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장정이다

블루 아워 -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by 바람꽃 우동준

-안녕


파란색 모니터의 오른쪽 아래. 그곳에 적힌 오전 07시.

지금은 버스 타기 삼십 분전.


밤새 피시방에 있어서 그런지 온몸이 찝찝하다. 주유소로 가니 많은 예비 군인들과 가족, 연인들이 서있다.

하나 같이 짧은 머리. 벌써부터 괜한 동질감이 든다.


예비 군인들은 애써 웃으려는 건지 표정들이 밝은데, 오히려 함께 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울상이다.


7시 30분이 되었고 차례차례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주유소로 왔다. 버스의 앞유리에 각 여행사의 이름이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승희와 나 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시간은 7시 40분.

또 뭔가 잘못된 건가, 이걸 못 타면 이젠 논산으로 1시까지 갈 방법이 없는데, 집에 가야 하나, 날 보면 얼마나 놀랄까, 하 이젠 헌병대가 날 잡기 위해 오는 건가, 헌병을 보면 뭐라 해야 되지?


보도블록에 걸터앉아 분명 이건 뭔가 잘못된 거라 여기며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던 나를 뒤로하고 승희가 방금 도착한 버스에 탔다.

“안타나?”


부르릉-


출발이다.


창밖으로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

산도 푸르고 꽃도 피었다.

오늘은 4월 4일.

완연한 봄 날씨이다.


그리고

오늘은 4월 4일.

나는 군인이 된다.


어떤 의미로든 오늘, 4월 4일은

내게

봄이다.


창밖 하늘에서 내리쬐는 따뜻한 봄 햇살에 어느덧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후 12시-


눈을 뜬 여기는 논산 육군 훈련소 입소대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주차장이다. 대부분 여기서 마지막으로 가족들이랑 점심을 먹고 들어간단다. 나와 승희도 근처 음식점에 들어갔다.


어떻게든 아들에게 고기 한 점 더 먹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가,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고기 더 달라는 주문이 들린다.


“네- 주문하시겠어요?”

승희와 난 구석진 곳에 방석을 깔고 앉아 메뉴판을 보다 둘 다 갈비탕을 시켰다. 그리고 나온 갈비탕.


전혀 하얗지 않은, 허여멀건 국물에 정체불명의 소고기 두 덩어리가 떠있다.

더 슬픈 건 이 갈비탕이 무려 6000원이나 한다는 것.


입소대 앞에는 훈련용품을 비롯해 장병들을 대상으로 하는 물품들을 곳곳에서 팔고 있었다.

깔창, 시계, 밴드, 물집 제거제 같은 물품들이었다.


나는 이미 친구들에게 저런 거 사도 다 뺏긴 단걸 들어 편하게 지나갔지만, 하나라도 더 자식 손에 쥐어주어야 마음이 편할 부모님들은 모두 상인들 앞에서 발을 뗄 수가 없었다.


-호 국 요 람-


이제 저 하얀 철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화도 했다.


가족들, 신부님, 친구들.

잘 다녀오겠다는 말도 했다.


건강하게 전역하겠다는 말도 했고, 너무 고맙고 감사했단 말도 했다.

다 되었다. 핸드폰 전원을 끄고 승희에게 맡겼다.


2011년 4월 4일. 이제 들어간다.

시작이다.

안녕!-모두들






-장정에서 장병으로


입소대대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같은 날에 입대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나?

내가 그동안 못 보던 풍경들이었다.


총을 들고 뛰어가는 군인 동상.

옛날에 쓰던 탱크들.

박격포들.


아직까진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들이 가는 방향에 섞여가다 보니 입소 행사장에 도착했다.


여긴 연무회관이라고 적혀있고 그 앞에선 군악대에서 음악회를 하고 있다.

승희와 난 제일 뒤쪽 의자에 앉아 음악회를 보았다.


입소 장정들과 그 가족들이 노래도 부르고 상품도 받아가고.

즐겁게 웃는 군악대 장병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군 생활했으면 좋겠다.’


“승희야. 지금 내가 군악대는 못 가겠지?”

“어.”

“그래.”


이제 한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말보로 담배 한 갑을 꺼내, 남은 담배를 연거푸 피웠다.


“니 그러다 전역하기 전에 뒤지겠다.”

“앞으로 못 피는데 피워 둬야지. 남은 거 버리면 훈련하는 내내 후회할 것 같다.”


연병장으로 향하는 길.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승희와 난, 늦게 간 죄로 제일 끝 차양막이 없는 땡볕에 앉게 되었다.

“아아- 13시부로 곧 입영식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장정들은 연병장으로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내 간다."

“동준이. 잘 갔다 온나-”


우린 서로 마지막으로 꽉 안고, 난 내 핸드폰과 쓰고 올라갔던 모자를 전해주었다. 어머니한테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뛰어갔다.

우물쭈물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장정들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여자 친구를 두고 쉽게 내려오질 못했다. 영영의 이별은 아니지만, 이 순간은 너무 강력하니까.


입영 장정들이 모두 집합했고, 우린 열중 쉬어도 차렷도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설프게 머리만 깎고 서있는 우리. 연대장도 우리를 장병이 아닌 장정이라 부른다.


“부대 차렷! 사랑하는 부모님께 대하여 경례-!”

“충~ 성~”

다들 제각각이다. 심지어 왼손을 올리는 사람도 있고, 오른손이 이마에 있는 사람, 코에 있는 사람도 있다.

결국 우리를 본 가족들이 웃음보가 터졌다.


그리고 난 보았다.

내 앞에 서있는 빨간 모자를 쓴.

군복 입은 저 아저씨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불안하다.


입소식이 끝나고 우리들은 가족들이 앉아있는 연병장 쪽으로 크게 한 바퀴를 돌며 입소대대 안으로 들어갔다.

스탠드에 앉아있던 가족들과 친구들, 여자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사람들 이름을 부르며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보려고 같이 뛰고, 사진 찍고, 울었다.


그리고 난 승희가 있던 자리를 보았고

승희는 없다.

벌써 갔다.


‘시바’


드디어 시작되었다.

군인으로서의 시간이.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되어버리니 솔직히 무섭기도 하지만, 잘할 수 있을 거라 매일 다짐했던 그것만 꼭 붙잡고 걸어간다.


잘 해야지.

남들 다하는 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