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 #2. 1870억 원과 9.8%

국제신문 옴부즈맨칼럼

by 바람꽃 우동준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70329.22030193700


얼마 전 개인적인 업무로 창업센터에 들를 일이 있었고 그곳에서 몇 년간 연락이 닿지 않던 중학교 동창을 만났다. 친구는 예전부터 게임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모바일게임 인디개발팀원이 되어 창업센터에 입주해 있었다. 꿈에 가까이 다가간 친구는 개발은 하였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으며 다른 기획을 준비하고 있었고, 함께하는 동료들도 아르바이트를 통해 나름 생계를 유지한다고 했다.

옛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국제신문 '창간 70주년 연중기획'으로 2월 15일 자 1면에 보도된 '부산 창업 르네상스를 열자'의 기사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주된 내용은 벤처캐피털과 창업펀드에 관한 것이었고 그 보도의 시작은 이러했다. '창업 관련 펀드만 1870억 원에 달한다. 평균 스타트업 지원액인 1억 원씩 투자한다고 했을 때 1870개나 되는 스타트업 기업을 일으킬 수 있다. 스타트업 평균 직원이 5, 6명인 것을 고려하면 1만 명의 새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창업펀드 규모만큼 일자리 창출이 이어질 것이란 연역적 접근의 타당성은 차치하더라도 전제가 되는 펀드 금액에서부터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했다고 여겨진다. 벤처캐피털도 결국 근본적인 업태인 금융업을 벗어날 수 없기에 운영에 따른 고정금액, 매니지먼트 피(management fee)가 지출되기 마련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과 창업 팀을 탐색하는 시간만큼 그 규모는 증가하게 된다. 또한 2016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포럼이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평균 인원도 5, 6명이 아닌 정확히 2.8명이다. 즉 현재의 펀드 규모가 동일하게 청년 창업자에 대한 투자 금액으로 보존되고 그에 따라 1만 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는 텍스트는 사실에 근거한 추측이라 보기엔 다소 무리였다.

동시에 작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국내 벤처캐피탈 투자 재원은 2006년 4조9000억 원에서 2015년 말 14조1000억 원으로 약 3배 증가하였으나, 창업 3년 이하의 비중은 2012년 27.1%에서 2014년 13.4%로 급감하였고 이는 창업 이후 3년 내 폐업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는 곧 벤처 지원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고, 창업 외적인 부분에 대한 기초적인 생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투자는 그 연속성을 가져가기 힘들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르네상스는 비유적으로 '절정기' '융성기'를 뜻한다. 1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벤처펀드가 조성되었으니 규모로 보면 융성기라는 말이 그리 어색하지 않을 순 있으나,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8%를 기록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청년 창업 장려'는 결국 높은 실업률에 대한 뚜렷한 공공적 해법 없이 청년 '개인'에게 짐을 지우는 것으로 전개될 위험이 있다.

조선 시대에 가경전이란 것이 있었다. 가경전은 한 번도 경작되지 않은 황무지를 농지로 개간한 토지를 뜻하는데 특히 나라를 어지럽게 했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더욱 활발해졌다. 국가는 개간을 촉진하기 위해 가경전에 면세의 혜택을 주고, 개간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정책을 펼쳤는데 땅이 없던 농민들은 산이든 바다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내 땅을 갖기 위해 몇 해에 걸쳐 돌을 걸러내야 하는 자갈밭도 마다치 않았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지금, 씨를 뿌릴 땅이 없어 황무지를 개간했던 조선 농민과 일자리가 없어 직접 직업을 만들어야 하는 한국 청년의 현실 사이에서 묘한 평행감을 느낀다. 가경전의 경우 조선 시대 권세가들에 의해 농민들이 열심히 개간한 땅의 소유권이 부정당하는 폐단이 이어졌다. 오늘날 청년 창업 르네상스가 열린다면 그 끝은 청년들이 열심히 개발한 아이템과 상품들이 우리 시대의 투자자와 자본에 의해 그 권리를 빼앗기거나 소유권이 부정당하지 않는 것으로,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인정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동시에 어느 정도 시장 가능성이 검증된 아이템과 억 단위로 조성된 펀드, 선의를 가진 엔젤투자자에 대한 기획 보도보단 창업에 뛰어든 청년 개개인의 삶으로 다가가 혁신적인 도전을 함에 있어 실질적인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인지, 청년 개인의 심리적 현실적 금전적 장애물을 파악하여 보도하고 해법에 대해 함께 논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업 융성기를 가져오는 언론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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