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나의 일을 되찾기

by 바람꽃 우동준

2011년 4월 언젠가



-어색



지금 나는 육군훈련소 29 연대 3 교육대대 9중대 4소대 2분대 186번 훈련병이다. 길다. 우리 소대 담당 훈육 분대장은 총 3명. 헐크처럼 단단하게 생기고 덩치도 산만한 병장 분대장, 키도 작고 덩치도 작지만 날렵하게 생긴 상병 분대장, 여드름 좀 나고 눈 찢어지고 안경 쓰고 키가 큰 일병 분대장. 다 무섭지만 그래도 제일 무서운 건 일병 분대장이다.


제일 우리 옆에 붙어 있는 시간이 많은 것도 일병 분대장이다.

“항상 식사시간은 18시다. 우리 소대뿐만 아니라 교육대대 전체 인원들이 한 번에 간다. 지체될수록 니들만 더 늦게 가서 얼마 못 먹고 일어나야 돼. 그리고 그렇게 되면 늦었다고 나도 얼차려 줄테니까 얼마 안 먹은 거 마저도 토하겠지.” 말을 참 맛깔나게 했다.


우리 소대 집합 위치는 전투화 세척장으로 나가면 있는 분리수거장 옆이다. 일병 분대장은 우리에게 명찰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명찰엔 -29R 9CO 186번 우동준-이라고 적혀있다. 앞으론 전투복 말고 활동복으로 입고 다닐 땐 항상 이 명찰을 왼쪽 가슴에 달고 다니라고 한다.


“현재 시각 17시 45분이다. 50분까지 전원 4열 종대로 식사 집합!”


다들 부리나케 뛰어갔다. 실내화 놓는 신발장엔 개인번호가 따로 기재되어있었지만 다들 아무 데나 자기 실내화 던져놓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갔다. 정작 모여서도 우왕좌왕. 제일 첫 줄은 4명인데 중간엔 5명이고 앞뒤 줄도 안 맞는다.


“동작 그만- 어렵습니까? 겨우 뛰어와서 4줄 맞추는 것도 못합니까? 앉아-!”


서로 엉켜 있는 상태에서 앉으려니 서로 부딪치고 넘어지고 난리였다.


“전투모 안 쓰고 온 인원 일어나.”


급하게 나오느라 전투모를 깜빡했다. 물론 나만 안 한 건 아니다. 그렇게 우린 10분 간의 얼차려를 받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은 1 교육대대 2 교육대대 3 교육대대가 같은 곳에서 먹어 정말 분대장 말대로 한 팀이 늦으면 줄줄이 늦게 될 것 같았다.


식당 앞 입구에선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소대들이 서로 마주 보며 군가를 부르고 또 잘못하면 얼차려를 받고 있었다. 짬밥이라지만 얼차려를 받고 먹는 밥맛은 꿀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도 우린 식당 앞에서 모든 소대원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추 다 나온 것 같은지 일병 분대장은 말했다.


“선두- 우측 열 뒤로 번호!” 제가 우측 열 뒤로 번호 하면 선두 열 제일 우측에 있는 인원부터 우측 열만 뒤로 번호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우측 열 뒤로 번호-”

“하나, 둘, 셋, 넷....... 열다섯 번호 끝.”

“.... 제가 ‘우측 열 뒤로 번호’라고 하면 다 같이 복명복창합니다. 제일 마지막은 그 숫자 말하고 그 줄에 몇 명 있는지 얘기합니다. 한 명 없으면 일결, 다 있으면 만입니다. 한 번만 다시 합니다. 알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우측 열 뒤로 번호-”

“우측 열! 뒤로 번호! 하나! 둘! 셋!,,,, 열다섯! 번호 끝.... 마... 만입니다!”


제일 끝에서 조용히 서로 ‘만,, 만..!’이라며 속삭였고 아슬아슬하게 타이밍 맞게 만입니다를 외쳤다.


“소대 전 인원 이동합니다. 선두- 앞으로 가! 발 안 맞춥니까! 발맞춥니다. 왼발! 왼발! 왼발!”


비는 그쳤다. 해도 져서 어둑어둑하다. 밥 먹고 사용한 세면장, 화장실도 입소대대 보단 비교도 안될 만큼 쾌적하다. 같이 이동하는 인원은 여기서의 내 앞뒤 번호다. 입소대대에서 같이 온 동희 형. 나는 186번 동희 형은 200번으로 동희 형은 3분대다.


비록 같은 분대는 아니지만 소대 전체가 방안의 복도로 연결되어 있어 늘 같이 이동하며 얼굴을 본다. 그나마 동희 형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우리 분대 애들을 보니 다 조용조용하니 착한 것 같다. 아직 서로 한 마디도 못했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마치고 저녁 점호 시간이 되었다. 교육대대 첫 저녁 점호. 무게감이 입소대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우리 모두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침상 끝에 발끝을 딱 맞춘 채로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 있다. 복도에선 분대장들의 구호 소리가 들린다.


정자세로 서있으니 앞 침상이랑 자연스레 서로 마주 보게 된다. 시선이 참 어색했다. 괜히 다른 데 보다가 또 눈 마주치고 괜히 관물대 보다가 또 눈 마주치고. 30분의 점호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본격적인 시작


아직 간밤의 어두움이 미처 가시지 못한 06시. 전 막사에 울려 퍼지는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번쩍이며 생활관의 불들이 일제히 켜졌다.


“기상- 기상! 전 인원은 15분까지 집합장소로 집합합니다. 빨리빨리 안 합니까! 정신 안차려! 아직까지 누워있는 훈련병은 뭐야!”


분대장들은 언제 일어났는지, 전투복을 벌써 입고 내려왔다. 몽롱한 정신을 억지로 차려가며 일어나긴 했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니 복도 쪽에 있는 애들은 벌써 침구정리 다하고 환복하고 있다. 다급하게 나도 얼른 일어나 침낭을 둘둘 마는데 영 크다. 모포도 시간 없으니 얼른 개고 매트릭스도 접어서 넣어 놓고 전투복을 꺼내 환복을 했다.


“집합 5분 전! 복명복창 안 합니까! 집합 5분 전!”

“집합 5분 전!”


이미 다 하고 집합 장소로 뛰어가는 애들도 있는 반면 나는 이제야 양말을 신고 있다.


“창가! 커튼 안칩니까? 아직도 밤입니까?” 어젯밤엔 창가라 좋아했는데 똥이다. 결국 신었던 전투화를 다시 벗고 올라가 커튼을 치고 묶어야 했다.


“집합 3분 전”

“집합 3분 전!”


뛰어나와 보니 정렬해 있는 애들의 수가 빈약하다. 상병 분대장이 나왔다.


“엎드려! 여러분 장난합니까? 여기가 집입니까? 불 켜주고 깨워주고 집합 시간까지 알려줬는데도 못합니까? 지금부터 4소대 전원이 나올 때까지 현 자세 유지합니다.”


4월엔 당연히 봄이겠거니 했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밤 사이 차가울대로 차가워진 시멘트 바닥에 댄 손바닥은

찢어질 것 같았다. 나머지 애들과 함께 분대장들이 나왔다. 우락부락한 병장 분대장이 말했다.


“4소대 훈련병. 니들이 보여준 지금 첫 기상은 최악이다. 아침 점호 마치고 다시 이 위치에 집합한다. 오늘 아침 자유시간은 없다. 교육받고 바로 아침식사를 간다. 아침식사 후에도 바로 교육이다.”


정렬하여 이동한 아침 점호 장소는 막사 옆에 있는 불당 앞 공터였다. 아침이슬로 축축해진 공터에는 진흙탕이 여기저기 있었고 뿌연 안개가 자욱했다. 소대별 중대별로 3 교육대대 내 모든 훈련병들이 정렬하여 아침 점호를 받았다.


“앞사람 머리만 바라봅니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열중 쉬어입니다. 누가 움직입니까?”


분대장들의 통제로 모두 조금씩 정렬이 되어갔다. 지금까지 받은 아침 점호와는 많이 달랐다.


“1소대- 보고!”

“보고-”

“충성! 1소대 아침 점호 인원 보고! 총원.....”


분대장들까지 정위치를 하자 소대별로 보고가 시작되었고 탁탁 끊어지는 분대장들의 모습은 군기가 가득했다. 눈 앞에서 보는 군인의 모습에 문득 멋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부대 차렷!”


소대장의 전체 통제로 모든 훈련병들이 열중쉬어 자세에서 일제히 차렷 자세로 바뀌었다.


“뒤로 돌아!”


분대장들의 뒤로 돌아는 탁탁 끊기는 반면, 우리들의 동작은 흐물흐물하다.


“전방을 향해 5초간 함성 발사!”

“아~”

“소리가 너무 작습니다. 아침부터 바닥을 구르고 싶습니까? 다시 합니다. 전방을 향해 5초간 함성 발사"

“아아-”


점호가 끝난 후엔 그 상태로 줄줄이 교육연대 주위를 뛰었다. 전투화는 아직 길들지 않아 무척 무거운 달리기였다. 점호가 끝난 뒤엔 다시 집합장소에 모여 아까 못다 한 얼차려를 마저 받았다. 아침 먹고 와선 처음으로 군가도 교육받았다.


“오늘부턴 매 식사 후에 여기 집합 장소에서 군가를 배우고 들어간다. 너희들이 5주간 배울 군가는 정해져 있다. 그러니까 니들이 빨리 배우면 빨리 배우는 데로 남는 시간엔 휴식을 보장해 주겠다.”


군가는 그냥 부르면 되는 줄 알았지만 군가 기본자세부터 반동까지 생각보다 복잡했다.




- 가뜸


‘오늘은 4월 8일 금요일. 내가 입대한 게 4월 4일이니까 겨우 5일째’


한참이 지난 것 같았는데 아직 한 주도 지나질 않았다. 시간이 안 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금요일인 오늘은

정신교육을 받았다. 중대장님이 앞으로 우리가 이 곳에서 5주간 받게 될 훈련들에 대해 PPT로 보여주셨다.

사격장에서부터 수류탄, 화생방, 각개전투 사진 속 병사들은 하나같이 모두 괴로운 표정이다.


정신교육이 끝나고 한 줄씩 서서 주사를 맞았다. 다음 주부터 들어갈 군사 기초훈련에 대비한 파상풍 주사란다. 막사 안에서는 모두 우측통행이며 분대장 및 간부들이 지나갈 땐 손을 올리며 충성이라고 외쳐야 했다. 하라는 대로 충성을 하면 너희 중 한 사람만 하면 되지 왜 다하냐고 받아주기 귀찮다고 핀잔이다. 아. 지랄이다.


분대장들은 훈련할 때 입을 CS복을 지급해주었다. 분대장이 몇 명을 골라 데리고 나가더니 마대자루 5개를 가지고 들어온다. 복도에 우르르 쏟아내더니 분대별로 가위바위보를 해 순서대로 자기 사이즈의 옷을 가져가라고 했다.


사이즈는 다양했다. 빨리 찾는다고 뒤적이는데 이건 뭐 한국전쟁 때 입었을 만한 옷도 나오고, 내가 아는 군복은 분명 초록색인데 여긴 다 색이 바래 고구마 같은 색깔의 옷이 전부다.


맘엔 안 들지만 대충 내 사이즈에 맞는 걸 골라 제 자리로 돌아왔다. CS복을 지급받고 나선 분대장들이 각자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나눠주었다. 이름표 왼쪽엔 5개로 칸이 있었고 가운데에만 까만색으로 칸이 채워져 있었다.


“지금 받은 이름표는 총 5개다. CS복 전투복 우측 상의 포켓 위에다 가뜸해라. 지급받은 세면백 안에 보면 바늘이랑 실이랑 있으니까 그걸 사용하고 가뜸하는 법은 가로는 X형태로 5개, 세로도 X형태로 3개 들어가도록 하면 된다. 그래서 총 X의 개수는 12개다.”


그러곤 이름표와 함께 교번이 적혀있는 노란색 명찰도 나누어 주었다.

<9-186>

노란색 명찰은 왼쪽 상의 포켓 위에다 박으란다.


전투복 2개. CS복 야상 1개, 그리곤 지금 가지고 있는 야상과 전투복에도 박으란다. 그때부터 바느질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모두 짧은 머리를 하고 험상궂게 생긴 장병들이 진지하게 바늘구멍에 실을 넣고 있었다. 곳곳에서 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빠르면 20살, 21살. 늦어도 24살. 다들 살아오면서 바느질을 해보긴 했을까? 난 해본 적이 없다. 관심도 없었고 늘 누군가가 해주었으니까. 누군가가 해주었던 걸 되찾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무척 어려웠다.


바늘이 나오는 위치를 생각 안 해 손끝이 찔리는 애들도 있고, 한 줄로만 바느질을 하는 애들도 있다. 금요일은 그렇게 가뜸을 하며 끝이 났다.


내일은 드디어 주말이다. 듣기론 군대에서도 주말엔 쉰다고 했는데 어떻게 쉬려나. 성당을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오늘 밤엔 다시 불침번이 있다. 한 번에 세 명씩 불침번을 한다. 바깥쪽 복도에 두 명. 생활관 안 복도에 한 명.


시간은 4시부터 5시다.




-종교 행사


첫 주말.

꿀맛 같은 휴식, 늘어지는 오후, 끝없는 여유 같은 걸 기대했지만 무서울 정도로 평일과 똑같았다.


하나 다르다면 평일은 6시 기상이었지만 주말은 7시 기상이라는 점. 오늘 아침 기상나팔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손목시계부터 봤는데 7시였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7시 기상이라는 점과 점호가 끝난 후엔 활동복으로 지낸 다는 두 가지를 제외하곤 첫 주말은 쉼이 없었다.


토요일에도 정신교육은 계속 이어졌고 가뜸이 이어졌다. 또한 목요일과 금요일에 못한 기본 생활교육이 실시되었다. 분대장들이 관물대 앞에서 하나씩 위아래로 살펴보며 몇 명을 제외하곤 일어나라고 지시했다.


“너희들이 왜 일어나 있을까? 그리고 앉아있는 애들은 왜 앉아 있을까? 군인은 제식이다. 너희가 다음 주에 기본 제식훈련을 받게 되겠지만, 제식은 훈련이 아니다. 군인에게 제식은 생활이다.”


분대장의 엄한 잔소리 후엔 생활 제식의 시범이 이어졌다. 모포의 각은 어떻게 잡는지, 침낭은 어떻게 꾹꾹 눌러 정리하는지, 침낭 피에 넣고 공기 빼서 정리하는 법과 매트릭스와 모포, 베개의 선 일치, 관물대 안 전투복들의 정리법, 관물대 안 개인 물품들의 깔끔한 정리, 방탄, 탄알집, 및 개인 군장 정리법을 배웠다.


군대에서의 깔끔한 기준은 통일성이었다. 정해져 있는 방법에 모두 동일하게 정리하는 것이 여기서의 깔끔함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제식이었다.


통일성과 일관성. 모두 하나의 모습을 보이는 것. 이건 제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과 신념에도 요구되었다. 그렇게 토요일엔 생활 제식과 더불어 기본 보급품들은 더 지급받았다. 다음 주 훈련을 앞든 훈련 물품들이었다.


수통과, 반합, 야전삽, 방독면.

기본적으로 지급되어 있는 인원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없어 한 명씩 나가 지급받았다. 지급받는 수통은 여기저기 찌그려져 있고 입구 주위는 검댕이 묻어있었다. 밥을 담게 될 반합도 찌그려져 있고 때가 묻어있었다.


오후엔 전투화를 닦았다. 비록 1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으나 밖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전투화를 닦으니

왠지 편하고 좋았다. 깨끗해진 전투화를 보니 잠시나마 기분이 산뜻해졌다.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이 되었다. 밖에서는 그렇게도 무심했던 성당이 여기선 너무나도 절실하다. 얼마나 가고 싶은지 분명 7시 기상인데 6시부터 눈이 떠져 침낭 속에서 기상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특이했던 건 여기선 하루에 종교행사를 두 번 한다는 것.

토요일 밤 분대장이 들어와서 집합을 시켰다.


“내일 종교행사 간 인원 조사를 한다.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해서 총 두 번을 가고 여기엔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해서 총 네 개 있다. 이슬람 있나? 참고로 훈련소엔 이슬람도 없고, 미참석도 없다. 먼저, 오전부터 조사한다. 오전 천주교 인원 거수!”


우리 중엔 오전엔 기독교, 오후엔 불료로 가는 인원도 많았다. 종교 대통합이 군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종교행사 간엔 소대가 아닌 해당 인원들로만 통제를 했다. 천주교는 우리 연대에서 좀 걸어야 했다. 불교는 우리 연대 내에 있었고 제일 가까웠다.


참고로 기상해서 창문을 걷으면 창문으로 ‘호국 연무사’ 법당 위에 앉아 계신 황금 부처상의 찬란한 황금빛을 볼 수 있었다. 제일 멀었던 종교는 원불교. 하지만 원불교는 잠시나마 이동하며 훈련소 외부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메리트였다.


그렇게 각자의 종교로 이동하였고 나는 성 김대건 성당으로 갔다. 종교행사는 우리만 하는 게 아녔기에 각 연대, 교육대대에서 온 인원들로 복잡했다.


"29 연대 3 교육대대! 여기 세 번째 전봇대가 우리 집합 위치다. 종교행사 와서 마음의 평안을 찾아야지 괜한 담배처럼 쓸데없는 거 찾다가는 그대로 군장 싸게 해줄 테니까 조용히 미사 보고 여기 이 자리로 모인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겨우 한 시간이었다. 한 시간 남짓한 미사였지만 미사가 끝나고 나왔을 때의 편안함은 일주일을 버티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오는 길에 수녀님께서 성경과 로션, 스킨, 폼클렌징이 들은 조그만 백을 나눠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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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도 사회


훈련소에서의 첫 주. 시작은 총기 수여식 및 신고였다. 처음 받아 보는 총. 서든어택에서는 되게 가볍게 들고 다니길래 가벼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들어보니 무겁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차갑다.


‘이걸로 사람을 죽이는 거구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도구인 총. 그런 도구를 지급받고 서있으니 느낌이 이상하다. 지급받은 내 K-2 소총의 총번 여섯 자리. 앞으로 잊지 말아야 할 숫자이다. 그리고 총에도 마찬가지로 가뜸을 하였다. 총에 있는 멜빵끈에 내 주기를 가뜸하고선 그날 밤 ‘총기 친숙화 훈련’이란 이름으로 한 침낭 안에서 총과 함께 잤다.


첫 주엔 –군인 기본자세 확립-이란 목표로 훈련을 받았다. 일단 먼저 거수경례부터 뒤로 돌아, 좌향좌, 우향우, 무릎 앉아 등 도수 각개훈련을 받았다.


고등학교 체육시간 때 늘 하던 동작들인데도 군복을 입고, 분대장들의 윽박지름과 함께 긴장된 상태에서 하니

몸 따로 머리 따로다. 장난을 좋아하던 소대장은 훈련 중 시험을 친다며 말했다.


“얘들아 잘 들어. 너네들이 훈련소에서 잘하면 우리가 보고 그 인원에게 상점을 줄 거야. 그 상점들을 잘 모으면 전화도 할 수 있고, PX도 보내 줄 거다. 담배는 물론 못 피지만 라면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어때? 막 불끈불끈 허나??”


엄청나다. 전화라니. 긴장하고 있어 잊고 있었는데 전화란 말을 들으니 갑자기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진다.


‘저거다! 상점을 따자.’


그런데 세상엔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초록불이 있으면 빨간 불도 있는 법. 상점의 존재를 알게 되며 우린 벌점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벌점은 더 무서웠고 더 쉬웠다. 얼차려와 함께 부여되는 벌점은 30점이 되는 순간 완전군장이란다.


전화해야 하는데, 엄마 목소리 들어야 되는데 상점은커녕 벌점만 모으고 있다.



- 그 (HE)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니 분대장들 눈이 뒤집힌다. 여기서도 고함, 저기서도 고함이다. 그러면서 얼차려는 가볍게 주고 벌점만 쏘아댄다. 맘 같아선 팔 굽혀 펴기나, 제자리 돌기 같이 몸으로 벌을 때우고 싶지만 교활한 분대장들은 벌점만 뿌려댄다.


교육에 들어가니 지적받는 부분도 그만큼 늘어났다. 다들 긴장하고 있어 이젠 관등성명도 쭉쭉 나오고 실수도 줄었지만 아직 앞존법만큼은 어색하다. 나는 다른 것 보다 앞존법이 제일 어려워 안 그래도 많이 있던 벌점에 5점이나 더 보태었다.


소대장이 내게 물었다.


“너는 기간병 중에 누가 제일 좋으냐?”

“186번 훈련병!! 우! 동! 준! 저는 병장 분대장님이 제일 좋습니다!”


나름 군대에서 이런 거 물을 때 질문자 바로 밑 계급을 말하는 게 팁이라고 들어 그렇게 하긴 했는데 앞존법이 틀려 벌점을 받았다. 군대에선 나에게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듣는 사람보다 높으면 높이고, 듣는 사람보다 낮으면 나보다 놓은 사람이라 해도 낮춰서 얘기해야 된단다.


이번 주는 기본 탄띠만 가지고 제식훈련을 했다. 경계와 크레모아 설치와 같은 걸 배우고 하루 일과가 끝난 후엔

생활관과 연병장에서 도수체조를 교육받았다. 도수체조는 그다지 어렵진 않았다. 고등학교 때 하던 체조들에서 조금씩 바뀌는 정도였으니까.


체조는 쉬웠다. 그러나 이날 처음으로 그의 존재가 드러났다.


모두가 오른팔을 들 때 왼팔을 드는.

모두가 왼쪽으로 좌향 좌를 할 때, 오른쪽으로 도는.

모두가 기상나팔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일어나 신속히 환복을 해 갈 즈음, 아직까지 침낭 속에서 뒹굴거리며 잠꼬대를 하는.


그동안은 우리 모두가 처음이라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날 확실히 그의 존재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는 184번.


184번, 185번, 186번은 세명이 전우 조고, 나는 186번.

그는 나와 함께 붙어있는 전우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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