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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Jun 21. 2016

'내 가족'은 부부하고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랄까.

아버지 인터뷰 _ 돼지국밥 15+ (with. 소)

*60명의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그 인터뷰가 끝나는 날.

 15년을 달리 살아온 내 아버지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15번째 대화]


I:청년시절의 별명이 어떻게 되시는가요?

H:청년시절의 별명? 특별히 별명은 없었는데. (고민) 시골에서 전학을 왔기 때문에 촌놈이라는 별명이 하나 있었고, 또 하나는 소. 그거는 선배 한 명이 내게 부르던 거였지.

I:성격이 소 같다는 거였나요? 우직하다는.

H:아마도 그런 의미였던 거 같아 (웃음)




I:혹시 자제분은 어떻게 되시나요?

H:1녀 1남.

I:나이는

H:큰애가 고2 작은 애가 중3

I:혼돈의 중2 시절을 무사히 넘기셨나 봐요.


혼돈의 카오스 중2시절



H:(격양된 목소리로) 뭘 잘 넘겨! 그냥 넘겼지.

동시 웃음               

I:일단 자제분 이야기부터 먼저 하면 될 거 같은데. 아버지로서 보기에 내 자식의 특이한 점은 무엇인가요?

H:특이한 점이라.. 음.. 상당히 쑥스러워한다?

I:두 분 다 그런 건가요?

H:어릴 때는 둘 다 그랬는데. 큰 애는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조금씩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한 것 같고. 작은 애는 여전히 쑥스러워하고 (웃음)

I:사춘기인가 봐요.

H:내가 보기엔 그냥 타고난 성격 같아. 아직도 우리 집에 형제들 오면 인사하기 힘들어하거든. "오셨습니까. 안녕히 가십시오." 이런 인사도 부끄러워 못할 정도로. 큰 애는 그래도 이제 좀 되는데, 둘째는 아직도 그래서 고민이야.    

I:그럼 혹시 대표님은 학생 때 성격이 어떠셨나요?

H:.. 아니 뭐 사실 나도.. 좀 그랬지.       

동시 웃음   





           

I:혹시 당신이 하려고 했던 일을 주변에서 반대한 적 있었나요?

H:지금 직업적으로는 치과를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고. 사회활동에 있어서는 당연히 반대가 있었지. 내가 대학 다닐 때는 그러니까 그 당시는 학생운동을 많이 하던 시절이니까. 그땐 집에서 어찌 됐든 '네가 참아라. 하지 마라. 나이 들어서 네가 직장 가지고. 네가 좀 크면은 그때 판단해보고 하려면 해라.'하고 말리셨지.


그 당시 부모님의 반대는 활동이 잘못됐다는 거 보단, 많이 다치니까. 걱정이 되니까. 그 당시는 뭐 구속이 된다던지, 몸에 상해를 입는다던지 그런 일이 많았었거든. 그게 겁이 나니까 부모로서는 당연히 하지 마라 그럴 수 있는 건데, 지금은 내가 결혼도 했고, 직장도 있고 하니 특별히 누가 반대할 건 없어.    

      


I:그럼 자식이 하려고 했던 일을 반대한 적은 있었나요?

H:최근에 큰 애가 학교를 그만두겠다, 난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치겠다고 한 일이 있어. 그래서 그건 절대로 안된다고 했지. 우리 애가 사실 공부를 좀 못해. 대학은 가고 싶은데 내신이 안되니까 그럼 검정고시를 치고 수능으로 아예 준비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는데.


이론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는 학교를 다니는 게 낫지 않느냐. 하루아침에 자기가 자기 생활을  다 책임져야 하는데. 내가 볼 때 넌 그 정도 책임은 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지. 분명 니 생활을 니가 컨트롤 못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었을 때, 고등학교 시절이 좋은 추억이든 안 좋은 추억이든 그런 추억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I:가장 최근의 일이겠네요.

H:응. 얼마 전에 일이야.



         


I:당신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요?

H:이야. 어렵다 점점.      

동시 웃음      

H:나에게 가족은..  딱히 생각을 안 해봤는데. (웃음) 가족은 음. 뭐라해야되노. 가족은 삶의 보금자리? 이런 표현이 적절할까 모르겠네.      

I:그 보금자리에 책임을 느끼시나요?

H:그렇지. (웃음) 내가 쉴 수 있는 공간이면서, 내 아내와 아이가 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니까. 결혼 전엔 몰랐는데 애를 가지고 나니 이 가장이란 느낌. 내가 이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느낌. 그 책임이 경제적인 부분도 있을 거고, 가족 안에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도 있을 거고, 화목에 대한 부분도 있을 거고. 건강에 대한 부분도 있을 거고. 애들의 건강을 위해서 아버지로서 해줘야 되는 부분이 또 있는 거거든.


부부



그러니까 같이 놀아주어야 된다는 부분이 놀이의 측면도 있지만, 애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해줘야 되는 거거든. 요즘은 밖에서 친구들하고 아침에 나가서 해질 때까지 뛰어놀 수 있는 조건이 안되기 때문에, 이젠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으로 메꿔야지. 그리고 특히 가족이란 건 애가 없으면 성립이 안돼. 애가 없으면 부부지.      

I:아 부부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아이



 가족이란 건 애가 없으면 성립이 안돼.
애가 없으면 그건 부부지.




H:내가 결혼하고 4년 뒤에 애가 생겼기 때문에, 신혼 생활을 좀 느꼈었어. 애가 없을 땐 말이야, 분명 가족이란 표현을 잘 안 써. 우리 부부. 어딜 가도 우리 부부가 어딜 가는 거고 함께하는 거지, 우리 가족이 무엇을 함께 한다고는 잘 안 하거든.


가족



'내 가족'이란 개념은 부부의 개념 하고는 완전히 또 다른. 처음 가져보는 새로운 세계랄까.


그래서 애가 결혼을 하는 시점. 그때가 되면 이젠 내 가족이라기보단 너희 부부가 되는 거니까. 가족이란 개념이 다시 약해지는 거라고 봐. 나도 지금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애 하고 참 가족 같았고 재밌었던 시기는 딱 고등학교 때까지라고 하더라고. 부모의 말발이 그나마 먹히는 시기이기도 하고.      

동시 웃음     

H:그 시기를 지난 사람들 애기 들어보면.

"딱 그때 까지다. 그러니까. 그때 추억 많이 만들어라."라고 하지.

그 시기 넘으면 애들이 자기 생활 자기가 관리하고, 늦게 들어와도 이제 말발도 안 먹히고 (웃음)

독립된 개체로 멀어지니까.

그런데 음 질문이 뭐였지?     

I:'당신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요'란 질문인데 충분한 것 같아요. 저도 가족이란 개념이 깔끔하게 정리되길 바랬던 건 아녔거든요. 제가 정말 추상적인 질문을 드렸는데. 이 답변도 너무 좋았어요.      

H:그래 어쨌든 애들이 참 애를 먹이고 늘 속상하게 해도.

또 생각해보면

귀여워 (아빠미소)     

둘 다 웃음          

I:방금 진정한 의미에 아빠미소를 봤습니다.

H:그러니까 이거 골치 아픈 거야.(웃음) 남이면 싫으면 안 보면 끝인데. 애들은 미워서 미운 게 아니니. 걱정돼서 잔소리가 나오고. 잔소리 나오니까 애들은 받아치고. 또 그렇게 서로 싸우고. (웃음)


               


I:자식이 만약 당신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면 그건 무엇 때문에 상처를 받았던 걸까요?

H:(고민) 술 먹고 술 취한 모습?     

동시 웃음     

I:모습이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H:집 앞에서 택시 내려가지고. 길거리에서 자고 있는걸 둘째가 목격한 거지. 그래서 우리 둘째 놈은 절대로 술 안 먹겠대. 내가 술 먹고 술 취한 모습 보고는.


I:만약 당신이 자식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면 그건 무엇 때문에 상처를 받은 건가요?

H:음.. 그렇게 큰 상처가 있던 것 같지는 않고. 그건 있지. 애들한테서 "엄마하고 아빠 하고는 공부를 잘하는데 왜 우리는 공부를 못할까"란 말을 들었는데. 사실 애들이 공부를 잘하려면 엄마하고 아빠가 먼저 모습을 보여줘야 되거든. 근데 내가 애들한테 늘 보여주는 모습은 술 먹고 밤에 늦게 들어오는 모습뿐이니까. 내가 애들한테 보여주는 모습이 많이 없기 때문에..

내가 사회활동을 좀 포기하고. 애들 공부하는데 도움을 준다든지. 애들하고 시간을 더 보낸다던지 해야 되는데 말이야.               

               

I:당신의 아버지를 설명해주세요.

H:아버지가 올해. 올초에 돌아가셨는데. 우리 아버지는 참 불쌍해. 내 기억에 남는 건 일만 하다 돌아가신 사람. 나이 들어서 자식들이 돈을 주고 해도 통 돈을 못써. 여행을 보내주려고 해도 여행은 가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셨거든. 여행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쓰러 가는 거니까 기분이 나쁘셨던 거야. (웃음) 겨울 내내 전기장판으로 사시고. 그런 거 보면 불쌍해. 그래서 아버진 내게 참 불쌍한 사람.           

   






I:아버지로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내 아이와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H:두 가지인데. 하나는 같이 하는 운동. 다른 하나는 같이 하는 악기. 밴드 합주를 하든, 그냥 같은 악기를 다루든 뭐든지 같이 하는걸 만들고 싶어. 예전부터 애들 크면 악기를 가지고 하나씩 배워가지고 가족끼리 합주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았는데. 일단 나부터가 악기를 잘 못 다뤄서.  

둘 다 웃음     



H:기타도 배우다가 못했고. 피아노도 못했고.

I:목소리란 좋은 악기는 어떠신가요?     

둘 다 웃음     








사람을 알긴 대단히 어려운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등산을 꼭 가보라고 말하고 싶어. 함께 산을 가면 첫째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악한 사람은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둘째로 그 사람이 건강한지를 알 수 있고, 마지막으로 이 사람이 어려운 길을 올라갈 땐 옆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짐을 나누어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지 알 수가 있어.


이제 마지막인데요. 이걸 보고 있을 누군가의 아들, 딸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적어주세요.



소가 당신에게 전합니다. "긍정적인 삶을 위해, 자신을 다듬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와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머리 속에 떠오른 영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내용에도 첨부한

1박 2일 시즌3의 한 에피소드인데요.


시즌이 바뀌며 새롭게 투입된 유호진 PD가 기획한 첫 번째 프로그램,

'서울시간여행' 편이었습니다.


그 에피소드에서

1박 2일 멤버들은 각자의 부모님이

과거 함께 사진을 찍었던 장소에서


똑같이 사진을 찍었고

제작진은 두 사진을 몰래 합성하여

선물로 주었답니다.


젊은 시절의 부모님과

그때의 부모보다 나이가 많아진 자식이


같은 장소, 같은 사진 속에 있다는 게

어찌나 강렬하던지요.


바쁜 일상이시겠지만

한 번쯤은 꼭 그 에피소드를 보시길 바랍니다.



내게만 있다 생각했던 젊음이

그와 그녀에게도 있었다는 걸.


결국 우리 모두는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사진출처 : 혼돈의 중2 (https://namu.wiki/w/%EC% A4%912% EB% B3%91)

사진출처 : 차태현 님의 가족사진 3장 (KBS2 1박 2일 시즌3 - 서울시간여행 편에서)

사진출처 : 가족밴드 (http://www.elegantimagesphoto.com/marin-county-family-photography/marin-county-family-wall-photo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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