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내년 4월 즈음한 '한,중,일 정상 회의'를 제안했다
이 3자 정상회의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고, 한국은 일정을 조절해보겠다고 답했고, 중국은 답변을 보류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에 있어 1mm도 움직일 수 없다고 말하고, 총리의 평창 올림픽 참가도 답변을 보류한 상황은 위안부 합의의 이면합의가 있다는 사실이 들어난 것 자체가 불쾌하고 혹은 불안한 게 아닐까.
지난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때부터 하나씩 짚어가며 이 사안을 정리해보자.
2015년 12월 28일, 임기를 2년 정도 남긴 박근혜 정부는 굉장히 서둘러 일본과 전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국간의 합의를 진행했고, 이는 물론 당사자 집단과는 한 마디 상의도 없는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합의였다. 무엇이 급했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그렇게 서둘렀을까? 당시 많은 사람들이 추측했던 건, 2015년이 1965년 박통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과의 기본조약을 맺은 지 50년이 되는 해이기에 자신의 임기 안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으로 끝내버리고, 아버지가 만든 조약을 완성시키고 싶기 때문일 거라 말했었다.
정말 그래서일까?
아래는 당시 기자회견 자료의 일부로, 우리가 평소 쉽게 볼 수 없던 단어와 의미심장한 표현들이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의 발언이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서울을 방문하고 윤병세 장관을 만나서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한·일 위안부 문제는 지금까지 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협의해왔다. 그 결과에 기초해 일본 정부는 이하를 표명한다.
1.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에 관여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 아베 내각 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갖고 상처입은 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 깊은 사죄를 표명한다.
2.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본 문제에 진지하게 임해왔으며, 이에 기초해 이번에 일본 정부의 예산에 의해 모든 전(前)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다.
3. 일본 정부는 이상 말씀 드린 조치를 한국정부와 함께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이번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 일본 정부는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본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하는 것을 자제한다.
앞서 말씀드린 예산 조치에 대해서 규모로서는 10억엔 정도 산정하고 있다.
이상 말씀드린 것은 양 정상 지시에 따라 협의한 결과이고 일한 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들어갈 것을 확실하고 있다.
아래는 대한민국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발언이다.
◇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일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금까지 양국 국장급 협의를 통해서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이를 기초해서 한국 정부는 아래와 같이 표명한다.
1.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표명과 이번 발표에 이르는 조치를 평가하고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
2. 일본정부가 한국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을 우려하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단체와의 협의하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3.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번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을 자제한다.
이상으로 한국정부 입장 말씀드렸다. 한일국교정상화 50년 넘기기 전에 기시다 외무상과 그간의 지난했던 협상에 마침표 찍고 선언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근본 협의의 후속조치가 확실히 이행돼 피해자 분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길 바란다.
과거사 현안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마무리되는 계기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길 기원한다.
두 국가 외무장관들의 말들엔 중요한 의미가 숨어있다.
가) 일본의 지난 발언들/행위의 정당화
- 외무상은 일본이 그간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임해왔다고 한국 외교부장관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발언했다. 이 합의가 있기 두 달 전, 오사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교과서 채택을 의무화 했는데도 말이다. 지난 일들에 대한 사과가 선행되고, 위안부 합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덮어두고 없던 일로 치며 이 합의는 진행되었었다.
나)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 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로
- 일본은 주체적인 표현인 실시한다는 단어를, 한국은 주체적 표현이 아닌 이행된다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일본은 사업진행을 위한 10억엔의 보상금만 준비했을 뿐, 실제적인 치유와 위로를 위한 작업은 한국으로 공을 넘기고 있고, 한국은 거기다 앞서 소녀상에 대한 일본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듯이 적절히 해결되도록 스스로 노력한다고 밝혔다. 말만 앞설 뿐 실시하는 것은 한국이고- 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로 돈을 주려 하는 것은 일본이다.
다)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 국가간의 합의 중 '불가역적'이란 단어가 등장한 일이 있었을까? 가해국인 일본과 피해국인 한국이 하나가 되어 이번 합의가 곧 해결이며 이후의 의견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시켜 버렸다. 즉 박근혜와 아베의 다음 정권에서 이 문제를 다시 꺼내지 못하도록 해결의 정도에 있어 최종을 불가역적인 해결을 선수쳐버린 것이다.
합의가 있은 후 2년이 지났다. 그 2년 간 수없이 많은 촛불이 타올랐고,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으며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부는 UN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던 강경화 장관이 이끌게 되었고 곧 외교부 내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문제 합의 검토' TF 팀이 꾸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드러나는 지금이다.
TF에서는 12월 28일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보고서에선 크게 공개된 부분과 공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공개된 부분 중 재미있는 지점은 역시 '불가역적'이란 단어가 사용된 경위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불가역적'이란 단어는 한국 측에서 먼저 사용했다고 한다. 일본이 사과 후 번복하는 경우가 많아 일본 총리의 되돌릴 수 없는 사과를 담보하기 위해 '불가역적' 사과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몇 번의 고위급 회의를 거친 후 이 단어는 내포된 의미가 바뀌며, 일본의 불가역적인 사과에서 양국간의 불가역적인 해결로 되어버린다. 고위급 회의에서 잠정 합의가 된 후 외교부는 청와대에 '불가역적'이란 단어가 가져올 국내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삭제를 요청하였으나, 청와대는 총리 대신의 사과 또한 불가역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은 비공개 부분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공개 언급 내용은 가) 피해자 단체 설득 나)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다) 제 3국의 기림비 라) 성노예라는 단어 사용 자제 등을 일본에서 요청하고 한국은 그에 대한 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일본의 요청은 간단하다. 이번 합의 이후 국내의 피해자 단체의 성명 집단 행동이 있을 시 너희 정부가 설득하라. 그리고 소녀상도 이전하라. 다른 나라에 기림비 설치하지 마라. 성노예란 단어도 쓰지마라는 것이고,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도 간단했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 단체 설득을 위해 노력하겠다. 주한 대사관이라는 공관의 위엄 유지 관점에서 이전을 위해 협의하겠다. 제 3국 기림비에 정부과 관여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움직임을 지원하지 않겠다. 이 문제의 공식 명칭은 성노예가 아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일 뿐이다.
테스크 포스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수정과 보완을 지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 못을 박았지만, 이면합의가 존재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당시 국정원장이자 이후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던 이병기가 주도했다는 것이 드러나며 합의 자체의 정당성이 훼손된 상황에선 이는 정부가 행해야 할 당연한 수순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죄로 구속된 전 국정원장이자 전 비서실장 이병기가 개입하며 이 합의는 급속도로 속도가 났다고 하니 2015년에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반영되었을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바이다.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지난 대선 5개 정당의 후보들이 모두 밝혔었고,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서 후 수정-보완을 지시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한국과 인접한 모든 국가들의 올림픽 참가가 불투명하다. 어느 하나 확실하게 매듭지은 국가가 없다. 한 해가 마무리 되어가지만 아직도 지난 정권의 과오들과 벌여놓은 일들을 정리하는 게 만만치 않아보인다. 북한과의 관계도 온전히 저자세를 취할수도, 올림픽을 앞두고 마냥 강경하게 갈 수도 없다. 사드 배치 이후 말도 안되는 경제제제를 가했던 중국과도 관계 개선을 안할수가 없다. 요원까지 써가며 약물을 썼던 러시아는 스스로 참가자격을 박탈당했지만, 동계올림픽에 러시아 선수들의 불참은 상상할수도 없다. 비록 탄핵을 당했지만 한 국가와 국가간의 합의를 종이 뒤집듯 쉽게 뒤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피해자를 무시하고 밀실합의를 한 이 위안부 합의를 유지하는 것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이와중에 미국은 무턱대고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슬픔을 지울 수가 없다. 참 이 나라의 위치와 상황이 어렵고 애매하다.
우선 이놈의 평창올림픽부터 잘 끝났으면 한다. 올림픽이 예전만큼 티켓파워가 없고 관광 흑자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계올림픽마저 실패하면 경제적 손실, 정치적 동력 손실이 만만치가 않다. 이 나라의 나무와 자연을 다 잘라놓고 개최되는 올림픽이니 최소한 실패해선 절대 안되니까.
그런데 보고서를 보며 한 가지 쎄한 지점이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련한 한-일 국장급 1차 협의가 서울에서 있었고, 그 날짜는 2014년 4월 16일이다. 나는 전혀 몰랐었다. 모를 수 밖에 없는 날짜라. 쎄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추측 정말 싫어하는데. 카더라로 전해지던 이면합의, 세월호에 대한 국정원의 개입. 뭔가 쎄하다.
글쓴이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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