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중에서
《혼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동일 선상에 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죽고 싶지 않은 사람과 몸을 맞대고 사후의 안전성을 보장받는다》
나 또한 그랬다. 혼자이고 싶었고 죽고 싶었다. 간절하게
내가 홀로 될 수 없던 건. 내 주변에 혼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에 놀라서.
내가 죽지 못한 건. 내 곁에 죽고 싶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에 놀라서. 결국 허둥대다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위로의 존재를 바랐기에 보였던걸까. 아님 끝에 선 자의 여유로움 때문에 보였던걸까. 그렇게 그들과의 뜻하지 않은 동행이 오늘의 날 채워왔다.
난 여전히 혼자가 되고 싶지만
혼자이기 싫은 당신이, 내 곁에 아무도 없다 말할 때.
여전히 죽음의 자유를 기대하지만
죽고 싶지 않은 당신이, 손을 잡아달라 외칠 때.
그때 난 지체없이 뛰어갈 것이다. 작은 약속이다. 그리고 꼭 지켜질 약속이다.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중 <사후 계약서>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