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그러니까 자신의 불행이 어른들의 개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저 아이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높은 관심이 수그러들고 나면 아이가 당하게 될 고통은 두 배 세 배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행복보다 가까이 지낸 불행. 그래서인지 이따금 찾아오는 행복의 순간이 제옷이 아닌 듯 마냥 어색하기만 하다. 불행의 더딘 방문은 불안과 안도의 그것, 그래 그 모든 순간이다.
박수와 축하의 순간이 내 슬픔이 가장 커지는 순간이라는 고백. 많은 이에게 축하를 받을 때에 정작 난 그대의 작은 토닥임과 조용한 위로를 받고 싶었다는 고백이다.
그러니까 나는 아는 것이다. 기쁨 너머엔 기쁨이, 행복 너머엔 행복이 없다는 걸 나는 아는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 내 기쁨을 축하해주지만 정작 내 불행의 순간에 여러분이 없을거란 걸. 난 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도 나는 잘 안다.
나의 불행이 여러분과의 동행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날 향해 생긋 지어주었던 여러분의 미소가 수그러들고 나면 나 홀로 맞이할 불행과의 둘 만의 시간이, 기쁜 오늘을 떠올리느라 더 힘들어질 거라는 걸 난 잘 안다.
그러니 내 건투를 비는 술 한 잔으로 오늘의 기쁨을 서둘러 마무리하자.
고맙고 또 고마운 그대여.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폭력에 대한 관심>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