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 마이너스 원

블루 아워 -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by 바람꽃 우동준

-이사하다


포장이사라서 그런지 생각보단 손이 많이 가진 않았다. 내 책과 개인적인 물건들은 묶여 있는 그대로 내 방에 넣어 두었다. 당분간 쓸 일이 없을 테니까.


쉴틈 없이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더 옮겨놓고 가고 싶었다.

“안녕하세요ㅡ”

열어놓은 문으로 승희가 들어왔다.


“승희 왔니?”

“네. 고생이 많으시죠?”

‘야.. 야... 나와... 가자 가자’ 승희를 붙잡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마. 나 승희랑 슈퍼 좀~!”

“왜? 방금 왔는데?”


탁! 치지직. 후~


“니 담배 필라고 내 끌고 나왔나?”

“이모 하고 다 있어서 나올 타이밍이 없었다.”


옥상에 걸터앉아 있다, 대자로 누워 하늘을 보았다.


“4월 4일?”

승희가 물었다.


“오야. 그리고 승희야. 내 좀 데려다 줄래?”

“혼자 간다매.”

“내도 그냥 혼자 가는 게 편한데, 혼자 가면 무조건 엄마도 올라간다 안하나. 하필이면 논산이라 입대일이 월요일이거든. 근데 우리 엄마가 월요일에 또 쉰다 안하나. 그래서 그냥 니랑 같이 간다고 둘러대니까 니 가면 또 안 간다네? 그래서 그냥 같이 올라가자고.”

“간다 할 땐 됬다더니만.”

“돈은 내주께. 3일에 같이 올라가자. 대전 가서 하룻밤 놀다가 택시 타고 가면 되겠더라.”

“알았다. 이사는 다 돼가나?”

“거의? 내가 할 건 다 해놨다.”


얼마 남지 않은 담배를 비벼 끄고, 새로 한 개비를 물어 불을 붙였다.


“그래도 지금까지 군대 가는 놈들 중엔 네가 제일 괜찮은 거 같다?”

“이사해서 딴생각할 틈이 없네. 그래서 오히려 잘 된 거 아닌가 싶다. 처음 이사한다 했을 땐 입대 전까지 짐만 싸다 가겠다 싶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내가 있을 때 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친구들 중에 내가 제일 끝에 갈 줄 알았는데, 그래도 승희가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제일 의지하는 친구이기도 한 승희. 그날 밤 나는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아 여기저기 어수선한 방. 내 집이지만 당분간 내가 지내지 않을 곳인 나의 새 집에서 첫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날 밤엔, 늦도록 잠이 들지 못했다.




- 갈게요


오늘은 4월 3일. 군인이 되기 하루 전이다.


“동준아 어떻게 올라가기로 했니? 엄마가 안 가봐도 되니?”

“승희가 같이 가기로 했어요. 좀 있다 오기로 했는데? 승희랑 오늘 대전 올라갔다가 하룻밤 놀고 택시 타고 논산 갈 거예요.”

“그래도 되겠니. 엄마 쉬는데..”

“됐어요 됐어. 승희 가면 안 간다면서요.”


엄마는 많이 아쉬워 보이지만 나는 혼자서 올라가고 싶다. 입대하기 전에 울고 불고, 보이나 안 보이나 끝까지 돌아보고. 나는 그렇게 찜찜하게 들어가고 싶지 않다.


‘깔끔하게 들어가자’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짐은 다 쌌다. 슬라이드 휴대폰을 열어 가져갈 노트 뒷장에 전화번호를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아는 번호는 많지만 적어지는 번호는 얼마 없다. 세어보니 기껏해야 20개 정도. 괜히 씁쓸하다.


특별하게 호들갑 떨고 싶지 않아, 방에 앉아 차분히 정리했다. 친구들도 입대한 지 일 년이 지났고 남들 다 가는 군대, 뭐 특별할 게 있겠냐 싶은 마음.


띵똥-

“누구세요?”

“네. 승희입니다.”

“승희 왔네. 밥 안 먹었지? 밥 먹어 밥 먹고 가.”

“저... 밥.. 먹고...”

“뜨실 때 먹어야지. 먹고 가 얼른!”

“네”


밥을 먹고 온 승희였지만 마지막으로 따뜻한 밥을 아들에게 먹이고 싶은, 어미의 마음을 어찌 모른 척하랴. 흰 쌀 밥. 따뜻했다.


방에서 짐을 꺼내 들고 서둘러 신발을 신었다. 승희도 황급히 나를 따라 신발을 신는다. 현관문에는 이삿짐을 정리하며 나온 각종 쓰레기들을 담아둔 봉투가 있었다. 문을 열고 봉투를 집어 들며 말했다.


“엄마 갈게요. 오빠 갈게.”

“가나? 오빠야.”

“아들 한번 안아보자.”


쓰레기 봉지를 내려놓고, 엄마랑 동생과의 짧은 포옹. 나는 아닐 줄 알았는데 안는 순간 울컥한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 하마 타면 흐를 뻔했다. 서둘러 쓰레기봉투를 안고, 시선을 문 밖으로 돌리며 말했다.


“갔다 올게-”


도망치듯 쓰레기봉투를 안고 계단을 내려갔다.

승희가 눈치챌까 아래만 보며 내려왔다.


“옷 차~”

이 봉투가 마지막 쓰레기일 테다.

“동준아~~” 날 부르는 소리에 올려다보니 창문을 열고 엄마와 동생이 손을 흔든다.


“어- 전화할게. 잘 갔다 올게요.” 나도 힘차게 양손을 흔들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다. 아직 낮은 밤보다 짧다. 낮은.. 밤보다 짧았다.


“어디로 갈 건데? 노포동? 버스 탈 거가?”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승희가 물었다.

“그래야지. 시간표 보니까 8시 10분 꺼 대전 가는 차 있더라. 그거 타고 가자.”


한동안 보지 못할 내 동네다. 한동안은 못 탈 지하철. 그리고 지하철역. 나는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두고 싶어

끝까지 뒤를 돌아보았다.


띡- 감사합니다


“교통카드는 왜 가지고 가는데?”

“휴가 나올 때 써야지”

“휴가? 니 벌써부터 휴가 생각하나?”


지하철은 막힘없이 노포동으로 도착했고, 우린 버스표를 끊으러 갔다. 승희의 차비를 내주는 거라 혼자 표를 끊으러 갔다.


“네~어디 가세요?”

“대전 8시 10분 차 두장이요!”

“....따다닥...띡띡........어...죄송한데 손님! 금일 대전 행은 남은 좌석이 없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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