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청년 인터뷰집] 나. 여기. 있다.
Intro. "요즘 뭐하면서 지내요?"
요즘요? 요즘에 뭐하지? (웃음) 요새 계약직으로 부산문화재단에 일하고 있어요. 문화예술인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고요. 덕분에 사람을 엄청 많이 만나고 있어요. 영상부터, 음악 하시는 분들 특히 국악이라던지. 그분들의 삶의 현장을 체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재밌게 지내고 있어요.
어떤 가요? 부산에 문화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많나요?
네. 생각보다 정말 많아요. 연령대도 엄청 다양하고요. 소득 수준도 차이가 많이 나고.
혹시 문화예술 분야에 청년들도 많나요?
청년들도 많은데. 아직 제가 많이 만나보질 못했어요. 앞으론 청년들도 만나보려고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조금 지치기도 하지만, 다들 타인에 대해 조금 더 쉽게 마음을 열어주시는 것 같아서 부담이 덜긴 해요.
#1. "뭐할 때가 가장 즐거운가요?"
요새는 그냥 즐거운 거 같은데요?
(부러워하며) 정말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웃음)
사실 저는 지금 그렇다 할 직장이 딱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 할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얹혀살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까지 지내오며 이것저것 부딪혔던 기억들이 많아서 그걸 돌이켜보면 이렇게도 뭔가 인생공부를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제가 살면서 좀 무시했던 부분도 많았고, 그걸 조금씩 알게 되면서 사람들도 조금 더 소중히 대해야 되겠고. 이런 알아감 속에서 즐거운 거 같아요.
#2. "'나'는 누구인지. 말해주세요"
저도 그것을 계속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아직 답을 못 내긴 했는데. 예전에 전 내가 이걸 공부하고 있으니까 난 이런 사람이야 라던가, 나는 디자인을 하고 있으니까 디자이너, 나는 법학을 공부하고 있으니까 법학생. 이런 식으로 나를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그건 다 저를 만들어주는 방편 같은 거지 진짜 제가 아닌 거 같아요.
그래서 좀 더 뭐랄까. 자기를 먼저 알아야 되는데, 그게 우선인데, 아직은 모르겠어요. (웃음)
아직까지는 네.. 확실히 저에 대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지금 이런저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공부가 많이 되는 거 같아요.
#3. 다음 단어는 '여기'인데요.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이 곳. 당신에게 '여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너무.. 어려운 질문 같은데 (웃음)
생각하고 말해도 되죠?
네. 당연하죠.
되게 원대한 이야기 같은데 우주에서 보면. 우리는 되게 작은 존재잖아요.
저는 우리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 어떤 자신만의 그 이유를 찾아서 그것을 해내는 곳. 각자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펼쳐간다고 해야 하나? 우선 크게 '여기'란 그렇게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공간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저를 보면 제게 여기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곳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다 해도 늘 벗어나고 싶었고, 법학과에 소속되었다 하다라도 벗어나고 싶었고, 서울에 있을 땐 서울을 벗어나고 싶었고. 항상 제게 여기는 그런 거 같아요.
어딘가에 있든 항상 벗어나고 싶었던 그곳이 제겐 '여기'였어요.
#4. '내가 여기 있다.' 이것보다 더 큰 힘을 가진 말은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진성 씨는 이곳에서 어떻게 "있을" 계획이에요?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하다 보니까 늘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해요.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럼 이젠 그 이유를 찾아봐야겠죠. 그 이유를 찾아서, 여기에서 하나씩 실천해야죠.
지금까지 그려지는 자신만의 이유는 있나요?
네. 우선 내가 이때까지 살면서 잘못해온 일들을 고치고. 너무 나만 알고 살아왔으니까. 남도 좀 보고. 나중에는 사람들한테도 좀. 좋은 일을 하고요. 그리고 착하게 안 사는 거.
착하게 안 사는 거요?
네.
착하다는 건 뭘까요?
자기가 피해를 볼 줄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요. 그러다 일정 한계를 넘으면 자기가 피해를 보거나 상대방도 피해를 보거나 하거든요. 그게 착한 것의 나쁜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착한 것 안에도 나쁜 게 있다고 봐요. 스스로와 상대방을 속이는 과정 속에서요.
착한 것의 나쁜 것.
#5. '지금 하고 있는 것 중에 무엇을 안 하면' 가장 즐거울 것 같아요?
잠을 되게 많이 자는데 잠을 많이 자는 건 좋은 거 같고요. (웃음) 아까 말한 대로 착하게 하는 거? 착하게 말 잘 듣고 쭈뼛쭈뼛 거리고 그런 걸 안 하면 즐거울 것 같아요.
outro. 마지막 질문이에요. 주제가 나 여기 있다에요. 한 청년이 여기라고 표현되는 이 시공간 안에서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음을 두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요. 마지막으로 '나 여기 있다'라고 외쳐주고 싶은 곳, 사람이 있나요?
너무 개인적인 건데 괜찮아요? 일단 생각나는 거는 되게 랜덤한데. 그냥 제 동생한테 말해주고 싶어요.
나 여기 있다 라고.
동생이 서울로 취업하러 올라갔는데요. 엄청 큰 가방을 싸고. 근데 제가 동생한테 떳떳하게 부산에서 뭔가를 하라고 얘기를 못했어요. 보통 부모님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건 어딘가 실패를 하고 왔다는 게 있으니까.. 걔한테 떳떳하게 이야기를 못하겠더라고요. 저도 동생이나 부모님한테 잘못한 게 많으니까요.
그냥 좀 서로 이해를 하고 그런 시간들이 좀 간접적으로나마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게 없었어서.
그래서
나 여기 있다고 동생한테 얘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 여기. 있다.
이게 생각하는 거랑 말하는 게 엄청 다른 거 알아요?
그런가요? (웃음) 많이 힘드셨어요?
아니 그것보다 이걸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가 고민돼서요. (웃음)
인터뷰를 하면서 사실 고민 지점이 다 비슷하구나 싶어요. 어쩌면 우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서로 공유될 수 있는 지점이 없으니까. 어쩌면 이런 인터뷰를 통해서 '나 이런 고민해' '너도 이런 고민 하는구나' 하는.
내 고민이 그렇게 유별난 게 아니었구나 하는 그런 공감 지점이 넓혀졌으면 좋겠어요. 고민의 보통성? 이랄까요? (웃음) 오늘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위에서 착한 것을 그만하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 다른 사람 입장에선 제가 착하게만 살았던 건 아닐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 내가 마음을 열지 못한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말인데... 인터뷰 너무 못한 거 같은데 다시 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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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됩니다.
부산에 있든, 서울에 있든, 하와이에 있든 자기가 있는 환경에서
우리는 다들 배우고 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커다란 성취를 아직은 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것도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인터뷰
#부산청년 #김진성(이곳에서 이유를 찾고 있는 사람)
『부산청년들』은 청년이 직접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 청년의 삶과 맞닿는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것, 청년이 함께 만나 학습과 만남의 장을 하는 것을 목표로 자발적으로 모인 부산청년네트워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