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책으로 1천 페이지를 훌쩍 뛰어넘는 이 방대한 저작을 손에 잡은 첫 소감은 '용맹전진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비루한 시대도 위대한 시대가 된다'이다》
용감한 사람보단, 용감한 선택을 했던 사람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그들이라고 우리와 무엇이 크게 달랐을까.
"나는 그 사람처럼 용감하지 않아서." 이 말은 생각보다도 많은 걸 단조롭게 만들어버려. 용감함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사실 순간의 선택으로 획득하는 거거든.
누군가를 용감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릴 때. 우린 우리가 마주할 선택의 부담을 반절씩 덜어낼 수 있었어. 마치 나의 선택이 내 숙명이라는 듯이. 그들에겐, 그런 선택이 숙명이었단 듯이.
아- 거창하게 시대의 십자가를 지라는 얘기는 아니야. 고결한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선택을 해야된다는 말은 아녔어. 그저 겨우 1천쪽의 책에 담긴 이야기가 방대함을 자랑하는데, 하물며 1천 일이 넘는 우리 삶의 이야기는 얼마나 방대하냐는 이야기야. 오직 하나뿐인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이야기를 지금 써내려가는 중인데 '나는 용감한 사람이 아니다'는 말로 벌써부터 책을 덮게 할 순 없잖아.
선택의 용감함이 전부야. 그뿐이야. 용감한 사람이 될 필요없이 그저 매순간 다가오는 선택에 용감해지면 돼. 그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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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써내려갈 이야기가 더 두꺼워질 수 있게.
황현산 단편집 《밤이 선생이다》 중 <역사는 음악처럼 흐른다>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