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청년 인터뷰집] 나. 여기. 있다.
Intro. "요즘 뭐하면서 지내요?"
높임말 쓸까요? (웃음) 높임말이 더 편해요.
네. 편하신 대로 하시면 돼요.
저는 학교 다니고. 활동하고. 책 모임 두 개 하고. 가끔 데이트도 하고. 사람들 만나고 그렇게 지내요.
어떤 책으로 모임을 하시나요?
책 모임은 사람들 인권네트워크라고. 인권에 관련해서 공부하고 활동도 병행하는 단체인데. 거기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요. 부산 페미네트워크에서도 공부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보건의료계열 학생들이 모여서 하는 건데, 같이 보건-의료 내에 문제를 고민하고 각자의 얘기를 나누고 있고요.
#1. "뭐할 때가 가장 즐거운가요?"
조금만 생각해볼게요. (웃음)
요즘은 얘기가 잘 통하는. 감성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분위기 좋은 곳이나 아니면 되게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에 가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제일 좋더라고요.
제 얘기를 하고. 그 사람의 얘기를 듣고 하는 게 제일 즐거워요.
#2. "'나'는 누구인지. 말해주세요"
저는 부산에 사는 청년이고요. 음..
이 질문 생각보다 어렵네요. (웃음) 사람들 다 빨리빨리 대답했나요?
다 천천히 생각하면서 하셨어요.
너무 어렵다. 난 누구지?
음 저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요.
고양이를 키우고. 중앙동을 좋아하고요.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열정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웃음)
어디에 열정적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제가 꽂히는 거요. 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 꽂히는 편이에요. (웃음)
잘하고 싶다거나. 이걸 함께 하고 싶다거나. 아니면 그냥 좋아서 꽂힐 때도 있고.
요즘 서현 씨의 감정은 어떤가요?
제 내면에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당연한 거에 슬퍼지기도 하고요. 관계라는 것에서 가까운 사람이 멀어지는 게 슬퍼요. 당연한 이치인데. 뭔가 씁쓸하고 슬픈 감정이 들고.
그리고 요즘 화가 엄청 많이 나요. 되게 화를 잘 내는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내면에 꾹꾹 눌러왔던 화가 많았던걸 수도 있고. 이전에는 감정을 숨기려고 했다면 요즘엔 얘기하려고 하는 과정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시행착오를 겪는 거 같아서.
그래도 지금이. 너무 부정적인 거 같진 않다.
회복력도 좀 빠른 거 같고.
그런 감정들이 쌓이면 어떻게 풀어요?
자요. (웃음)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좀 풀리는 거 같고.
자고 일어나
내가 뭔가 실수했다 싶으면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는 거고.
잘못했다 싶으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그렇게
단순하게 사고하는 거 같아요.
#3. 다음 단어는 '여기'인데요. 여기에 대한 의미는 모두에게 다를 것 같은데. 서현 씨에게 '여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여기란.. 소중한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인 것 같아요.
함께 하는 사람이 없으면
시간이고 공간이고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나 혼자 여기 있다고 생각하면.
그래서 뭔가 과거를 회상할 때도 그 장소 그 나이를 회상하는 거 같지만 사실은.
그 당시 나와 함께 했던 사람. 내가 사랑했던 사람.
나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사람을 통해 기억하는 것 같아요.
그때 나와 함께 했던 사람, 내가 사랑했던 사람.
지금 나의 시간과 공간도,
나와 일상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내 감정을 나누는 사람들로 설명되는 것 같아요.
#4. 다음 카테고리는 '있다'예요. 여기서 계속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 있고.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살아갈 텐데. 앞으로 서현 씨는 여기에 어떻게 있고 싶나요?
나한테 솔직하면서 있고 싶어요. 나한테 솔직하기.
내 감정에 솔직하고. 내 욕구에 솔직하게.
내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되면 기꺼이 할 수 있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기꺼이 해내는. 그런 나를 살고 싶어요. 그렇게 있고 싶어요.
또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하고 싶고요.
그리고. 힘들고 아프고 소외된 그런 사람들의 아픔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시공간을 살고 싶어요.
#5. 아깐 어떤 걸 할 때 즐겁냐고 물었었는데 반대로 '지금 하고 있는 것 중 무엇을 안 하면 가장 즐거울 것' 같아요?
지금 인터뷰도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되게 잘 할 것 같고요. 학교도 안 다니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하겠다고 막 벌여놓은 일들도 안 하면 행복할 것 같다 싶은 순간들이 있죠. 근데 그건 잠시 한 순간이니깐.. (웃음)
outro. 마지막 질문이에요. 주제가 '나 여기 있다'예요. 한 청년이 여기라고 표현되는 이 시공간 안에서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음을 두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요. 마지막으로 '나 여기 있다'라고 외쳐주고 싶은 곳, 사람이 있나요?
제가 3학년 2학기인데. 그 전에는 진로에 대해 생각이 막연했거든요. 어떻게든 되겠지라던가. 결국엔 좋은 답을 찾겠지라며 그 고민에 대해 회피를 해왔던 것 같은데.
요즘은 친구들이 취업했단 소식이 들리고, 면접에서 붙었다는 소식이 들리니까 남 얘기 같지가 않은 거예요.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되고, 어떤 일을 해야 할까란 걱정이 갑자기 되더라고요.
인생의 큰 아웃라인을 모르겠는 건 아닌데. 세세한 부분들. 세세하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막연하고.
어제 제가 아는 오빠를 만나서 "누가 나에게 뭘 하라고. 이렇게 하면 된다고 답을 정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그분이 "나도 그렇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또래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을 보면 다 자기만의 길을 잘 찾아서 걸어가는 거 같고.
나만 못하고 있는 거 같고. 나만 막연하게 있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그다지 다를 게 없다고.
정리하면 어쨌든 또래의 친구들에게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아도 사실은 모두 다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그래서 자신의 길을 막막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나와 당신이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뚜벅뚜벅 걸어가는 나와. 당신이. 여기. 있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인권네트워크 '사람들' 장서현
[나. 여기. 있다]는 단 한 가지 믿음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 믿음은 지금 당신이 여기 있다는 오직 그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그대는 충분히 가치 있다는 믿음. 나의 존엄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나열할 수 있는 성과로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내야만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여기 있다는 그 단 한 가지 사실만으로 충분하다는 그 믿음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나는 여기 있습니다. 당신도 여기 있습니다.
이 하나의 믿음을 가지고 오늘 당신과 함께 외칩니다.
“나. 여기. 있다고”
『부산청년들』은 청년이 직접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 청년의 삶과 맞닿는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것, 청년이 함께 만나 학습과 만남의 장을 하는 것을 목표로 자발적으로 모인 부산청년네트워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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