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비천함》의 글귀걸이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by 바람꽃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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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원칙도 없이 허욕과 허영에 기대어 아슬아슬한 연극을 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며, 신부 논객이 지난 시절 동구의 삶과 대비하려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이 비천한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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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이 가능한 이유는 버리는 것에서 오는 기쁨이 소유에서 오는 안정감보다 더 크기 때문. 이 기쁨은 홀가분함. 해방감. 자유로움. 가벼움. 그리고 이걸 버려도 난 괜찮다는 자기확신에서 오는 희열. 그중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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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먹고 싶고. 마셔도 마시고 싶고. 널 안고 있어도 더 안고 싶은 건. 사실 내가 바란 거는.. 사실 우리가 바란거는.. 다른 거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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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하고 싶다. 허무하고 싶지 않다. 가득차고 싶다. 불안하고 싶지 않다.

사랑받고 싶다. 혼자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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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바라보며 아슬했던 지난 선택들을 바라볼 때. 옅은 미소라도 지을 수 있는 건 나로서의 원칙과 나를 부정하지 않는 기준들이 있었기에. 그렇게 비록 비참한 연기였지만 비참한 배역이 나일수는 있었기에. 끝나고 난 뒤가 부끄럽지 않을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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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시대의 비천함>의 글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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