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청년 인터뷰집] 나. 여기. 있다.
Intro. "요즘 뭐하면서 지내?"
너무 바빴었는데 여전히 바쁜 거 같아요. 혹시 반말해도 돼지?
당연하지 (웃음)
여전히 바쁜 것 같아. 최근에는 소속이 생겼어.
소속?
내가 저번에 너한테 소속에 관한 얘기를 했던 거 같은데. 일단 나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속이 생겼어. 소속이 생겼고.
천천히 적응해 가는 중이야. 만족하고 있고.
좋겠다.
글쎄. (웃음)
이전엔 내가 소속을 이끌다가, 지금은 다른 소속으로 내가 들어가게 된 거잖아.
이렇게 들어오니까 마음적으로는 되게 편하더라고 확실히.
소속을 이끌었을 때의 경험은 해봤으니까, 내가 소속에 속할 때는 어떨지 개인적인 실험을 해보고 있는 거 같아. 기대도 되고. 소속에 있으면서 자투리 시간에 글을 쓰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이제 소속이 생겼으니까 독립도 해보려고 해. 항상 누군가와 함께 살다가, 이제 수입이 생기고 하니까. 스스로 뭔가 해내야겠다는 강박 반? 스스로의 결심 반이랄까. 청년들의 셰어하우스에 들어가서 살까 하는데,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지 되게 재밌는 상상에 빠져있지.
바쁘네.
늘 바빴던 거 같아. 근데 안 바쁘면 괜히 또 허하기도 하고 그래서.
#1. "너는 뭐할 때가 가장 즐거워?"
뭐할 때 즐겁냐고? 요즘 되게 고민인 건데. 그러니까 일은 되게 많이 하고.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데 점점 재미가 상실되는 느낌? 집에 갈 때면 이게 재밌나 싶기도 하고.
난 뭐가 재밌었지? 난 뭘 좋아했지? 이런 고민이 엄청 많아지고 있어. 가만히 있을 때 좋고.
둘 다 웃음
잠시만 진리를 찾은 거 같은데?
가~~만히 있을 때. (웃음) 가만히 있다가 그 에너지로 다른 사람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좋고. 재밌는 거? 그러니까 내가 재밌어하던 게 뭐였을까?
그냥 이런 거? 편한 사람 만나서 이렇게 얘기하는 거? 소소한 걸로 얘기하는 거?
명확하게 설명은 못하겠다 야.
#2. "'나'는 누구인지 말해줘."
내가 언젠가 페이스북에 이런 걸 쓴 게 있어.
잠시만 내 손발 좀 준비하고.
오글거리는 거 아냐 (웃음)
언젠가 내가 왜 살아있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적은 적이 있어.
내가 도대체 무엇 인질 모르겠는 거야. 그래서 나는 더 끊임없이 메시지를 던지는 일을 택한 거 같아.
세상 앞에 기획이란 영역으로 물음표를 계속 던지는 일을.
그때그때 내가 느끼는 것을 토대로 해서 나는 계속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아.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정리하면 넌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 거구나?
계속 그렇게 나는 이런 놈이었다고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그래서 이 일을 택한 거 같아. 매력적이잖아 기획자라는 건.
#3. 너에게 '여기'는 어떤 의미야?
청년마다 여기에 대한 해석이 되게 다양한 거 아냐. '나'는 존재에 대한 질문인 거고.
여기는 터전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나는 시간에 대해 말하고 싶어. 스물일곱 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냐, 삶의 가치냐를 고민해야 되고. 또 누군가는 결혼을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나는 일단 대학교를 얼마 전에 졸업했고. 대학교를 졸업했으니까 일단 최소한의 울타리가 없어진 게 된 거지.
이제야 난 비로소 자유롭다고 느끼거든.
물론 피곤하지. 돈도 벌어야 되고, 일도 해야 되고, 하고 싶은 것도 해야 되고.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엄마 아빠한테 조금의 지원을 받았었어. 휴대폰비까지는.
내가 다 내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학생이다 보니 한계가 있더라고.
지금도 버는 돈이 많은 건 아냐.
그래도 내가 거지가 되더라도 나 혼자 세상에 남겨져보고 싶었어.
지금까지 되게 보호받으며 살았더라고.
오죽하면 청년들이 생각하는 고민들을 공감하지 못할 정도로.
난 딱히 어렵게 자랐다고 생각 안 해. 오히려 난 되게 축복받은 삶이었어.
그래서 그걸 한번 끊어보고 싶은 거야.
엄마 아빠 알아서 살고. 나도 알아서 살고.
그래서 그걸 끊고 되게 잠깐 후회를 하긴 했는데.
(동시 웃음)
아니 돈이 나갈게 되게 많더라고. 집값에 여러 가지 세금에.
근데 뭐랄까. 좀 좋았어.
어쨌든 이젠 혼자 살아내야 하는 거 같아.
이 세상에 온 이상 그게 내 책임인 거 같고, 지금까지 좀 부끄러울 정도로 너무 행복하게 살았어.
지금은 비록 계절마다 찾아오는 옷을 못 사 입는 상황이지만 그냥 좋아.
나 혼자 이렇게 집을 알아보고 하는 과정도 좋고.
그렇게 또 다른 실험을 해보는 것 같아.
아 지구라는 곳에선 이렇게 살아가는 거구나 (웃음)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새로운 프로젝트로 가기 전에 잠깐의 쉬는 시간이 있잖아.
지금 그런 쉬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 같아.
이전의 실험을 마치고 다음 실험을 준비하는
나에게 여기란 딱 그런 지점.
방학!
#4. 앞으로도 넌 여기서 어떻게 살아'있고' 싶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통해서 그 질문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좋겠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통해서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고. 그렇게 조금 더 나아지는 세상이 보고 싶은 거지. 원래 나는 세상 일에 큰 관심 없었거든.
이번에 백남기 농민 추모제에 나간 것도 처음이야. 겁이 너무 많았어 가지고.
난 그렇게 살려해
세상 일에 마음껏 목소리 내고.
그렇게
내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어.
내가 생각하는 화두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화두가 됐으면 좋겠고
그럼 조금이나마 내 존재에 대한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어.
#5. '지금 하고 있는 것 중 무엇을 안 하면 가장 즐거울 것' 같아?
의심.
의심?
자존이 떨어지니까 사람이 참 그것만큼 치졸해지는 게 없는 게, 내 주변을 힘들게 하더라고.
나와 연결되어있는 사람들을 자꾸 의심하게 되는 거야.
넌 날 좋아해?
넌 내 편이야?
너 나랑 끝까지 갈 수 있어?
난 늘 자존이 약했어.
그래서 기획을 하는 거 같기도 하고.
근데 자존이 약한 건 내 몫이고.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의심을 하는 건 또 다른 거니까.
주변을 힘들지 않게 하려면
남에 대한 의심, 또 자신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아야 돼.
난 의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outro. 마지막 질문이야. '나 여기 있다'라고 소리쳐 외치고 싶은 곳이 있어?
구체적인 장소는 아마 얘기 못하겠지 (웃음)
구체적이지 않은데 괜찮아?
괜찮아. 질문부터가 모두 추상적인데 뭘.
일단 기획이 가장 정확하게 "나 여기 있다" 고 세상에 소리치는 거 같아.
내가 페스티벌에 참여하거나 공연을 만들 때, 내가 의도를 가지고 넣었던 컨셉들이 퍼져나가는 모습이 마치
산속에서 메아리가 퍼지는 느낌이랄까. 그런 울림이 다시 또 다른 질문이 되어 내게 돌아오고.
어쨌든 가장 추상적인 단어로 나도 세상이나 사회에 내가 여기 있다고 소리치고 싶다고 하겠지.
근데 그런 사회의 가장 원초적인 집단이 바로 가족인 거 같거든.
나는 일단 가족한테 먼저
나 이렇게 하고 있어
나 여기 있어
그러니까 엄마 아빠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고 싶어.
내가 엄마 아빠한테 삐까뻔쩍 한 집은 못 사줘도
내가 있는 곳에서 너무 행복하고
내 주변의 몇몇 떨거지들과 함께 행복하고 살고 있으니까
엄마 아빠도 거기서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
그러니까. 진짜로 주제처럼
나 여깄어!
나를 바라봐줬으면 좋겠어.
가끔씩 넘어갈게.
나는 여기서 잘 있어.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
동시 웃음
기획자 이대한
[나. 여기. 있다]는 단 한 가지 믿음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 믿음은 지금 당신이 여기 있다는 오직 그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그대는 충분히 가치 있다는 믿음. 나의 존엄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나열할 수 있는 성과로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내야만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여기 있다는 그 단 한 가지 사실만으로 충분하다는 그 믿음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나는 여기 있습니다. 당신도 여기 있습니다.
이 하나의 믿음을 가지고 오늘 당신과 함께 외칩니다.
“나. 여기. 있다고”
『부산청년들』은 청년이 직접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 청년의 삶과 맞닿는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것, 청년이 함께 만나 학습과 만남의 장을 하는 것을 목표로 자발적으로 모인 부산청년네트워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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