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년의 생존 보고서]
오늘도 이토록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아 작성하는 그 12번째 보고서입니다.
저는 지금 브런치북을 통해 청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소감과 하루하루의 느낌을 허심탄회한 말투로 이어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열두 번째 시간으로 청년과 끝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끝.
청년이란 시기는 인생을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우린 '청년과 시작'은 자주 이야기하여도,
청년과 끝에 대해선, 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네.
그래서 오늘은
청년과 그 끝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글을 준비하며 서점에서 청년과 관련된 책들을 몇 개 찾아보고 왔습니다.
제목들은 대강
“20대, 공부를 시작하라!”
“20대여, 미쳐라!”
“20대부터 아주 노후 재테크”
모두 20대를 기준으로 한 시작과 관련된 주제들.
이처럼 보통 청년 시기는 삶에 있어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시기이고,
미래를 위해 달리기 시작하는 그런 시기로, 여겨집니다.
우린 모두 레이스 위에 서 있습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달리고 싶다고 단 한 번 말한 적 없지만, 우린 이미 달리고 있습니다.
이중엔
쉼 없이 달려야 하는 현실임을 빨리 알아버린 친구도 있고,
뛰기 싫어 버티다, 나중에야 부리나케 뛰는 친구도 있고,
달리는 것에 염증을 느껴 어찌 보면 안전해 보이는 레이스를 벗어나
거친 풀숲 사이로 고고하게 걸어가는 친구도 있습니다.
제각각의 모습은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를 묶는 하나의 공통점은 있습니다.
‘모두 시작은 했으나, 이 달리기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혹은
‘아무도 그 끝은, 애써 생각하진 않는다는 것.’
우린 우리가 동의했든 동의하지 않았든, 모두 ‘시작’이라는 것을 했고,
여기엔 ‘언제를 달리기의 끝으로 할지'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시작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1 조건은
바로 끝이 있기 때문인데 말이죠.
그렇게 우린 끝을 정한 적 없이 시작했기에,
그 끝을 모르는 레일 속을 헤매고, 헤매고, 또 헤매고 있습니다.
내가 멈출, 나만의 끝을 정해본 적이 없기에,
우리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저 멀리 다른 이들이 지금 달리고 있는,
그들이 도달한 바로 저 지점을 나의 끝으로 잡게 됩니다.
그렇게 우린 레이스를 끝내기 위해 달려야 하고,
끝없이 달려야만 끝이 나는,
그런 불행한 무한 반복의 궤도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엔 반드시 시작에 앞서
이 과정의 끝을 선포할 시간적 지점과 목표적 도달점을 선포해야 합니다.
청년인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작보다 먼저
언제 끝을 낼 것인지를 명확히 정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제가 자주 가는 카페의 형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형 소식 들었어요. 이제 가게 옮긴다면서요?
응. 너한테도 카톡 가지않던?
네네. 왔어요. 그 뭐였지? 성원에 감사드리며 잠시 영업을 정리하신다는.
이야~카톡옐로우아이디가 좋긴 좋네 :) 어- 이번에 아마 가게 옮길 것 같아.
형은 그럼 어디로 가요?? 지금 가게 따라서 가시는 거예요?
음..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여기도 급하게 빼는 거라서 정신이 없긴 하네. 건물주가 바뀌었나 봐.
헝..건물주가 바뀌면서 카페도 나가는 거구나 ㅠㅠㅠ 형은 개인 카페 언제 차릴 생각이에요?
흠.. 일단 여기서 3년은 배워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이 딱 3년째거든.
그래서 형도 고민이다. 어떻게 할지 :)
아 - 그럼 처음 목표는 달성한 거네요? 그럼 바로 준비해봐요 형! 개인 카페!!!
마음이야 그러고 싶지 ㅋㅋ 근데 여기 사장님도 자리 옮기면 정신없으실 거 같고..
가게도 새로 오픈해야 되는데, 스텝까지 새로 꾸려서 하면 더 힘드실 거 같아서 일단 같이 가볼까 생각 중이야.
흠... 그러다 형 더 늦어지는 거 아니에요? 나 괜히 걱정되는데...
괜찮아 ㅋㅋ 가서 자리 잡는 거만 도와드리고 나올 거야 ㅋㅋ
에이- 형 자리 잡는다는 기준은 너무 애매하잖아요!! ㅠㅠㅠ 더 확실한 기준을 정해봐요.
일단 시간 하고 음 매출로!
ㅋㅋㅋㅋ알았다 ㅋㅋ 그럼 시간은 최대 1년 반. 매출은 음.. 지금의 3분의 2 정도면 되려나?
콜! 아 기준 참 확실허이 좋네.
사실 이번은 조금 자전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저 또한 끝을 정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왔던 그런 친구니까요.
처음엔 참 시작이 어렵던 저였습니다.
세상의 시선도, 주변인들의 우려도 모두 외면하기 힘든 것들이었죠.
하겠다는 나만의 의지만 가지고 몇 년을 살아오다 보니
어느새 시작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지만,
이젠 시작을 한 그 모든 일들의 그 마지막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시작만 할 줄 알았지, 단 한 번도 마지막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친구였기에
항상 성숙하지 못한 마무리로 이어지고야 말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처럼 도망치듯, 혹은 현실이란 이름 앞에 참으로 냉정하고 차갑게.
저는 늘 시작한 후에 마무리를 생각하자는 주의였습니다만
이 방법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숙고되고 확고하고, 정의되고 알려진 마무리는
성숙된 행동의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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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끝을 정하는 것도 반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언제까지 살아남으려 애쓸지도 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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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기다림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