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빗자루》의 글귀걸이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중에서

by 바람꽃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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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신의 뜻을 받들어 올이 성긴 빗자루로 지구의 반을 쓸었다. 아들과 그 아들 딸과 그 딸들까지 가업을 이을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세상-살이라는 게 만만치 않지만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염려치 말아요. 당신도 최선을 다했다는 거 알아요.


신은 우리에게 각자의 역할과 그 나름의 몫을 주겠다고 했어요. 그러니 나의 역할에 대해 우리 너무 고민치 말아요. 우리는 신이 아니잖아요. 우리 모두 신이 되려 애쓰지 말자고요.


고생 많았어요. 이 말을 늘 하고 싶었어요.

포기하지 않았던 그간의 빗질이 내 눈을 더 맑게 하고. 정돈된 거리가 내 마음을 더 여리게 만들어 줬어요. 당신이 여태 쓸어온 건 세상이 날 향해 보내는 편견과 좌절, 짐승의 먼지였어요. 당신은 신의 뜻을 받들어 올이 성긴 빗자루로 매일매일 나를 쓸어주었던 거예요. 사랑의 단내와 인내의 쓰디씀을 참아가면서 말이죠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중 <거룩한 빗자루>의 글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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