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중
《나에 대한 맹맹하고 씁쓸한 시간들 모두 잊게 해주겠어요. 저승 문턱까지 꿀물이 흘러넘쳐 윙윙 날갯짓 들러붙은 곳. 내 몸을 관으로 백 년의 기억 눕히고 싶어요》
타히나 스펙타빌리스는 백 년에 한 번 꽃을 피우며 곤충과 새들에게 꿀과 열매를 주고 자멸하는 나무라 한다.
꽃을 피우는 것이 우리네 삶의 이유와 목적이라 선언되고. 꽃의 향기와 꿀내음이 달콤할수록, 잎의 채도가 강렬히 불탈수록. 꽃은 그제야 하나의 꽃이 된다.
새 싹의 땅을 뚫는 노력은 단지 꽃을 피우기 위한 재료요. 그 초록은 맹맹하고 씁쓸하다. 우리가 내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한 번의 꽃을 위해 백년을 버티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쩌면 꽃의 순간만을 바랐기에 그 시간이 맹맹하고 씁쓸했던 게 아닐까. 꽃이길 포기하고, 100년의 나무로 살거란 내 용기가. 날 구원하는게 아닐까.
조원 시인의 시집 《슬픈 레미콘》 중 '타히나 스펙타빌리스'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