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맥락을 따진다는 것은 사람과 그 삶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맥락 뒤에는 또다른 맥락이 있다. 이렇듯 삶의 깊이가 거기 있기에 맥락을 따지는 일은 쉽지 않다.》
[어려운 일과 쉬운 일]
논리의 맥락을 따지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 주장의 근거, 설명을 위한 예시. 그 흐름을 듣고 미흡한 부분을 붙잡아 상대방 스스로 무너질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 되는 일이다. 맥락을 이렇게 사용하는 건 쉬운 일이고, 나는 이 대화의 틀을 논쟁이라 부른다.
발화의 맥락을 따지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상대방이 왜 이 단어를 택했고, 왜 굳이 이 예시를 꺼냈는지 상상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이는 어느 정도 상대의 오류를 문제삼지 않은 채 대화를 지속시키는 것이고, 꺼내진 말들보단 아직 꺼내지지 않은 말들과 배경에 집중하는 것이다. 맥락을 이렇게 사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나는 이 대화의 틀을 소통이라 부른다.
맥락이란 단어는 평가의 용도로 쓰이기 보단 이해의 범위를 넓히는 데에, 더 쓰임새에 맞는 단어가 아니었을까. '맥락에 안맞지 않나요' 보단 '그건 이런 맥락에서 한 말이 아니었을까요'가 우리를 더 나은 대화로 이끄는 게 아니었을까. 이것이 보이지 않던 네 삶의 맥락을 존중하는 게 아니었을까.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맥락과 폭력>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