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 시집 《슬픈레미콘》 중에서
《물의 목구멍으로 돌을 던져 넣었다. 사랑하면 안 되는 그림자를 계속 집어넣었다. 소식은 당도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 나서는 것》
밤은 길고 길었다. 그리고 밤이 끝났다. 돌의 파장이 수면의 고요를 깨트리는 순간. 굳어있는 내 얼굴과 으깨지는 물속의 내가 눈을 마주친 순간. 검붉은 해는 떠올랐다.
난 뭐가 두려웠던 걸까. 뭐가 두려워 삼키고 또 삼켜왔던 걸까. 검고 붉은 햇살이 비추는 초원으로 나아가 내가 삼킨 상상을 남김없이 꺼내 모두 바짝 말려야지.
네게 허락받지 않았던 그림자는 모두 말리고. 나의 존재는 네게 전해야지. 더 이상 그림자가 아닌 너를 찾을 것이고. 햇살 아래 내 그림자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쳐야지.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중 <금기>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