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의 글귀걸이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by 바람꽃 우동준

《청년의 어머니가 어렵사리 노자를 구해 전방 부대를 찾아갔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청년이 탈영을 해서 자기들도 행방을 모른다며, 청년의 어머니를 도리어 죄인처럼 다루더란다. 아들이 무슨 일로 부대에서 사망했겠지만 탈영병으로 처리되는 바람에 보상을 받기는커녕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살아야 했던 그 부모들도 지금은 저세상 사람이 되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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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에서 곧 정상회담이 열린다. 확실히 이번엔 분위기가 좋은 듯 하다. 더해 정전을 종전으로, 민족의 불화를 민족의 평화로서 선포한다니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대화의 물꼬가 처음 트인 것이 벌써 몇 년전인가. 이제서야 그 결실의 형체가 보이니. 너무도 너무도 멀리 돌아온 것이다. 평화를 향한 걸음이 정치권의 밥그릇으로 놓였던 지난 몇 년간, 조국이 부여한 총으로 스스로를 겨눈 이들을 기억하는가.


적군과 아군을 식별하기 위해 같은 군복을 입었지만 까만 막대의 갯수는 달랐기에 그들은 영원히 아군이 될 수 없었고. 전쟁은 중단되었지만 매일 밤 치뤄지는 전투는 참혹하고 처절했다. 일방적인 공격과 방어로 나뉜 전투는 불침번의 보초로 고요하고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매일 밤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를 외쳐야 취침을 허락했던 직속 상관들은, 제 계약기간의 연장이 곧 군인으로서 지상 과제이기에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는 내부고발은 반란이오 쿠데타였다.


그렇게 전쟁없이 발생된 희생이, 개인의 자유를 위해 택한 죽음이 얼마였던가. 이 땅에서 자유를 외치는 자들은 대체 무엇을 보지 않았던건가. 있는 애비가 아니라 미안하다며 자식을 군대에 보냈던 역사가 우리이고. 그렇게 군대에 간 없는집 자식들이 대학생에게 총을 쏜 역사가 바로 우리다.


가장 낮은 자로부터 시작되는 평화가 진정한 자유를 증명할 것이라 부르짖으면서도 다시 가장 높은 자를 바라본다. 반년 전 총알이 몸에 박힌 채 자유를 찾아 뛰어내려왔던 북한 병사의 그 판문점으로 이번엔 김정은이 걸어 내려온다.


아무도 제대로 경험해 본 적 없는 평화와 자유를. 우린 이제야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일까. 평화를 경험해 본 적 없던 우리가 그렇게 지키려했던 평화가 드디어 가까이 온 것일까.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내가 믿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의 글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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