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도 착취당한다》의 글귀걸이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by 바람꽃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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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기억의 능력이 곧 타인에 대한 연민과 일치의 능력을 가름한다. 동정과 연민. 날 인간답게 해 줄 마지막 판별지다.


감정의 실을 넓게 풀어 마치 거미줄처럼 타인과 자신을 진동으로 엮는 사람들이 있다. 경이롭다. 인간에 대한 희망과 내 구원의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그들이 비추고 있다.


기억을 품는다는 것은 삶의 한 켠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내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며. 내 삶의 향방을 바꾸는 거대한 사건으로 초대한다는 것이다. 기억하겠다는 말이, 정말 내 삶에 녹아들었는지 평생토록 시험 받겠다 선언하는 것이다.


나의 현재는 그 날부터 시작되었다. 그 날의 약속을 잊지 않는 이상 나의 미래는 언제나 현재가 될 것이다. 내 현재가 꼭 그렇게 두터워지길 희망한다. 이제 다시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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