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에서
《위대한 어떤 것에 존경을 바치려 했으며, 이 삶보다 더 나은 삶이 있다고 믿고 싶어했다. 저마다 자기들이 서 있는 자리보다 조금 앞선 자리에 특별하게 가치있는 어떤 것이 있기를 바랐고, 자신의 끈기로 그것을 증명했다. 특별한 것은 사실 그 끈기의 시간이었다.》
특별한 것은 사실 그 끈기의 시간이었다. 분명 그 끈기의 시간이었다. 무언가가 되기 위함에, 서로에게 무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끈기, 그 끈기의 시간이었다.
우린 언제나 증명받고자 했고, 그것을 증명해내려 했다. 그럴수록 더 선명해지고 선명해진 끈기의 얇은 손목. 굳은살이 아직 박히지 않은 초심자의 부드러운 살갗으론 이 모든 것이 버거웠을테다.
매달려있는 이 몸뚱아리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기 위해 우린 눈물을 비워내고, 속을 개워내고, 자존심을 내려놓았는지 모른다. 우스운 끈기. 누군가 그 손을 놓아 발이 닿지 않던 바닥이 너무도 가까웠단 걸 알게 된 순간.
뒤늦게 줍게 되는 내 자존심과 내 눈물과 개워냈던 내 존엄. 먼지가 묻어 더러워졌지만 툴툴 털고 다시 삼켜보는 내 존엄.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몽유도원도 관람기>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