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말귀가 어둡지 않은 사람이면 느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 남긴 짧은 글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힘이 있어서, 그의 죽음을 앞에 두고 허튼소리를 할 수 없게 한다.》
이 글은 책의 가장 마지막 장에 위치해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오늘은 책의 가장 마지막 장을 펼친다. 책을 마무리 하는 글이자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글. 작가는 이 글을 이렇게 갈무리한다.
"고인이 믿었던 미래의 힘과 깊이가 그와 같다."
이명박이 구속되었다.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해 어젠 책을 잡지 못했다. FTA 미군기지 부동산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그래. 그땐 정말 그게 다 노무현 때문인줄 알았다. 세상에 대한 무관심을 난 그리 쉬운 문장으로 덮었었다.
난 아직 봉하마을을 찾아가지 못했다. 뭐랄까. 면목이 없었달까. 한참 뒤에야 그가 민주화를 위해, 정의를 위해 오른손을 치켜들었단 걸 알았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갈망하며 하루에 수십번 가톨릭센터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이곳에 그가 있었다는 사실이 과거의 날 더 부끄럽게 했다.
정치인과 행정부 수장으로서의 평가는 잠시 내려두고. 진보를 위해 나를 버리라 말했던 그를 기억하자. 지난 삶과 짓밟힌 존엄을 안고 운명이다 말했던 그를 기억하자.
재판까지 모두 끝나는 날. 뒤늦은 발걸음과 조금의 염치를 들고 부끄러운 길을 나서야겠다. 이제야 늦은 인사를 드리러 찾아 뵈어야겠다.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삼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는다>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