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년의 생존 보고서]
오늘도 이토록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아 작성하는 그 6번째 보고서입니다.
저는 지금 브런치북을 통해 청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소감과 하루하루의 느낌을 허심탄회한 말투로 이어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여섯 번째 시간으로 청년과 알코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리퀴드 소주라고 하죠?
석류 맛도 나고, 블루베리 맛도 나고, 유자 맛도 나는 소주를.
그중에서 요즘 저는 석류가 그렇게 맛있더라고요. (데헷)
술이 점점 달콤해져 큰일입니다.
맥주도 겨우 마시던 제가, 점점 소주의 맛을 알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역시 그중 제일은 소맥)
그리고 주류 광고도 너무나 우릴 유혹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유님..
아이유는 사랑입니다.
여러분들은 주량이 얼마나 되시는가요.
저는 술을 늦게 배워, 얼마 전에야 저의 주량을 알았답니다.
제 주량은 소주 한 병인데요. 천천히 마실 때는 보통 한 병 정도는 마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슬플 때 마시면, 소주는 한 병반 정도 되는 것 같고요.
기쁠 때 마시면, 의외로 소주 반 병이면 끝났던 것 같아요.
맥주도 슬플 때나- 생각 많을 때가, 더 많이 마셔지는 것 같고요.
이처럼 술과 그 날의 감정은 때려야 땔 수 없는 관계랍니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를 이어 가 볼 주제는,
알코올과 감정으로 정했는데요.
술과 함께 마시는, 청년들의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해요.
알코올 + 감정
우리는 좋은 일이 생기면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하며 술을 마십니다.
슬픈 일이 생길 때도,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거나
아니면 홀로 앉아 술로 마음을 달래기도 하죠.
물론 술을 마시지 않는 청년도 많겠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은 이렇게 알코올을 또 다른 친구처럼 여기며 가깝게 지냅니다.
저도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갈 때면, 괜히 아쉬워
동네 편의점에 들려 캔 맥주 하나를 사 마시며 들어가곤 하는데요.
그러다 어제 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어릴 적,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에 난 이렇게 센티한 기분이 들 땐 어떻게 보냈더라?
우린 어느새 술을 구하기도, 마시기도 참 쉬운 나이가 되었어요.
술 주세요..라는 말에 더 이상 민증을 보여 달라고 하지 않는, 그런 나이요.
그래서 어쩔 땐 괜스레 속이 상하기도해요.
예전엔 술 한 병 달라는 데에도, "나이는 몇 살이냐~"
한 병 더 달라고 하면 "무슨 일 있느냐~"며 참 많이도 물어봤는데
이 나이쯤 되니 그런 물음도 없네요...
붉게 상기된 얼굴과 꼬인 혀로 “이모 소주 한 병 더요!”라고 소리쳐도,
이젠 아무 말없이, 그저 소주와 함께 마른 안주만 더 가져다 주시는 이모님.
그리고 왠지 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한 이모님의 눈빛까지...
어쩌면 우린
술이 자연스러운 나이가 된 딱 그만큼,
너무 자연스레 술에 기대온 건 아닐까 싶어요.
어느 때는 나의 감정을 담담히 바라보는 그런 시간도, 필요한데 말이죠.
기쁠 땐 기쁘니까 술로, 슬플 땐 슬프니까 술로.
그렇게 우리의 모든 감정을 알코올로 마무리하는 우리들.
혹 어쩌면
우리가 연습이 안 된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우리의 감정을 직면하고, 내 감정을 온전히 바라보고, 온전히 느끼는 그런 일 말이에요.
어젯밤, 어쩌면 우린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할 줄 몰라,
알딸딸한 술기운으로 쉽게 덮어버리는,
아직 미숙한 그런 어린아이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은 알코올 특집을 맞아 최적의 사례인 남성 한 분을 모셨습니다.
우선 몇 년째 취업준비를 하고 계시고, 얼마 전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았으며, 조금씩 M자 탈모까지 오시는 ‘절망계의 트리플 크라운’, 이 모 씨를 소개합니다.
안녕. 요즘 모발 건강은 좀 어떤가 친구.
야야- 알고 보니 치킨 때문이라더라. 내가 저번 주에 병원에 갔는데 자취하면서 맨날 치킨만 먹었더니
그 기름이 막 안 좋아서 머리도 빠지는 거라더라.
치느님이 그럴 리가 있나. 아냐. 그 의사분이 잘못 진단하신 거겠지. 치느님은 전능하시다. (개진지)
너도 조심해라. 사람이 밥을 잘 먹어야 돼. 쪽팔려서 내가 밖을 못 나가겠다 하..\
그건 그렇고 너 요즘도 소주 달고 사냐?
미쳤냐? 머리 빠진다니까. 나도 결혼할 거여.
그럼 그냥 미는 건 어때. 요즘 머리 문신도 있다던데.
그건 그렇고 야 하나만 물어보자. 너는 사람들이 술을 왜 먹는 거 같으냐? 술이 좋은 결과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
음... 일단 좋은 정보 감사염. 하 그리고 친구야 그건 말이다.
내가 오랜 기간 소맥을 말아봐서 아는데, 술은 어떤 결과가 아냐, 하나의 도구지.
주량 이하만큼 먹으면 세상을 쉽게 받아들이게 도와주는 거고, 주량 이상을 먹으면 세상과 맞짱 한 번 뜨게 도와주는 그런 도구.
술을 먹지 않고도 감정을 즐길 수 있는 일들이 많아져야 할 텐데요.
이번 글은 아마 모든 청년들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겁니다.
술을 즐기는 청년들이 있는 것처럼, 술을 즐기지 않는 청년들도 분명 있으니까요.
제가 술을 주제로 두며 말하고 싶던 건, 단순히 알코올이 아니라
‘우리가 감정적으로 쉽게 기대고 찾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겐 알코올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친구가, 혹은 종교가 될 수도 있겠죠.
제가 느끼는 청년의 결핍 중 하나는
‘우린 스스로의 감정을 대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감정적인 상황에 부딪혔을 때 쉽게 찾고, 쉽게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에
결국 쉽게 의지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쉽게 기대면,
쉽게 기댔던 만큼 아프게 됩니다.
생채기가 남든, 미련한 감정이 남든, 무언가가 꼭 남기 마련이고요.
술은 아무쪼록 맛있지만,
너무 자주 찾진 말아요 우리.
자주 찾다 보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점점 그 뒤로 숨게 될 수도,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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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세상에 술이라도 없으면 무엇이 우릴 위로하느냐 하시겠지만
그래도 술 많이 먹으면 각종 성인병 걸려요 여러분.
배도 나와요. 흑
나처럼 배 나오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삽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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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엉덩이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