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으로 달리는 기차》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중에서

by 바람꽃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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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앞으로 기차는 달리네-

아버지는 더 낯설어진 아버지로 좌석을 살피고- 어머니는 더 강요하는 어머니로 좌석을 껴안고- 동생은 더 칭얼대는 동생으로 좌석에 올라타고- 나는 창백한 얼굴로 터널을 통과한다- 역으로 역으로 기차는 달리네



누구나 처음 사는 세상. 아들로서의 역할이 처음이니 어미와 애비로서의 역할도 처음이시겠지. 칭얼대는 동생의 울음을 나는 또 어찌 위로할


이미 내가 올라탄 시간이란 기차. 그 3등석 가장 끝자리, 우리 가족의 아주 작은 공간이 내 세상이다. 3등석 칸에서 만나는 고만고만한 우정과 고만고만한 가능성들. 안녕 너도 나랑 비슷하구나. 우리 친구 할래?


울음과 곡소리. 누군가 기차에서 내렸나보아. 어찌 내렸는지는 묻지 말자. 어차피 우리도 언젠간 이 기차에서 내려야 되는 걸. 친구야 내 꿈은 저 윗 칸으로 가는거야. 그렇구나. 내 꿈은 이 기차가 어디로 향하는 지 아는거야. 내가 왜 기차에 있어야 하는지를 아는 게 내 꿈이야 친구야.


어느새 너도 3등석의 한 자리를 마련했구나. 너도 이제 네 자리를 찾았구나. 함께 하는 분과 행복하렴. 기차는 아직도 달리는데 왜 창밖의 풍경은 달라지지 않는걸까. 왜 그런걸까. 어머니 당신이 본 풍경도 이랬을까요. 아버지 당신이 그렸던 그림도 이랬을까요.


누구나 처음 사는 세상. 아들로서의 역할이 처음이니 어미와 애비로서의 역할도 처음이시겠지. 칭얼대는 동생의 울음을 나는 또 어찌 위로할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중 <역으로 달리는 기차>의 글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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