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생각하는 바다> 공간 특성 분석. hwp

편집자 미안해. 또 늦어서 미안해.

by 바람꽃 우동준

지난 글을 마치며 다음 시간엔 보다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기로 했었다. 오늘은 <생각하는 바다>의 '현실과 특징'. '약점'과 우리에게도 '강점'이 (...) 있다면 네 가지 지점을 통해 균형 있게 공간을 살펴보자.






1. [현실] 상황. 돌이킬 수 없는 것들


생각하는 바다는 부산 광안리에 위치하고 있다. 광안리에 있지만 행정구역상 광안동은 아니고, 민락수변공원이 더 가깝지만 꿋꿋이 광안리의 끝자락이라 설명하는 곳이다. 광안리는 세 가지의 모습이 공존하는 바다다. 광안리의 우측은 아파트 대단지가 위치한 주거지역이다.





배우 최민식 씨가 주연한 '범죄와의 전쟁'의 명대사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에서 남천동이 광안리의 우측 동네라고 보시면 된다.


https://youtu.be/ZZS4aNrUmD8

내가 임마 어? 어제도 스장이랑 임마? 어? 사우나도 가고 어?



광안리의 중심은 오션뷰를 강점으로 하는 다양한 식당과 유층 시설이 펼쳐져있다. 통유리로 즐기는 오션뷰 호텔도 즐비하다. 즉 광안대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해안가의 로맨스와 낭만이 펼쳐지는 곳이다.





광안리 좌측은 먹거리다.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회센터를 시작으로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위치한다. 이 뒤로 부산 여름의 메카 '민락수변공원'이 시작된다.





내가 지내는 <생각하는 바다>는 바로 여기, 광안리의 먹거리 타운의 끝이자 민락수변공원이 시작되는 애매한 안쪽 골목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상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삼대장은 유동인구, 접근성, 주변 환경이다.





여름의 광안리는 낮밤 가릴 것 없이 유동인구가 넘치고 넘치는 차고 차고 넘치는 곳이다. 하지만 조금 더 세분화 해 살펴볼까. 앞서 광안리를 구분하듯 세 구역으로 구분해 본다면 광안리의 유동인구는 여름, 가을, 겨울 모두 광안리 해변을 중심으로 이동한다. 벚꽃터널을 앞세운 광안리 우측은 봄의 유동인구가 집중되지만 광안리 좌측은 회센터를 중심으로 이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식당가이기에 도보 이동보단 자차 이동률이 높다. 즉 광안리 좌측의 유동인구는 모두 주차장과 식당으로 향한다는 이야기. 종합하면 내가 위치한 골목의 유동인구는 계절을 타지 않지만 꾸준히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접근성은 어떨까. 광안리 해변 전체가 지하철과 거리가 있는 편이다. 해운대는 구남로 공사를 통해 지하철역과 바다가 직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획득했지만 광안리는 예부터 주거지역이 밀집된 곳이었기에 메인 도로에 지하철이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버스라면 조금 얘기가 달라진다. 1차선 해변도로까지 버스는 들어오지 못하지만 우리 공간은 민락동 시작 지점에 있기에 210번 버스 정류장이 4분 거리에 위치한다. 하지만 버스에는 배차간격이라는 함정이 숨어있지. 평균 10분의 배차간격을 보유한 210번 버스이기에 그렇게 큰 위로는 되지 못한다.


마지막 주변 환경. 아무리 접근성이 떨어지고,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도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러 가게가 밀집해있다면 이는 개별 업체들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서울 익선동이나 을지로처럼 기존의 핫플이 아니었지만 독특한 컨셉의 개별 가게들의 서로의 주변 환경이 되어주며 해당 지역의 분위기를 끌어올려준다. 그럼 생각하는 바다의 주변 업체들을 살펴보자.




(...)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2. [약점] 공간적 특성


생각하는 바다는 유동인구의 접근이 용이한 1층도 아니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2층도 아니오, 밤이면 도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센치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3층 혹 그 이상도 아니오. 과거 힘들게 매립한 땅을 다시 파내어 만든 지하공간이라 정말 수면의 밑으로 들어온 생각하는 바다다. (가만 보면 이름은 참 잘 지어진 것 같다)


창문을 통해 외부 시야가 확보되면 아무리 공간이 좁고 열린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시선이 분산되어 프라이빗한 느낌이 들지만 우리 공간은 사방이 벽돌 마감재뿐이라, 누군가 홀에 앉으면 시선이 집중되어 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조명과 다른 아이템을 이용해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지만 이마저도 (...) 카페와 문화공간의 기능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 공간 특성상 쉽게 세팅하기 힘든 현실. 책모임 혹은 글쓰기 모임을 위해선 흰색 조명의 LED와 단순한 인테리어가 필요하고, 카페를 위해선 낮은 조도와 따뜻한 색감의 조명이 필요하니..


동시에 지하라 광안리의 뷰는 언감생심이고 여름엔 어마어마한 해변의 습기와 맞서 싸워야 한다. 창문 열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환기는 꿈꾸기 힘들고, 환기를 위해 문을 열면 외부의 더운 공기와 내부의 시원한 에어컨 공기가 만나 계단은 습식 사우나가 된다. 겨울은 정반대의 이유로 습식 사우나가 된다. 이래나 저래나 봄과 가을이 아니라면 바다의 계단은 언제나 촉촉 하단 소리.




3. [특징] 같은 모델을 찾기 힘든 공간


하나의 기능을 택하지 못한다는 약점은 의외로, 지역에서 같은 모델로 만들어진 공간이 없다는 특징으로 연결되는데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된다. 지금 바다는 1) 출판사+디자인 회사+청년단체가 입주한 공유 사무실이면서 2) 책을 판매하고 책을 공유하는 북카페 3)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열리는 살롱의 기능을 하고 있는데 출판사의 사무실로 알고 있던 분들은 음식과 음악을 주제로 말랑말랑한 프로그램이, 광안리 해변가의 작은 독립서점으로 알고 있던 분들은 정책, 출판 등 다양한 주제로 대관이 이루어지는 넓은 공간이, 재밌는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살롱으로 알고 있던 분들은 전문기업과 영역을 기반으로 수익활동을 하는 기업의 사무실이 함께 담겨있는 전혀 다른 색깔의 공간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구별된 공유 사무실과 북카페, 문화공간은 부산에 여럿 있어도 이 세 가지가 하나로 결합된 공간은 아주 우연이겠지만 광안리 <생각하는 바다> 이곳뿐이다. 이는 자연스레 우리만의 강점으로 이어진다. (어..? 근데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4. [강점] 결국 사람이다


공간이 가지는 하나의 색깔은 그 색깔과 맞는 사람만을 위한 보이지 않는 문턱이 된다. 창업카페는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을 위한 열린 공간을 지향하지만 창업을 꿈꾸는 청년 중에서도 디자인과 관광, IT 분야의 청년 창업가들 중심으로 추려지게 되고, 과학, 여성, 여행과 같이 하나의 색을 가진 작은 서점은 공간을 찾는 사람도 그 주제에 공감하는 사람들로 좁혀진다.


결국 이 또한 <선택과 집중>이겠지만 모든 일이 하나의 면만을 가질 수 없듯 선택엔 배제란 다른 면이, 집중엔 외면이란 다른 면이 존재한다. <생각하는 바다>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하나의 공간적 특성을 강하게 정하지 못한 덕분에 다양한 사람이 흥미롭게 몰려들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 되었다.


출판사의 프로그램으로 참여했던 이가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가 출판사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책을 사러 왔던 이가 출판사를 알게 되고, 외부 대관으로 공간을 찾은 이가 책을 산다.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지고 공간을 찾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니 자연스레 이야기는 풍성해진다. 직업적 유사성도 공간을 찾은 이유도 제각각이다. 바다 안에서 작은 사회가 펼쳐지는 것이다.





생각하는 바다는 아무것도 택하지 못했지만 거기서 오는 공백이 다양한 사람을 부를 수 있는 변수로, 색다른 이야기가 들어올 공백이 되었다. 벗어날 수 없는 공간적 특성, 지역적 한계는 그대로 인정하고 어떤 것이 지금 우리 공간의 강점인지 늘 고민해본다. 당장의 답은 나오지 않겠지만 이런 방식의 접근이 못 보던 것을 찾게 해주는 혹은 다음 스텝을 위한 전환이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같이 매거진을 쓰는 편집자가 제발 재밌는 이야기를 쓰라고 핀잔을 준다. 그래서 다음엔 진지한 이야기가 아닌 공간에서 마주하는 일상적 사건, 특히 파리 잡는 일에 대한 글을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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