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엣지는?
빨간 고추장 삼겹살 위에 초록색 파.
오늘따라 그 모습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파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음식에 생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다. 초록빛이 더해지면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고, 풍미도 한층 살아난다. 메인을 빛내는 조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작은 차이가 전체를 더 조화롭게 만든다. 빨강과 초록의 조화는 자연스럽고, 그 위에 얹힌 초록빛 파가 주는 엣지스러움은 왠지 모르게 기분까지 좋아지게 한다.
그러고 보니, 내 삶에 이런 엣지 있는 행동은 뭐가 있을까?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다.
원예 수업을 가기 전에 앞치마를 다림질하는 내 모습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이지만, 다려진 앞치마를 입으면 조금 더 단정한 느낌이 든다. 크고 거창한 변화는 아니지만, 작은 준비 과정이 나를 조금 더 차분하게, 정돈된 마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주름 없이 반듯하게 다려진 앞치마를 보면 왠지 모르게 흐트러짐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물론 수업을 하다 보면 흙도 묻고 물도 튀겠지만, 다림질을 하는 순간만큼은 그 과정이 조용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마치 "오늘도 잘해보자" 하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처럼.
앞치마를 다린다고 해서 수업이 더 특별해지지 않고,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작은 행동이 나에게는 음식 위의 초록 파 같은 존재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하루를 조금 더 단정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다려진 앞치마를 입고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이든 동료 선생님들이든, 누군가 나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는 모르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나는 이 작은 습관이 좋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내 하루를 더 정갈하게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런 조그마한 변화들이 쌓여 나를 조금씩 바꾸는 것 같다.
초록 파가 내게 느끼게 해 준 건 아마 이런 거다. 작은 것에도 마음을 담는다는 것.
앞으로도 나는 앞치마를 다릴 거고, 일상의 작은 부분들에도 조금씩 더 신경을 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