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들에게》의 글귀걸이

조원 시집 《슬픈레미콘》 중에서

by 바람꽃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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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는 직립하면서 두 손의 자유 대신 귀가 민감해졌다. 착시보다 현란한 이명의 시대》



사람마다 민감한 감각은 다르기 마련이고. 나는 특히 후각에 민감하다. 너무 강한 향이라면 달콤한 꽃향기라도 어지럽기만 하고. 헤어와 옷의 향기 뒤로 숨더라도 그 사람 특유의 체취가 늘 느껴졌다.


그만큼 둔한 것이 내 시각이고. 내 청각이고. 내 촉각이고. 내 미각이다. 색에 무디고 소리에 무디고 감촉에 무디고 맛에 무딤으로서 우린 어우러진다.


난 당신에게 향기의 온도와 강함을 전하고 당신은 내게 색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둔한 감각을 서로 채워주는 관계. 그렇게 우린 함께 하나의 인간이 되어간다.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중 <뱀들에게>의 글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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