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의 뒷편》의 글귀걸이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by 바람꽃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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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는 지구 반대편은 보이지 않고 달에는 독식하는 별들로 두 눈이 번뜩이고 달에는 미지의 것을 탐하는 탐험가로 넘쳐나고 달에는 빛나는 정신도 완고한 신념도 없고


도대체 이곳은 어디인가》-



우린 결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고 하죠. 달은 지구를 크게 돌며 똑같은 속도로 제자리에서 회전합니다. 공전속도와 자전속도가 같아 우린 늘 달의 앞면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거지요.


앞면. 너무나 우리의 시선으로 정의한 달의 방향성입니다. 그렇게 한 행성의 앞모습과 뒷모습이 나뉘어져 버린겁니다.


달의 앞모습은 늘 같은 모양이었기에, 변하지 않는 달을 향해 소원을 빌어왔습니다. 변하지 않음은 불멸이고 불멸은 거룩함의 증거니까요.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습니다. 존재의 뒷모습이 어떤지. 드러나지 않는 혹은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던 행성의 뒷모습은 어떤지 우린 묻지 않았습니다. 훗날 조그마한 쇠뭉치가 날아올라 사진으로 전해 온 달의 뒷면은 너무나 참혹했습니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운석을 온몸으로 막아내느라 구멍나고 뜯어지고 곰보가 다 되었던 겁니다.


달은 어쩌면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부단히 지구가 도는 속도에 맞춰 자신의 치부도 열심히 돌렸던 게 아닐까. 그렇게 같은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게 아니었을까.


내게 보이는 것을 그 존재의 앞면이라 말하며 그 모습이 존재의 전부라 당당히 여길 때. 우린 지구 위에 또 내 곁에 수많은 달들을 만들어 왔던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지 않으려 했던 행성의 뒷 모습은 잊은 채. 보이는 모습이 영원히 변하지 않길 바라며 끊임없이 기도해대는. 그런 부끄럽고 부끄러운 지난 행동들 말입니다.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중 <뷔페의 뒤편>의 글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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