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_ 청년과 얼굴에 관하여

[21세기 청년의 생존 보고서]

by 바람꽃 우동준

#2 생존 보고서

오늘도 이토록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아 작성하는 그 두 번째 보고서입니다.

저는 지금 브런치북을 통해 청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소감과 하루하루의 느낌을 허심탄회한 말투로 이어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청년과 얼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상황 보고

시작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리 잘생긴 얼굴이 아닙니다.

위로하지마요. 위로 필요 없다고.


보통 “나 노래 잘 못해~”라고 하는 놈들이 마이크만 잡으면 갑자기 머리를 찰랑이며, 3옥타브를 넘나드는 김경호가 되고, “나 당구 100 쳐”라고 하는 놈들이 당구 큣대만 잡으면, 초크의 흰색 가루가 당구다이에 닿기도 전에 불꽃같은 맛세이를 찍는 법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진실로! 진실로 그런 반전미 하나 없이! 솔직담백 하게 못생긴 얼굴입니다.

(아 쓰다 보니 굉장히 진정성 있게 비참하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런 얼굴로도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그런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보고 계신 겁니다.

어느 순간인가 이 나라에는 너무 잘생긴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죠.

거리로 나가 보았습니다. 평소라면 무신경하게 다닐 거리에 퍼질러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문득 첫 번째 질문이 들었습니다. ‘어? 저 사람.. 아까 지나간 사람인데?’ 그러다 두 번째 질문도 들었습니다. ‘어? 이 사람도 아까 지나간 사람인데?’

응? 나니?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번화가에 있는 어느 편의점 앞에 앉아 있다, 시대적 깨달음을 얻은 것입니다. (맘마미아)

제가 본 것은 그러했습니다.

처음 지나간 사람도 흰색 셔츠에 검은 슬랙스 바지를 입고 있었고, 그 다음 지나간 사람도, 그 다음으로 지나간 사람도 그랬습니다. 머리스타일은 귀가 드러나는 깔끔한 길이에, 부드러운 컬이 들어가 있었고, 신발도 발목이 드러나는 깔끔한 로퍼를 신고 있었죠. 모두 손에는 메탈 팔찌에, 검은색 파우치를 들고 있었습니다. 어느 하나 다른 스타일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던 남친룩의 모델들과 말이죠.



알고 보니 그랬습니다.

이 세상엔 갑자기 잘생긴 사람들이 많아진 게 아니라, 핫하다라고 정의된 대세와, 다르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점점 적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편한대로 혹은 나다움으로 세상에 나오는 것보다, 그냥 안전하게, 혹은 모나지 않게를 중히 여기는 것이지요.

우리의 옷이 같아지고, 우리의 분위기가 비슷해질수록 우리의 얼굴은 더 중요해집니다.

서로의 다름을 구분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럴수록 우린 더 힘들어집니다. 옷은, 스타일은, 대세와 맞출 수 있는데 얼굴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얼굴에도 대세란 것이 존재하고, 우린 또 다시 모나고 싶지 않으니까요.

우린 원래 다른데, 다들 달라지기가 싫은가 봅니다.

아니면 우린 달라지고 싶은데, 세상이 우리가 달라지는 걸 원치 않는 것 일수도 있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서로 같아지려 할수록, 처음부터 달랐던 얼굴은 그만큼 더욱 중요해집니다.

그렇게 우린 자연스러운 다름이, 다르다는 이유로 힘들어집니다.


Ⓑ사례 보고

오늘은 그래서 특별하게- 제가 평소에 잘 상종하지 않고, 잘 생겼으며 스타일도 좋고, 여자한테 인기도 많은

그런 청년을 모셔놓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바람꽃:야 너가 그렇게 여자한테 인기가 많으냐? (다짜고짜)

A:뭐야 왜 이래

바람꽃:아니 그러니까 너 여자한테 인기 많냐고

A:음... 너보단 (풉)

바람꽃:...... 이런 C.... 야 너가 내가 여자한테 인기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아? 어? 뭐? 봤어?

A:아 됐고. 나 지금 데이트 중이니까. 중요한 거 아니면 끊어라.

뚜.. 뚜.. 뚜.......


11.gif 나쁜ㅅㄲ..흐규흐규..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작가 보고


오늘 주제로 잡은 단어는 얼굴이지만, 사실 정작 제가 하고 싶던 말은 다름이었습니다.

우린 처음부터 다르게 태어났고, 그렇게 다르게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겠죠.

그저 우리 얼굴대로, 처음부터 이렇게 생겨난 대로 살아가기만 하면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는 세상임에도,

왜 이렇게도 세상은 어렵게 꼬여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린 다름을 너무나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남들과 다르다는 걸 두려워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우린 사실 얼굴이 못생겨서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잘 생겼다고 여겨지는 그 대세의 모습과, 우리가 다르기 때문에 힘든 것입니다!!

(기승전 자기 위로. 애써 자기 위로 중)


“어찌됐든 여러분, 우리의 제1명제는 살아남는 것입니다.”

못생긴 놈이 글 온통 얼굴에 대해 떠들어 괜히 찔리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분.

내일 하루도 무사히 살아남아 다시 만나요.


자- 다들 힘들지 맙시다.


*다음 글 예고

청년과 어깨에 관하여

다음 글에선 야리야리한 청년들의 어깨에 올려진 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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