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100주년 기념 시집
[글귀걸이] 《바람이 자꼬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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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들이 있습니다. 시대의 바람을 피할 수 없어 온삶으로 그 길을 통과한 사람들 말입니다. 애석하게도 바람은 멈추지않고 여전히 불어옵니다. 이 바람에 여지껏 참 많이도 쓰러졌습니다. 지금 그가 걸어간 길은 앞선 이들의 쓰러짐으로 만들어진 길임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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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이 경찰의 물고문으로 세상을 떠난 박종철 열사를 추모하며 바친 시가 노래가 되었습니다. 이 노래는 노무현 대통령의 추도식에서 우렁차게도 퍼졌고 힘차게도 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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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매서운 바람과 발목을 잡는 진창에 풀잎은 끝내 쓰러지고야 말았지만 풀잎은 누워서도 여전히 하늘을 바라봅니다. 푸르렀던 풀잎은 가을이 되어 노랗게 여물고 풍요의 희망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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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겨울을 버티고 버텼던 덩굴 인동초는 겨우내 꽃을 피우지만 그 꽃은 슬프고 또 슬픕니다. 어찌 겨울을 버틴지 알기에 바라볼수록 한없이 마음이 아린 꽃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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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을 잡던 근현대사의 진창길이 쓰러진 풀잎으로 단단해지고 다시 그 위를 인동초가 덮어 든든해졌습니다. 단단한 밑돌이 단단한 반석이 되었습니다. 바람이 자꼬 불어오지만 이제 그는 다릅니다. 앞선 두 정상이 만든 반석 위에 그가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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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이 만든 반석을 따라 두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천지도 이 날을 기다렸나봅니다. 적대와 분노의 역사가 천지의 바람에 실려 날아갑니다. 기쁨에 겨워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웃음이 기대를 남겨 더 행복합니다. 앞으로는 이 바람이 평화의 바람이 되려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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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100주년 기념 시집 중 《바람이 불어》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