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눕지 못하고 서서 죽은 꽃. 편히 안치할 수 있도록 바람을 부르십시오. 시중에 떠도는 잡배 바람은 밀치기부터 하지만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주는 바람도 있습니다. 쓰러지지 않고 흔들린 이유가 거기 있지요.》
연어가 자신의 처음을 쫓듯, 민들레도 자신의 처음을 쫓는다. 연어와 민들레의 차이는 나아감과 기다림이랄까. 난 기다림의 존재에 내 몫을 둔다.
꼿꼿히 서서 옛 어매의 향기를 찾아 고개를 휘젓기에. 태초의 공간을 갈구하는 사람은 눕지 못하는 법이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 흔들린다.
그제야 내가 쓰러질 수 없던 이유를 찾았다. 바람이 불어 내 모든 솜털을 앗아갈 때 나는 보았다. 나의 처음을. 내가 쓰러질 수 없던 이유를. 내가 부스러질 순간을.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중 '꽃의 입관식'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