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꽃 우동준 Jan 29. 2016

돼지국밥 2+ (with. 바보)

#아버지 #당신과 내가 따뜻했던 순간

*15년간 달리 살아온 나의 아버지를 인터뷰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 당신의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카페다. 

내가 일하는 곳 근처에 있는 카페. 이 카페는 2014년, 내가 한참 청년잡지를 만들 무렵 처음 찾았던 곳이다. (너무 감사하게도 이 카페 사장님이 잡지를 받고 싶다고 내게 먼저 연락을 주셨었다) 오늘 인터뷰이는 이 카페를 운영하시는 사장님의 아버지이자, 이 카페에 주방장님. 왜인지 모르겠지만 난 처음부터 아저씨에게 '아버지'라고 불렀다. 왠지 모를 친근함이 있었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았어도 그 따뜻함이 느껴졌기 때문일 테다.

나는 인터뷰를 요청하며 아메리카노를 함께 주문했고, 아저씨는 직접 만든 쨈을 바른 토스트를 가져다주셨다. 

토스트는

역시 맛있었다. 







I : 아버지! (편하게 아버지라고 불러왔기에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에도 난 아버지라 불렀다) 이 쨈 진짜 맛있네요?!

H : 짜식아! 먹고서나 말해라! 먹지도 않고선..

I : 헤헤...들켰따.. 아버지 언제 끝나세요? 요리할 거 많이 남았어요? 

H : 아냐. 다해간다~ 쫌만 기다리! 

(아버지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 신다) 


5분 뒤 


H : 자- 내가 또 뭘 도와주면 되노 (아버지는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오셨다) 

I : 제가 지금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H : 아버지? (조금 놀라는 표정) 

I : 네. 어... 어렵지만 시작해보고 있습니다... 

H : 아버지라.. 

I : 일단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되고요. 익명으로 진행돼서 아버지를 호칭할 별명을 하나 말씀해주셔야 돼요. 그 별명은 아저씨가 20대 때 불리던 별명이요. 

H : 내가 20대 때 불리던 별명이라....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 바보? 

I : 바보요?? 

H : 그랬지. 참 바보 같이 산다고 그렇게 불렸었어. 






별명 :  바보  / 나이 : 62세 

자식은 2명 / 모두 아들 

아들은 36세, 34세 




H : 그때 난 두려움도 없었고. 내가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청년이었어.  상황적으로 내가 힘들고, 취직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다른 사람이 내게 뭐라고 하든 난 전혀 관계없없어. 지가 뭔데. 

난 기다리고 있던 거였어. 남들이 내게 실업자라는 이야기를 할 때에도,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괜찮았었어. 그러다가 결국 난 찾던 걸 이루었지. 선박회사. 

I : 아! 선박회사에 계셨었어요? (놀람) 

H : 그랬지. 당시에 116명 중 한 명 뽑는 거에 내가 됐었어. 그땐 최고 좋은 직종이 선박회사였거든. (아저씨는 오른손 엄지를 치켜세우셨다) 79년도 입사했을 당시에, 5개 그룹 평균 연봉이 15만 원 정도였는데 난 20만 원 대였어. 

I : 오오.. (뭔가 갑자기 80년도의 아저씨가 부러워졌다) 

H : 자기가 원하는 걸 기다릴 수 있는 여유. 누군가가 꿈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는, 다른 사람들이 전혀 볼 수 없는 부분인 거야. 그래도 그땐 막 쫓기고 그런 게 없었어. 지금도 그 이야기를 해. 기다릴 수 있다는 건 은총이라고. 어차피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고, 무엇이든 기다리는 시간이 꼭 필요한 법인데, 어느새 우린 그 과정을 다 무시해버리잖아. 

I : 기다릴 수 있는 건 은총이라.. 사실 저도 요즘 많이 조급해져 있는 것 같아요. 

H : 어느새 우린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보려 하고 있어.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찾는 거야. 그건 별로 안 좋아. 열매를 같이 맺을 수 있도록 해나가는 게 중요한 거지. 열려있는 열매를 따먹으려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건 별로 좋지 않아. 근데 우린 뭔가 다 급해. 

열매를 따먹으려고만 하지, 그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있어...      







I : 아버지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H : 있지. (아버지는 꽤나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내게 죽음은... 그냥 삶의 연장? 두려움이 없다는 거는 거짓말이겠지만.. 죽음은 그저 내가 단지 사라지는  것뿐이야. 내가 사라진다고 해서 남는 사람들에게 뭐 변화가 일어나고 그런 거는 없어! (아저씨는 손을 좌우로 휘휘 저으셨다) 


삼일 슬퍼하는 걸로 끝나는 거야. 그렇잖아? 

있지- 누구나 다 생각했을 건데, 그냥 조용히 끝내는 게 나를 위해서도 편하고.. 남아있는 사람에게도 편하겠다... 이런 생각 한 번쯤 했을 거야. 그건 한번 하는 게 아니고 수시로 느껴지는 거지. 






누구나 다 그 생각은 했을걸? 내 친구들도 이야기해보면... 흠.. 힘들 때 푸념 아닌 푸념, 그렇게 투정식으로 이야기하고....(허탈한 웃음) 


어.. 실제 액션을 취해볼까 하는 것까지도 많이 갔지.. 그게 순간인 거야. 그게 순간이지... 생각해서 하는 사람은 없어. 그럴 때 누군가가 옆에서 잡아준다면.. 잡아준다면...

그래서 그게 순간이라는 거야. 전화를 받으면 느낌이 와. 예전에 우리 가게에 자주 오던 단골 여자애가 있었는데, 걔한테서 전화가 온 거야. 근데 느낌이 막 와. 차가운 느낌이 팍. 그래서 내가 "니 지금 어디고?" 하고 물으니까  바닷가 와 있대. 그럼 여기 와서 따뜻한 거 한 잔 마시고 그래도 정 니가 죽고 싶으면 그때 죽어라 하고 딱 끊었어. 기다릴게 그렇게 하니까 한 한시간 반쯤 지나니 와서 저기 구석에서 울더라고. 한참을 울다가 "낙서해도  돼요?"라고 물어보길래 해도 된다고 했더니 아주 온대다 낙서해놨어 허허. 


(아저씨는 그 날의 이야기를 하시며 벽에 그려진 낙서 곳곳을 보여주셨다. 그 낙서 중 한 곳엔 그 여자친구의 이름과 그 날의 날짜가 적혀있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I : 혹시 자식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삶의 기술이 있나요? 

H : 음.. 오래 살지 말고 많이 살자. 

I : 많이 살 자요???

H : 우리가 그냥 숨을 쉬는 거 말고.  하루하루를 이어서 그저 오래 살다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많이 사는 거. 

나는 내 자식 아프고 나서 느꼈어. 오래 살지 말고 많이 살자고. 그게 요새 우리 모토야. (웃음) 

내 아이를 뿌리치지 않고 배려해줬을 때. 그럼 내 순간이랑 그 아이의 순간이랑 합쳐지는 거지.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거니까. 그게 많이 사는 거지.  

         

I : 아버지로서 단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H : 흠.. 우유부단하고. 순간적으로 내 기준에 의한 판단이 앞서는 거지. 그건 참 어찌 할 수 없는 거 같아. 성격상의 문제라서 하하. 하지 말아야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런 상황이 오면 자꾸만 내 생각과 다른 건 틀리다고 가는 거지. 

그리고  그다음으론  자식하고 친구가 되지 못하는 거. 난 친구가 다 되었다고 봤는데 아직도.. 친구가 되지 못하는 거. 

가끔씩은 되는 것 같으면서도 되지 못하는 그 괴리감이 있어. 

가부장적인 생활환경도 있겠지. 내가 살아왔던 경험이 전부인 것처럼 아는 거지. 그 경험을 좋았던 거 나빴던 거 그대로 돌려줄 수 있어야 되는데... 내건 고정시켜놓고 막는 거지 쯧..

 

      




I : 당신은 가족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나요?

H : 그럼~ 자식으로부터 위로받을 때가 많지. 

I : 그때는 어떨 때 인가요?

H : 그니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 혼자서 흔들리고 있을 때. 뭐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가족 간의 문제도 있고, 부부간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일 때 자식에게 가끔씩 오는 문자 한 통. 같은 식탁에 앉아서 밥 한 끼 먹을 때. 그때 참 좋지 (웃음) 

I : 그렇게 작은 걸로도 되나요?

H : (화내면서) 큰 걸로는 위로 못 받아. 내가 봤을 때 모든 기쁨과 위로는 절대 큰 것에서 안 와. 감동적인 건 사소하고 작은 거. 그게 위로고 배려가 되지.           




I :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요? 

H : 하하하. 3-40프로 정도는 알겠지?

친구가 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다 그런 거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는.. 결국 친구가 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단지 형식적인 것만. 일상적인 부분들만 알 수 있겠지.  



I :  그럼..... 부모는 자식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요?

H : 음...  아까랑 같겠지? 3-40프로?  

I : 그래도 오랜 기간을 보았고, 삶의 경험이 많으니까 더 알 수 있지 않을까요?

H: 아냐. 부모도 결국 겉만 알지. 정말로 속까지 알 수 있을까?

부모가  너는 내 자식이다 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부턴 알 수 없는 거야. 

(아버지는 정말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자식이다 



서른 넘어가도록 자식을 못 놓는 부모들이 있어. 

그냥 하늘이 나를 통해서 놓고, 나를 통해서 자라나게 하는 거지 그 뿐이야. 

성모님이 예수님 보고 우리 아기, 우리  예수라고 말한 적 없잖아. 

언제 예수님 보고 내 새끼라고 말한 적 있니? 하하. 


      


I : 아버지이길 포기하고 싶던 순간은 없나요?

H : 있었지. 

경제적으로 한 번 크게 힘들었을 때. 내가 이것도 못해주는데.... 무슨.. 그런 생각 들었었지. 

I : 외한위기 땐가요? 

H : 어.. 보자.... 그래 그때지. 

사기당하고 보증 잘못 서고...  경제적인 게 가장 크지. 그때 와르르 무너지면서. 참 힘들었지.                 

I : 제 또래들은 벌서 그래요. 벌써 아버지가 되길 포기하는 애들 많아요. 사실 저도 그렇고요. 

H : 그건 경제문제가 너무 힘드니까. 제도의 문제도 있고. 난 그걸 나쁘다고 생각 안 해. 그건 단지 기성세대의 책임이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아버지를 잘 할 수 있는 건 몇 명이나 될까? 자기 자신을 부양할 여유도 갖기 힘든데.

   


I : 자식이 당신에게 알려준 삶의 지혜는 무엇인가요?

H : 버리는 것. 내려놓는 것. 

I : 음.. 욕심? 기대 같은 건가요?

H : 그냥 모든 것.      

사실 아직도 어렵지. 지금도 계속 나와의 싸움이야.

그게 참 어려워. 

이걸 내려놨을 때 또 바람이 불 때.. 그땐 어쩌나 하는.. 그 불안하고 두려운 게 앞서다 보니까, 참 어렵지.

그래도 그냥 놓으면 돼.. 

(아저씨는 무릎에 올라온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이 쥐고 있어서 

하늘로 못가는 거 같기도 해. 

쥐고 있으니까 무거우니까 하늘로 못가는 것일 수도 있지. (웃음)   


               


      

I : 두 아들과 술을 마셔 본 적이 있나요?

H : 한번 있었지. 

I : 언젠가요? 

H : 15년 전에? 첫 째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삼부자가. 하하 


I : 기분이 어땠나요?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혹시 기억나세요? 

H : 좋았지. 그게 처음이자 마지 막였던 거 같은데? 이젠 뭐 술보단 같이 이야기하고 싶지.. 같이 앉아서. 

그냥 기회가  된다면...  그냥  살아왔던 거. 그냥 용서해 달라고... 그리고 용서도 해주고 싶고.. 서로의 마음속에 어딘가에 남아있을 그 매듭을 푸는 거.      







OFF THE RECORD 



     

어때요? 내일이 두렵진 않으세요? 

그건 다 내일을 너무 생각해서 그래 하하 

아 맞다. 올드보이에서도 그  말했었어요. 다 생각을 해서 우린 비겁해지는 거라고 하하          




결국 아버지는 농부고 외줄 타는 곡예사야. 


항상 아슬아슬한 걸 넘어가고 있다는 거. 큰 바람이 불면 휘청이고 떨어질 수도 있고.. 

떨어졌다가 다시 줄 매서 올라서야 되고. 계속 그 과정을 되풀이하는 거란 거. 


그걸 우리가 알아줘야 돼. 


그 순간에, 네가 보지 못하지만-

아버지 또한 너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거야. 





이번에도 이 글을 보는 누군가의 아들/딸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받았다.



그는 간단했다. "도전해라" 

난 그의 "도전해라"는 마지막 말이.

마치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는 것에 '도전하라'는 것처럼 들렸다. 


두려워하지 말고, 너도 아버지가 되는 것에 도전하라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들렸고, 그렇게 느껴졌다. 




사진 출처 - 사과 : http://blog.daum.net/hahahaluther/124

사진 출처 - 피에타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726T

사진 출처 - 하늘 : https://wallpaperscraft.com/download/field_dawn_sky_beautiful_scenery_87654/2560x1440

매거진의 이전글 돼지국밥 1+ (with. 양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