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인터뷰 _ 돼지국밥 20+ (with. 홍담)
*60명의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그 인터뷰가 끝나는 날, 마지막으로 15년을 달리 살아온 내 아버지를 찾아 인터뷰하려 합니다.
*인터뷰 질문은 모두 60명의 청년들이
각자의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들을 모아 재구성되었습니다.
[#20번째 대화]
I:당신의 청년시절 별명은 무엇인가요?
H:홍담이요.
I:홍담이요?
H:네.
I:무슨 뜻인가요?
H:원래는 법명이었고 집에선 자로 씁니다.
그래서 집에선 홍담아 홍담아 라고 불러요 아버지가. 자라는 게 호는 아니고 이를테면..
I:아! 안중근 선생님이 집에서 안응칠이라고 불리셨던.
H:네네 잘 아시네요. 그런 겁니다.
I:자제분은 어떻게 되시나요?
H:이제 팔 개월입니다. 딸이고요.
I:질문이 총 180개이고 이중에 몇 개를 골라서 질문을 드릴 건데요. 이 질문들은 청년들이 각자의 아버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을 모아서 만들어졌습니다. 우선 첫 질문으로는 돈을 번다는 건 아버지인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H:처음부터 어렵네요. 우선 직업을 구했던 거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자아실현이었죠. 내가 이걸 하면서 평생을 살고 싶다는 마음. 다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조금 더 책임감이 생기고, 많이 벌어야겠다 많이 벌어야지 가족한테, 우리 아기한테, 조금 더 잘해줄 수 있고 원하는 걸 해줄 수 있다. 이런 생각은 계속 들어요. 아직까진 아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돈이 모자라거나 그러진 않지만, 앞으론 아이가 커가면서 조금 압박감이 생기지 않을까 고민이 되죠.
I:자식을 가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셨어요?
H:있죠. 같은 맥락인데요. 애기를 낳는다는 게 개인적인 욕심이라서 되는 건 아닌 거 같고.
옛날 어른들이 그러잖아요. 무조건 많이 놔라. 애는 지 알아서 큰다. 이건 굉장히 무책임한 거 같아요. 지금 다들 헬조선이라고 하는데 이런 고민이 드는 거죠. '과연 아이가 태어나서 아버지한테 감사할까?'
우리나라 출산율이 어떻고 인구감소율이 어떻다고 하면서 무조건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는데, 이건 되게 폭력적이라는 거죠. 그래서 어떡하라는 거지? 그래서 나보고 더 낳으라는 건가? 이건 세상에 나올 아이한테도 마찬가지로 되게 폭력적이라는 거죠.
I:당신의 자식에게 지금 당신의 일을 물려주고 싶은가요?
H:저는 강압적으로 이걸 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절대 안 할 거고. 인터뷰에서 지금 제 일이 어떻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사실 이것도 힘든 일이거든요. (웃음) 그래도 만약 아이가 원해서 하고 싶다 하면 말리진 않을 거예요. 말리지도 않을 거고 권하지도 않을 거고. 다만 무엇을 하든 자기가 가치판단을 해서 하라 라고는 말하고 싶네요.
I:다른 사람은 참 쉽게 하는데 나에겐 어렵기만 한 일이 있나요?
H:굉장히 많을 거 같은데... (생각에 잠기더니) 전부 다인 것 같은데요? 일상적인 것도 있잖아요. 이를테면 효도하는 것? 드라마에서 보면 되게 쉬워 보이잖아요. 저렇게 하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근데 실제론 참 쉽지 않은 부분이더라고요. 살다 보면 이것저것 다 따지게 되고 돈도 없고 여유도 없고 시간도 없고.
효도하는 것? 드라마에서 보면 되게 쉬워 보이잖아요.
어쨌든 내가 못하고 있는 거잖아요. 죄책감도 느끼고. 내가 잘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나 보다 싶고 그러네요.
I:질문지엔 없는데 혹시 '자식으로서의 가족' 안에 있다가 '내가 부모가 되는' 새로운 가족을 꾸렸을 때. 그 두 가족 사이에서 느껴지는 감정? 이런 것도 있나요?
H:굉장히 힘들죠. 그런 부분들이. 결국 역할이 많아지는 거잖아요. 이것도 마찬가지인데. 이 시대에 살아가는 청년들이 다 자발적으로 하는 거라고 해도, 그 안엔 사회적 압박감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이 나이엔 결혼을 해야 한다. 취업을 해야 한다. 애를 키울 땐 이때쯤엔 애가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자발적이란 명분 하에 각자가 이런 걸 하긴 했는데, 해놓고 보니 여러 가지 역할이 굉장히 많아진 거예요. 이분한텐 이렇게 해야 하고. 저분한텐 저렇게 해야 하고.
모두에게 그 역할 속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은 많아요. 그래도 직업도 있고 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잖아요? 내가 아무리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다 만족 못 시킬 때가 있어요. 그럼 또 어느 역할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하는데. 이게 굉장히 어렵죠. 할 수 있지 않느냐. 결국 마음의 문제다라고 말할 수 있는데.. '네가 안 하는 거다' 하면 할 말은 또 딱히 없어서.. 참 어렵죠. (웃음)
I:아버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H:와 이게 정말 질문 하나하나가 되게 어렵네요. 글쎄요.. 간단하게 생각했을 땐 삶의 틀을 잡아주고 어떤 가치관을 형성해주는. 1차 교육기관이 가족이라고 하고,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하잖아요?
고민이 많아요 저도.
나의 역할에 대해서.
그래서 섣불리 얘기는 못하겠고요. 이때까지 전통적으로 살아왔던 아버지들의 모습. 그러니까 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내 아이에게도 그렇게 해야 할까, 내 아버지처럼 하는 게 맞는 건가 고민하고 있어요.
공무원이 되라거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 되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고요. 그냥 원하는 거를 후회 없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그런 가치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얘기해도 저는 아직 초짜 아빠라서 (웃음) 어렵네요. 질문들도 너무 어려워요.
I:당신은 당신의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는 편인가요?
H:아닌 거 같아요. 다르잖아요. 우린 가치관이 많이 다르거든요. 부딪히는 부분이 있는 거죠. 쉽게 이야기하면 아버지가 보수고 내가 진보면 생각도 다르고, 이렇게 쭉 평행선을 달리는 거죠.
아버지는 내가 보수적인 생각을 했으면 좋겠고 저는 아버지가 진보적인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고. 우선 이것부터 정리가 안되니까 그런 식으로 다 삐걱 되는 거 같아요. 물리적으로 다른 차이를 맞춘다고 해도, 잘 안 되는 게 있는 거 같아요.
I:아버지가 되어야만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걸까요?
H:아니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낳은 아들하고 아버지가 낳은 나하고는 다르잖아요.
그렇다 보니 내 아들이 나를 기억하는 것과 내가 아버지를 기억하는 것이 다를 테고.
그러다 보니 꼭 낳아야지만 안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건 있을 수 있죠. 아 얼마나 고생하셨겠구나 하는 건 알 수 있어도, 단순히 내가 아버지가 된다고 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건 아니라 봐요.
아버지를 이해하는 건 결국 시간과 노력인 것 같아요. 결혼을 안 하더라도 얘기를 많이 하고 소주 한 잔 합시다. 아버지 어디 갑시다 하면서 터놓고 얘기를 하는 것이 방법인 것 같고.
저는 오히려 각자가 아버지가 되면
나는 애기한테 이런 마음이 들고 이렇게 하고 있는데 내 아버진 그렇게 안 했으니까.
오히려 아버지가 되면 아버지를 더 이해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I: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I:많은 청년들이 아버지가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H:아버지는 굉장히 효라던지 기존의 가치관에 익숙해져 있는데 요즘 자식들은 아니잖아요. 사실 아버지가 아들한테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은, 알고 보면 자기가 다 본인의 아버지한테 했던 딱 그만큼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일 거거든요.
그런데 요즘 자식들은 또 다르잖아요. 어찌 됐든 그것은 그때의 가치관이고. 내가 생각했을 때 아버지는 내게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서로가 바라는 입장이 다른 거죠. 그렇다 보니 갈등이 생기는 거고.
많은 대화가 필요한 거죠.
한국이 전반적으로 혼돈상태 아노미 상태다 보니까, 변화에 더딘 아버지와 변화에 빨리 편승하는 자식 간의 갈등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아들은 힙합을 좋아하는데 서로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아버지들은 우선 그런 음악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기회가 없었거든요.
세상은 이렇게 빠른데 우리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결혼을 늦게 하니까 이제 아이하고 나이 차가 서른이나 서른여섯까지 차이가 나니 아마 이런 갈등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아요.
아마 짐작컨대 우리 2-30대가 아들을 낳고 4-50대가 되면 더 큰 세대갈등이 생기지 않을까요?
I:만약 그렇다면 세대 간 소통은 앞으로가 더 문제일 것 같은데요? (웃음)
I:아버지가 되기 전에 난 아버지란 역할에 얼마나 적합하다고 생각했나요?
H:솔직히 말하면 아버지가 되려고 결혼한 건 아니라서요. 이 여자가 좋으니깐, 같이 살고 싶으니깐, 그 와중에 애가 태어났어요. 막상 애가 생기고, 애한테 우유를 먹이고, 같이 눈을 마주치면 그때부터 부담이 되는 거죠.
내가 어떻게 해야 너한테 잘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그때 와요. 근데 바쁘다는 핑계로 이 고민이 끝까지 유지가 될까.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돈을 잘 벌어야 되고. 돈을 잘 벌려면 사회적으로 좋은 사람이 돼야 하고. 직업적으로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많이 만나야 되고. 그러다 보면 늦게 들어가게 되고. 그러면 육아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고. 그럼 내가 한 고민과 생각이 점점 무뎌지는 거 같고.
아버지에 내가 적합한가는 고민을 하고 애를 낳았던 건 아닌 거 같아요. 살다 보니 그런 생각이 하게 되는 거 같은데. 앞으로도 이런 생각을 계속해야 되는데. 그게 고민이죠.
더 낳고 싶은 마음은 있죠. 하지만 그건 제 욕심만 되선 안 되는 거 같은데.
그 미안함이. 여기 태어나서 좋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과연 내 아들 딸들이 자라서 좋은 환경이 될까.
내 기억, 내가 좋자고 애를 더 낳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요즘
청년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질문도 계속해서 받고 있고요.
청년들과 이야기해보면 다들 부모가 되길 부담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이 이유엔
혼자서 편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겠죠.
하지만 더 깊게 들어가 보면
단순히 혼자 살고 싶은 마음으로
부모가 되지 않겠다는 건 아니더라고요.
청년들은 알고 있는 겁니다.
우리들을 위해서 나의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를요.
그리고 그 힘듦을 끝낼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자식들인 우리의 성공적인 사회진출이자 자리 잡음이고
그 사회진출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내 부모의 힘듦도 쉬이 끝나지 않을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없다 하더라고요.
지금 자신들이 겪고 있는
이 미안한 세상과
능력이 없으면 가족을 위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내 아이를 살게 하는 것이
자신이 없다고요.
사진출처 : 안응칠 역사 (http://ridibooks.com/v2/Detail?id=1222000046)
사진출처 : 드라마 (http://www.eknews.net/xe/?mid=kr_politics&category=26883&document_srl=449683&listStyle=viewer)
사진출처 : 인형 (http://kimsujung.tistory.com/1070)
사진출처 : 차이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fCcc&articleno=6315)
사진출처 : 공연 (https://www.kbrockstar.com/archives/112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