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쟁이 무섭다》의 글귀걸이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by 바람꽃 우동준
IMG_20180401_021653_922.jpg


《분노가 용기를 대신하려들고, 불신이 지혜를 가장한다.》



2000년 전 부활한 예수를 기억하는 날이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다가옴을 직감하고 함께 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었다. 우리는 흔히 용기의 결과를 분노라 지혜의 발로를 불신이라 칭하지만 그게 그리 단순한 걸까.


언제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건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할 수 있냐는 것이다. 예수를 잡으러 온 로마병사를 보고 제자는 분노하여 병사의 귀를 칼로 내리쳤지만 정작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그는 예수를 모른다 했다.


분노가 비겁함을 가리지 않을 수 있다면. 그 분노는 진정 용기있는 분노이리라. 나는 오늘, 시대의 약자를 가슴 깊이 사랑한 예수를 기억하며 그의 용기와 분노를 기억한다. 그 시대의 권위와 지혜에서 누가 소외되었는지 바라보았던 용기와 지혜를 기억한다.


나에게 되묻는다. 혹 나의 비겁함을 분노로 대신하지 않는지. 나의 약한 믿음을 얄팍한 논리로서 지혜라 가장하지 않았는지.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나는 전쟁이 무섭다》의 글귀걸이


IMG_20180401_021653_931.jpg
매거진의 이전글《김연아가 대학생이 되려면》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