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_ 청년과 어깨에 관하여

[21세기 청년의 생존 보고서]

by 바람꽃 우동준

#3 생존 보고서

오늘도 이토록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아 작성하는 그 세 번째 보고서입니다.

저는 지금 브런치북을 통해 청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소감과 하루하루의 느낌을 허심탄회한 말투로 이어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세 번째 시간으로 청년과 어깨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상황 보고

어깨.

요즘 태평양 같이 넓은 어깨라는 말이 있죠. 남성분들 주목하십시오.

어깨를 넓히긴 위해선 다른 곳 보다 등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등 운동을 하시면 근육이 당겨져 자연스레 어깨의 골격이 펴지게 되고 넓어지게 됩니다. (헬스 트레이너 바람꽃 버전)


운동이라고는 숨 쉬기 밖에 안 하는 저도 이런 운동법을 알고 있을 정도면, 이 시대 한국 남자들의 지상과제는 가히 어깨 넓히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이런 현 상황에서 한국 남자들의 평균 어깨 넓이를 높이시는, 그들의 어깨는 어찌 그리나 넓은 지요.

가끔씩 남자인 저도 한 번쯤, 그 넓은 어깨에 푹 빠져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김우빈? 형... 우빈이형...)

AmnfNyx.jpg 형..혀엉...ㅅ..사.....


우리가 넓은 어깨를 좋아하는 건 듬직한 느낌이 들어서겠죠? 언제든지 기댈 수 있단 기대감도 생기니까요.

여하튼 연예인들의 어깨 이야기 말고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들의 어깨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는 어좁이입니다. (흐규)

사실 어깨가 그리 좁은 편은 아닌데 머리가 커서 그런 쓸데없이, 신기방기한, 착시효과가 발휘되죠.

저를 포함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청년들의 어깨는 그리 넓지 않습니다. 사실 단단하지도 않아요. 몰랑몰랑하죠. 몇 년을 책가방에 전공 서적과, 연습장만 가득 넣어 다녔던 우리인데, 어깨가 넓으면 얼마나 넓고, 단단하면 또 얼마나 단단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우리들의 어깨에, 이 좁디좁은 어깨 위에 너무나 많은 짐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짐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인 짐도 같이 올려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책가방인 줄 알고 매고 다녔던 백팩은, 알고 보니 학자금 대출이란 이름의 솜 가방이었고, 우리가 열심히 땀방울을 흘릴수록, 책가방을 더 오래 맬수록, 이상하게도 가방은 땀을 머금으며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습니다.

B000001190.jpg 알고보니 솜으로 된 가방이었어. 속아쪄!

그리고 더 마음을 짓누르는 건 이젠 이 가방을 언제 벗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방은 분명 더 무거워져만 가는데, 정말 벗고 싶은데, 가방을 벗기가 너무 두려워집니다. 벗고 싶어도 가방을 놓아 둘 내 자리 하나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방을 벗고 새로 출발할 내 다음 자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런 어깨라도 내 가방 하나 정도라면 뭐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나 오늘도 겨우 살아남은 이 세상은 그렇게 놔두질 않네요.

아무리 사회경험이 없는 우리라지만, 나날이 늘어만 가는 이 나라의 저 빚들이 우리 몫이라는 것쯤은 압니다.

우리가 이 좁은 어깨 위로 더 매야 할

또 하나의 솜 가방이란 것쯤은 어려운 경제학을 배우지 않았어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사례 보고


오늘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나와 같은 또 한명의 어좁이 친구를 부를지, 아니면 어깨깡패를 부를지...

그러다 그냥 둘 중에 더 친한 놈을 부르기로 했습니다.


Q. 안녕 친구! 우리도 이제 슬슬 어깨를 넓힐 때가 되지 않았나?

어때? 나와 함께 태평양 같은 어깨를 향한 긴 항해를 시작하는 게.

A. 미안. 운동할 시간 없다. (단호)

Q.(단호박인 줄) 아직도 모르겠는가 제군! 우리는 이제 어깨마저 넓어야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이네!

여성들은 이미 우빈이형의 어깨를 보고야 말았단 말이야!

A. 하.. 첫째로 헬스장 매일 갈 시간 없고, 둘째로 매일 먹을 단백질은커녕 내가 언제 고기를 먹은 지도 모르겠다.

Q. 찡.....

A. 야 나 그냥 자취하지 말고 고시원으로 들어갈까?

Q. 뭐여 갑자기. 인터뷰 중에. 이거 나름 진지한 인터뷰거든?

A. 아 몰라.. 자취하면 뭐 잘 해먹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Q. 뭔 소리야 ㅋㅋㅋ 뭘 먹는 것 때문에 고시원에 들어가 ㅋㅋ 너 월세 올려달라냐?

A..... 아이 월세도 월세인데 계약기간도 이제 끝나가고... 옥탑방 올라와도 뭐 별거 없다. 지금부터 1년 보증금 넣어두면 빼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돈 나갈 때 생길까 봐 그것도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Q. 하.. 그래서 언제 끝나냐?

A. 한 3달? 일단 이번 학기는 끝나고 빼게. 나중에 뺄 때 좀 도와주라. 옥탑방이라서 혼자 내리기 좀 그렇다.

Q.ㅇㅋ 콜. 나는 짜장면 곱빼기로

A.....



Ⓒ작가 보고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또 투정으로 보일까 참았습니다.

힘들다고, 무겁다고 이야기하면 세상은 투정 부리지 마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가 지금 얼마나 좋은 세상에서 사는데" / "내가 너희 때는 더 했어" / "원래 젊을땐 다 그런 거다"


기죽지 맙시다.

친구들아. 기죽지 말자.

스스로를 속이지 맙시다. 우리의 가방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내가 나약한 거라고 속이지 맙시다.


우린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린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가방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걸.

어깨가 좁은 것이 아니라, 이 위로 얹히는 짐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

“어찌됐든 여러분, 우리의 제1명제는 살아남는 것입니다.”


내일 하루도 무사히 살아남아 다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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