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대화국면으로 접어들며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 이슈도 함께 나왔는데요. 가장 뜨거운 것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라 생각됩니다. 그와 관련해 정리해봅니다.
1. 배경
블로그의 지난 글에서 앞서 정리하기도 했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한다는 발언이 나왔었습니다. 그 후 우리 정부의 답변과 미국과의 군사훈련 연기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판문점에서 남북 간의 실질적인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관련하여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대화의 시작이 올림픽이었던 것만큼 주목할만한 합의도 올림픽 위주로 나왔습니다.
그 내용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훈련'입니다. 이 두 사안과 관련해 시민들의 의견도 다양하고, 정치권에서는 이 결정을 정치쟁점화하여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다양한 보수의 현 문제를 타개해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사안을 분리해 살펴봅니다.
2. 내용
-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시작은 1월 9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남북 고위급 회담입니다. 회담에서 남북 단일팀이 합의된 이후 바로 내일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남북 올림픽위원회와 IOC, 평창 조직위의 4자 회담이 진행됩니다. 이 회담에서 최종적인 단일팀 확정과 참가 엔트리가 확정되는데요.
남북 간의 단일팀 합의 이후 국내 여자 아이스하키 감독의 인터뷰와 청와대 시민청원 등 다양한 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올림픽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대한민국의 선수들에게는 너무 부당한 처사라는 것이 주요 공감 포인트였습니다. 특히 20, 30대 청년들의 반발이 많았다고 보수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 워딩은 신성한 올림픽마저 정치적 판단에 희생당했다는 것인데, 국가에 의해 개인의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더 노출시키려는 보수매체의 선택적 워딩으로 보이지만, 사실 많은 청년들이 이에 공감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올림픽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인 이벤트이고, 특히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아이스하키 종목의 개최국 자동출전권은 사라졌었습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세계 랭킹은 23위이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A조: 미국(1위), 캐나다(2위), 핀란드(3위), 러시아(4위)
B조: 스웨덴(5위), 스위스(6위), 일본(7위), 대한민국(개최국, 23위) < *2016년 기준 랭킹 >
1위부터 5위까지 국가 대표팀이 올림픽에 진출하고, 작년 2월 최종예선에서 세계 랭킹 6위 스위스와 세계 랭킹 7위 일본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니 총 8개의 출전국 중 한국을 제외하곤 모두 국제대회에서의 경쟁과 실력으로 출전권을 따낸 겁니다. 개최국 프리미엄이 없어진 상태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출전은 사실상 힘든 것이었지만,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때까지 대표팀의 기량을 향상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출전권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대표팀의 올림픽 참가 자체가 어찌 보면 국가와 정치의 깊숙한 개입이라는 의견인 거지요. 선수들의 기량으로 출전권을 따낸 것이 아닌 상황에서 다시 정치적 판단으로 남북 단일팀이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선수들에 대한 권리가 침해된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 와중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선수들의 기량이 메달권에 들거나 하지 않기에 크게 상관없다는 식의 발언을 하였고, 이는 배경적 내용과는 별개로 국민적인 비난을 받게 됩니다. 이낙연 총리는 19일 공식 사과를 한 상태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20일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이 나게 되는데요. 이 결과에 만약 단일팀 불가로 간다면 정치적 이익은 하나 없이, 오히려 정권에 대한 역풍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의 취지가 평화와 화합인 만큼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됩니다.
- 북한 마식령 스키장 훈련
남북이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을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마식령 스키장은 북한 대외 관광특구 중 하나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정권 홍보에 있어 중요한 곳이기도 하고, 상징적인 곳이기도 한데요. 이 곳에서 남북이 공동 훈련을 가진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일입니다.
우선 이동경로입니다. 합의과정에서 선발대의 이동 동선 중에 원산의 갈마 비행장을 방문한다고 전했고, 북한도 이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만약 선수들이 비행기를 통해 마식령 스키장의 훈련을 진행하게 된다면, 북한과의 육로와 하늘이 모두 동시에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UN 차원의 대북제재가 진행되고 있어 해상으로의 이동은 불가하다는 점에서 가능한 소통의 문은 모두 열린 것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북한 치적에 우리가 맞장구를 쳐주고 있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지만, 사실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공동훈련만큼 대외적으로 평창 올림픽의 상징을 보여주는 모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진행되는 양 국 선수들의 공동훈련 장면은 전 세계적으로 감동을 줄 수 있고, 특히 그 배경이 평창이 아니라 북한의 스키장이라는 점에서 마케팅적으로도, 메세 지적으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북한 응원단의 방문과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이슈와 더불어서 평창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어가는 신호탄으로 역할을 할 사안입니다.
3. 정리하며
두 가지의 이슈를 정리하면 하나는 선수의 기회에 대한 국가의 억압적 박탈이냐 아니냐 하는 이슈이고, 두 번째는 다분히 정치 정쟁적인 이슈입니다. 사실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경우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성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문제제기이고, 토론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남북 단일팀이 올림픽의 취지에 더 부합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취지든 국가가 나서서 시민 개인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에 대한 예민한 문제제기는 일정 부분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모습입니다. 국가가 개입하는 문제에 더 예민해지고, 더 감수성을 가지는 것이 지난 정권과 다른 지금 시민들의 성숙된 모습이 되었습니다. 국가 권력자인 대통령과 국무총리도 섬세하지 못한 발언과 과정에 대해 사과를 표한 것도 의미 있는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이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매끄럽게 진행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늦게나마 남북의 대화가 시작되고 평화국면으로 접어들어 다행입니다. 이 문제는 최종 단일팀 여부가 결정되고 합동훈련을 하며 경기력 향상과 대한민국 선수들의 출전 비중이 부당하지 않도록 조절된다면 더 큰 결과로 돌아오리라 생각됩니다.
마식령 스키장에 대한 정치권의 문제 잡기는 사안을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는 것이며, 정권 견제에 눈이 멀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성공 여부를 포기해버린 아주 아쉬운 행위입니다. 보다 깊이 있는 판단과 식견을 갖추고 정부를 견제한다면 서로에게 보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텐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글쓴이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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