을 숨긴 밤.

나는 더는 이 집이 ‘우리’의 공간이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는 여전히 자기 뜻대로 내가 움직이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나는 더 이상 그의 말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내 뜻대로 살 준비가 된 사람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혼해도 괜찮아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