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년의 생존 보고서]
오늘도 이토록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아 작성하는 그 8번째 보고서입니다.
저는 지금 브런치북을 통해 청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소감과 하루하루의 느낌을 허심탄회한 말투로 이어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여덟 번째 시간으로 청년과 관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관절 건강상태는 어떠하신가요?
손목 관절, 고관절, 무릎 관절 등 우리에겐 수많은 관절이 있습니다.
관절이 있어야 움직임을 유연하게 해 주고, 무거운 물건을 집을 수도, 옮길 수도 있죠.
이런 관절이 닳는다면 우리들의 움직임은, 그 활발함을 잃어버릴 수가 있답니다.
저는 오늘 이렇게 중요한 관절을 주제로 삼아
‘군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관절과 군대.
조금 느낌이 오시나요?
네...
사실 저는 군생활을 통해 관절의 유연함을 잃은 그런 청년이랍니다.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무릎에서 소리 나요 ㅠㅠㅠㅠㅠ
거짓말 아니에요. 진짜 소리 난다고요.. 비만 오면 무릎 시리고 흐규흐규
이 나이에 흐규흐규
이번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먼저 제 군생활의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해야겠네요.
(여성분들 뒤로 가기 누르지 마셔요. 짧게 하겠습니다)
저는 강원도 인제에서 군 복무를 하였습니다.
네- 인제 가면 언제 오나의 그 강원도 인제요.
보직은 공병이었고, 그중에서도 지뢰병이었답니다.
지뢰를 매설하고, 적이 매설한 지뢰를 제거하는 바로 그 지뢰병이요.
강원도가 산 밖에 없는지라 산악행군도 참 많이 했고,
공병이기에 무거운 다리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제 무릎 관절에 조금씩 무리가 갔나 봐요.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무릎에서 딱딱 소리가 나더니, 이젠 비가 오려고만 하면 우리 할머니와 동시에 무릎이 아파오더군요. 이게 콕콕 쑤셔요 무릎이.
이렇게 전 2년의 군생활과 함께 무릎관절의 유연함을 조금씩 잃어버렸답니다.
그렇지만 전 괜찮은 편이었어요.
저와는 다르게
유연함을 잃은 친구들도... 많았거든요.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모두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합니다.
조금 더 풀어서 써볼게요.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모두 의무적으로 같은 옷을 입어야 하고,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모두 의무적으로 같은 방에서 살아봐야 하며,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모두 의무적으로 밤색 옷을 입은 표적에 정확히 수류탄을 던져야 하고,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모두 의무적으로 5초간 올라온 표적을 향해 총을 쏴야 합니다.
군대 용어로 ‘신체적 결함’이 없다면, 이 의무에 예외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단 두 가지의 사회적 그룹만 배웁니다.
나와 같은 편이거나 혹은 나와 다른 편이거나.
나와 다른 편을 대하는 방법으론 오직 한 가지만 배웁니다.
적대.
오직 단 하나. 적대.
우린 또한 정당한 적대라는 것을 배웁니다.
정당한 적대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의 적대를 정당화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린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틀림없이 이것을 배웁니다.
보통 군대를 가는 나이는 20~23살 사이.
그 전 삶의 경험인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통해, 단 한 번도 거부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던 우리는
다시 한 번 거부 없이 이 적대의 경험을 받아들입니다.
저는 관절의 유연함을 잃었습니다.
어쩌면 예전의 애기관절로 돌아가기엔 힘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나의 친구들은
다른 유연함을 잃었습니다.
비록 나의 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와 다른 편도 될 수 없다'는
하나의 유연함을 잃었고
비록 나와 다른 편이지만 '적대하지 않고 그를 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유연함을 잃었습니다.
한 번 늘어난 고무줄은
예전의 탄성을 회복하기 힘듭니다.
마찬가지로 한 번 잃은 유연함도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저와 강원도 인제에서 함께 군생활을 했던 동기 놈을 초대해볼까 합니다.
이놈이 군 생활은 정말 못했어요. 관심병사이기도했었고, 다른 선임들한테 참 괴롭힘도 많이 받았던 놈인데요. 그래도 정말 꿋꿋하게 군생활을 마쳐 괜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그런 친구입니다. (사실 한 살 동생이에요)
오늘은 이 친구와 한 번 대화하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 잘 삽니까.
ㅇㅇㅇ 잘삼.
... 아니 오랜만에 옛 전우가 연락했는데 이 반응 뭐임?
아 ㅈㅅ. 롤 중이라서.
...... 니가 그래서 군대에서 털린 거임.
ㅋ 이미 옛일을 왜 꺼냄. 왜 뭔일 있나?
다름이 아니라, 솔직히 님 군생활 많이 힘들었잖아. 내가 옆에서 그래서 참 많은 힘이 돼 주었고. 그래서 그런 이야기 좀 해달라고 ㅋ 인터넷에 좀 올려보게.
익명해줘.
ㅇㅇㅇ
일단 진지하게 고맙지. 아 나 진짜 개 힘들었는데 니라도 옆에서 이야기해줘서 고마웠다 정말.
.... 끝?
그럼 뭐 어떻게 2년 이야기를 다하냐 ㅋㅋㅋ
그럼 그거라도 해줘. 지금 너처럼 힘든 친구도 있을 수도 있잖아. 그 친구들한테 한 마디 해줘 봐.
음.. 일단, 니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냐. 물론 굉장히 불행한일인건 맞아. 하필 왜 이런 부대에, 이런 분대로 들어왔을까 하는 생각도 엄청 많이 들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어. 군대가 그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어. 끝까지 버티는 거... 미안하다. 나도 딱히 해줄 말이 이거밖에 없네. 나도 버틴 거 말고는 한 게 없어서..
그래 그래. 고맙다. 어쨌든 지금은 잘 사냐? 별 일 없고?
ㅇㅇㅇㅇ 나 승급함 ㅋㄷ
ㅋㅋㅋㅋ나이가 몇인데 아직 게임이고 ㅋㅋㅋㅋ 그래 어쨌든 나중에 내려오면 연락하고 ~
ㅇㅇㅇㅇ
전역을 하고 병원을 찾았었습니다.
관절이랑 힘줄이 조금 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특별히 아쉬움도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 않았습니다.
제게도 나름 행복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무엇인가를 지키는 것엔
오직 '적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든 단단하면 부서지는 법이고
유연하면 끊어지지 않는 법입니다.
우리는 단단하게 서 강하게 버티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그렇게 버티고 그렇게 지켜내야 합니다.
유연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키려 했던 것들을 오히려 다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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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스트레칭이
우리 몸을 유연하게 하고, 그게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 모른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딱딱한 생각 말고
우리가 굳어놓은 생각도 유연하게 만들어보아요.
분명 그것도 건강에 무진장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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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앉은 키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