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바람 May 23. 2016

[술과함께] ANGELS SHARE #1

처음 방문하는 Bar에서는 Rusty Nail로 시작

ANGELS SHARE 의 굳건한 문
Rusty Nail 의 흔적과 노트

추천을 받기도 했고 와야지 싶었던 바에 드디어 왔다. 따뜻한 타올을 받아 손을 녹이고 메뉴를 고른다. 고르다 고르다 그냥 메뉴를 다시 닫아둔다. Rusty Nail 을 그냥 주문한다. 여긴 오리지날 레시피에 Gold Rush 를 추가해 만든 이집만의 레시피. 시나몬 향이 살짝 가미되는 게 이것도 괜찮은 느낌이다. 어쨌건 이미 12시를 넘어가는 시간이라 집에 가려면 택시가 필요할 테다. 그러니 오늘은 적당히 마시고 적당히 취해서 돌아가도 좋지 않을까? 

펜을 하나 빌렸다. 사용하던 만년필의 잉크가 아주 적절히도 떨어져 버려 뭔가 마지막 안간힘을 짜내려 혀에 살짝 찍어도 보지만 요지부동.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여긴 바가 그리 크진 않지만 그리 복잡하지 않고, 가로로 길게 바만 늘어진 모습이 좋다. 고급스런 기물들과 그래 여유 여유다. 뭔가 책임감은 아니지만 다들 여유롭게. 얼음이 녹아간다. 커다란 얼음. 그러니까 On the Rock 의 Rock Ice 이다. 다음 잔은 뭘로 마시지? 이번에 SMWS 에서 구입 예정? 그러니까 내일 정오의 전투에 들어설 증류소의 위스키 중 하나가 있다면 그걸 먼저 한번 마셔보는 것도 좋은데. 일단, 33번 Ardbeg 은 됐고, 80번의 Glen Spey 께 있을까? 그냥 궁금하다. 뭔가...

Bar 의 전경

첫 잔을 Rusty Nail 로 시작해서 Gordon & Macphail Linkwood 15yo, Chateau du Breuil Calvados XO, Talisker Storm 으로 마무리. 일본의 클래식바를 참고로 해서 인테리어를 했다는데 입구의 굳건한 철제 문과 내부로 들어서서는 기다란 바가 인상 깊다. 작지도 그렇다고 너무 크지도 않은 사이즈의 바라 혼자 오거나 몇 명이서 함께와도 부담되지 않을 사이즈라는거? 작은 바 같은 경우 둘까지는 괜찮은데 셋 이상은 좀 힘든 분위기라...여긴 셋 혹은 그 이상이 와도 괜찮을 거 같다는 느낌. 그래도 모름지기 바에서라면 밀회의 느낌도 없잖아 있는 것이 혼자 혹은 둘이 좋지 않을까 싶다. 밀회이건 밀애이건 어쨌건 상관은 없다...난 거의 혼자니까... 거기다 맞이해서 나를 안내해주는 곳은 항상 바의 끝 마지막 자리. 혼자이기엔 딱인 자리인 거다.

이날 마셨던 것 중 Linkwood 15yo 는 내게 좀 약한 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 전날이었던가? 그 전전날이었던가? SMWS 39.83(Linkwood) 의 마지막을 비웠었는데...그 감동에 비해서 말이다. 기본적인 달콤함의 뉘앙스는 비슷할 수도 있지만 그 15yo 와 28yo 의 텍스쳐나 기타 디테일의 격차는 줄일 수 없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가성비라는 측면에서 15yo 는 실로 좋았지만...역시 맛이란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이날은 칼바도스의 추천이 마음에 가장 흡족했지 싶다. 샤또 뒤 브루이...XO...고급스럽고 은은한 사과향이 좋았다. 이런 걸 키핑 해서 마실 정도로 부유하지는 않기 때문에 샵에서 바틀로 사소 매일 밤 자기 전에 나이트캡으로 마시고 싶달까? 마지막으로 서비스로 탈리스커 스톰은 이름만큼이나 거칠게 스모키 한데, 마무리가 깔끔함.

아마 가성비가 꽤나 좋을 거 같은 게 No Age Statement 위스키라니. 얼마 전에 키핑해 놓은 보틀도 있고 하니 오늘이나 내일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 느낌.


매거진의 이전글 [술과함께] No Name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