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치 권한이 강한 각 주들이 모인 연방정부 국가입니다. 그리고 이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양 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은 매번 예산 회기에 맞춰 해당 회기에 쓸 예산안에 대한 합의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만약 정부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 두 정당 간의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산 회기에 맞춰 정부예산을 집행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는 예산안에 대한 최종 합의를 하지 못하고, 예산 회기는 이미 시작되었을 때 그때 발효되는 것이 바로 '셧다운' (shutdown)입니다. 정부 공무원들이 무급휴가로 들어가고, 각종 국가기관의 운영이 정지되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예산안이 마련되지 않았으니 공무원들에 대한 봉급과 정부기관 운영비에 대한 지급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필수적인 부분은 유지되며 정부도 1주일 정도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있긴 합니다. 셧다운 후 1주일이 지나면 그땐 정말로 큰 행정적 마비 상황이 발생한다고 봐야 되겠지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면 사실 미국에 입장에서도 큰 경제적 손실이고, 대내외적으로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꽤나 큰 사건입니다. 이런 셧다운 사태는 지난 오바마 정부 때 '오바마 케어'와 관련돼서 일어나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 셧다운이 일어난 이유는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DACA로 불리는 불법체류 청년들에 대한 추방 예유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둘째는 멕시코 장벽과 관련하여, 셋째는 미국 국방비 증액과 관련해서입니다. 미국 연방정부는 20일 셧다운이 발동되고, 22일을 임시 예산안 편성 시점으로 정했습니다. 즉 지금 공화당과 민주당은 물밑에서 피 말리는 협상을 하고 있다는 뜻이 되는데요. 셧다운이 발동된 각 이유들과 앞으로 에 대해 정리해봅니다.
- 먼저 DACA로 통칭되는 불법체류 청년들에 대한 추방 예유 프로그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2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만들어진 정책인데요. 만약 부모님이 미국에 불법 입국을 하고 이를 따라 들어오면서 자동으로 불법체류자가 된 청년들에게 미국 내에서 문제없이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본국으로의 추방 명령을 유예한 '행정명령'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이 '행정명령'은 단어에서 볼 수 있듯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직권으로 발휘하는 지시사항입니다. 즉 오바마 대통령이 발휘한 '행정명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부 수장으로 있을 당시에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행정명령'은 미 의회에서 통과된 '헌법'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다음으로 등장한 트럼프 도널드 대통령이 이를 취소할 권한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역시나 취임 2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권 출신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결국 17년 9월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발동시켰던 DACA 프로그램을 행정명령으로 폐지하는 것에 서명하였습니다.
그렇게 DACA가 폐지되고 이는 6개월 내에 미 의회에서 이를 대체할 법안을 만드는 것으로 정리되며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에 멕시코 장벽 건을 함께 넣으며 두 정당의 합의점은 더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 멕시코 장벽은 미 트럼프 대통령의 아주 강력한 공약이기도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장벽을 더 높고, 더 강하고, 더 웅장하게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 공약을 내세우며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 마련은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멕시코인과 그 멕시코인의 미국 내 체류 가족, 멕시코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액 압류, 높은 수수료 부과, 멕시코에 대한 높은 관세를 통해 충당하겠다고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 의회를 통해 예산안을 마련하려는 형국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DACA를 시행했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된 이후 행정명령을 통해 이 장벽에 연방정부의 재원을 투입하라는 것을 전달합니다.
- 민주당은 DACA의 재 실행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장벽에 대한 예산을 원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의 우파들은 국방과 관련한 예산 증액을 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 내부의 강경파 그룹 '프리덤 코커스'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세금 감면을 지향하고,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전형적인 시장자유주의 우파 정치인의 그룹입니다. 이 그룹의 구성원들이 오바마 대통령 당시 오바마 케어와 관련해 셧다운을 일으켰던 장본인들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프리덤 코커스의 의장으로 있는 하원의원 '마크 미도우스' 의원이 임시 예산안에 어느 정도 합의를 했다는 소식이 들리니, 지금은 국방비 예산 증강에 대한 부분은 다소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민주당 + 트럼프 + 공화당 내부 프리덤 코커스 세 그룹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어긋나며 이번 예산안은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2018년 셧다운이 발동되게 된 것입니다.
일주일이 넘어가기 전 셧다운은 풀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셧다운이 풀리기 위해 합의된 예산안의 내용이 어디까지 망가져 있을까가 더 걱정이 되는데요. 사실 개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미 공화당의 정책기조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민주당이 어디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이제 아마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도 언론에서 보도할 테니, 그에 대한 내용도 미 의회엔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이 셧다운의 영향과 예측보다 어쩌면 그 이후, 최종 합의된 미국 예산안의 방향과 내용이 되어야 합니다.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항목입니다.
글쓴이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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