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글귀걸이

윤동주 100주년 기념 시집 중

by 바람꽃 우동준


[글귀걸이]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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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픔에 괴로워하는 이는 많다. 하지만 괴로움이 의로움이 되는 일은 많지 않다. 의로움은 꽤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다. 자신의 안위만이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관계라는 것 안의 개인은 그다지 독립적이지 못하다. 의로움의 끝엔 나의 행복이 아니라 내 가족의 행복까지 걸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의로움은 그래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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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십자가 고통엔 어머니인 마리아가 함께한다. 그렇기에 더욱 극적이고 아름답다. 예수는 어머니인 마리아를 사랑했을까. 내 오랜 질문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고통의 길을 대체 그는 어떻게 걸어갈 수 있었을까. 마리아보다 더 사랑한 것이 있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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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엔 순서가 있다. 뒤집을 수 없는 이 순서는 내가 받은 사랑에 비례한다. 날 향한 희생과 고통의 양이 내 사랑의 우선을 정한다. 그래서 난 의로운 사람이 되지 못한다. 비겁한 사람이 된다. 내게 주어진 벽은 높디높은 골고다 언덕보단 가까운 사람들의 눈물이다. 난 그렇게 비겁한 사람이 된다. 예수는 괴로웠지만 행복했다. 나의 괴로움은 짧은 도덕심일 뿐 행복한 십자가는 되지 못한다. 십자가를 쥐고 십자가를 바라보아도 예수의 행복은 내게 해소 못할 또 하나의 괴로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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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100주년 기념 시집 중 《십자가》의 글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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