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미세먼지 정책- 승부수일까 자충수일까

by 바람꽃 우동준

15일, 서울시는 미세먼지에 대한 조치로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추진했고, 이후 선거를 앞둔 각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를 정쟁의 소스로 삼아 이름을 알리고 목소리를 높이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관련 내용을 정리해본다.







1. 배경


서울시의 미세먼지 위험은 갈수록 심각해져 간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2017년 5월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된 것이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이다. (https://youtu.be/qUAotsai6eo) 이 토론회에서 박원순 시장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라고,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소리쳤다. 토론회 전 진행된 사전 설문조사와 당일 참석한 시민들의 제안을 통해 수많은 정책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런데 15일 시행된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은 사실 이 토론회에서 나온 정책은 아니다. 실제 토론회 전에 시행된 설문조사에서는 '중국 도시들과의 관계 개선'과 '다른 자치단체와의 협력' '노후차량, 화물차량에 대한 운행제한'이 시민들이 제안한 주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갑자기 '대중교통 무료'란 아이디어는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해외의 정책을 효과적으로 벤치마킹 해왔던 박원순 시장의 스타일답게 이 정책도 프랑스 파리에서 미세먼지가 심할 때 시행하는 정책을 가져왔다. 프랑스도 미세먼지가 심할 땐 '대중교통 이용이 무료'가 된다. 아니 되었었다. 14년부터 17년 초까지. 파리는 처음부터 '대중교통 무료'와 '차량 2부제'를 함께 도입했다. 먼저 대중교통을 무료화 한 뒤 미세먼지 농도가 낮춰지지 않으면 강력수단으로 차량 2부제 도입을 시행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파리도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는 정책을 작년 폐지했다. 그리고 서울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2. 내용을 살펴보자


정책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있고, 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꺼낼 수도 있다. 충분히. 하지만 지금 나오는 발언들은 선거를 앞두고 몸값을 불려야 하는 정치인들이 자기 PR의 수단으로 이 문제를 함께 걸고 있는 형식이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얘기하는 지점들과 각 정치인들의 입장을 함께 펼쳐두고 살펴보자.




- 정책 살피기


이번 정책에 몇 가지 제한적인 사항이 있었다. 하나는 시간이고, 둘은 범위다. 대중교통이 무료화 된 시간은 출퇴근 시간대 3시간의 서울시내버스, 지하철이 대상이었다. 범위는 서울 내의 대중교통에 한정되었고, 경기도나 인천 구간은 이전과 다름없이 유료로 운행했다.



- 효과는 있는가? 그 효과는 측정할 수 있는가?


서울시는 시행한 이번 정책에 대해 교통량 분석, 시간대 별 미세먼지 농도 분석 등 종합적인 사후 데이터를 마련한다고 했다. 효과는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줄었느냐도 중요하지만, 이 정책의 효과성엔 얼마나 많은 차량 이동이 줄었느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해야 되지 않겠냐"라는 박원순 시장의 인터뷰 발언처럼 미세먼지라는 것이 중국과의 실시간 대처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지역 행정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인 차량 이동량만 줄었다고 한다면 이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본 시정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종합적인 데이터가 다 나온 뒤, 정책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 포퓰리즘인가? 맞는 방향인 것인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치노선을 달리하는 보수정당의 후보들은 이를 '포퓰리즘적 정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정책도 명확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퍼주기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우려에 일정 부분 동의하고, 일정 부분 동의하지 못한다. 내가 동의하는 우려는 정책의 모티브가 된 파리의 사례다. 파리는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면서, 그 효과가 미미하자 차량 2부제 도입을 강하게 실시했다. 경찰이 도로에서 감시하고, 벌금도 부과하며 강한 압박을 가한 것이다. 미세먼지 지수가 완화된 것은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의 효과가 아니라 차량 2부제에 대한 강한 행정 압박이 그 이유인 것이다.


서울은 파리처럼 차량 2부제를 강제하지 못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을 무료화하며 차량 2부제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구하지만 이는 정책 시행이 반복되고 메시지가 지속되면 쉽게 사그라들게 되는 동기가 된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관련된 조항과 근거 법규가 없어 시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는 정말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행정 결과로도 나타날 수 있다.



9928814D5A5F145731BDC6

특히나 위 사진처럼 중국발 미세먼지의 농도가 강하고, 편서풍으로 이 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100억의 예산으로 차라리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사주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강제력이 없어 차량 2부제를 시행할 수 없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대야 되는 100억짜리 정책이라면, 3000원 내외의 마스크를 사주는 것이 높은 미세먼지 속에서 시민 개개인들이 받는 영향을 더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일 수도 있다.



또한 퍼주기 정책이라는 우려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아래의 사진은 서울시가 제공한 미세먼지의 배출원별 기여도와 지역별 기여도를 표시한 도표이다. 아래 도표를 보면 서울지역의 기여도가 22%로, 자동차의 기여도가 25%, 볼 수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자동차를 타지 않음으로써 서울시 미세먼지의 5~6% 정도가 서울시 행정의 영역에서 조정 가능한 범위에 충분히 들어와 있다는 얘기다. 5~6% 정도면 위험에서 보통으로 내려갈 수도 있는 수준이다.


만약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대중교통 무료로 인한 자차 인구의 유입이 더해져 자가용 이용의 수가 줄었다면 이는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가 된다. 명확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퍼주기 정책이란 무조건적인 마타도어는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99269F4C5A5F1525211924





- 누가 떠드는가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번 정책에 대한 반감과 비난의 수위를 높인다. 정작 자기는 경기도의 버스를 천연가스버스로 교체하지도 못했고, 박원순 시장은 교체했지만 어쨌든 그는 소리를 높인다. 왜냐면 바른 정당에서 자유 한국당으로 철새처럼 당적을 옮겼단 사실을 무언가 다른 이슈로 눌러버려야 되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에 대한 우려와 반감을 가진 시민들을 마치 자기가 대변하는 듯 앞장서 목소리를 높여,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당적을 바꾼 자신의 모습을 애써 누르려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노림수가 있다. 최초로 그는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다. 당내에서 경남도지사에 대한 요청과 서울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출마를 요청했다고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의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 하고, 또 오늘 사실상의 출마를 선언했다. 한때 대권후보 지지율 1등이었고, 또 시민사회층에 코어 지지도 있다 보니 그는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을 상상할 이유조차 없어 보인다. 지선이 5개월 뒤다. 난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무리해서 시행되는 정책은 다 그 나름의 노림수가 있다고 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나름의 정치적 계산과 정치적 목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당내에서 서울시장에 도전을 선언한 정청래, 박영선 의원 등은 아직 대외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소스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안철수.

안철수 의원은 합당을 하든, 탈당을 하든 무엇이든 자기 정치적 밑돌을 잘 깔고 난 후 말하는 것이 그에게도 좋을 것이다. 얼마 전 바른 정당 의원 한 명이 추가 탈당을 하고, 전당대회에 대한 당규도 이상하게 만들어져 준비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도 또 다뤄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부족한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평창 때 인공기도 안 되고, 한반도기도 안 된다는 초현실주의적인 말을 남겨 충격적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100억짜리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3. 차분히 결과를 지켜보자


이번 정책에 대한 사후 데이터를 보고 나서 정책에 대한 평가를 논하는 것이 옳다. 차분하게 결과를 지켜보고 다시 생각해보자. 그리고 아마 결과가 나왔을 땐 지금과는 상황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글쓴이 우동준




메일 : woodongjoon@baramflower.com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 https://brunch.co.kr/@baramflower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dongjoon.woo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woodongjoon_baramflower













출처: http://woodongjoon.com/30 [우동준의 어제와 같은 하루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유치원 영어수업금지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