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엔 맛집이 없다. 당연히 맛난 음식도 없다. 배식과 배급, 엽기 발랄한 괴식이 있을 뿐이다. 퍼석한 옥수수 빵을 갈라 딸기잼을 바르고 닭대가리를 갈아 넣은 것 같은, 얇고 찝찌름한 패티를 끼워 넣은 것이 햄버거다. 주말 특식이었는데 "군대리아"라고 불렀다. 하지만 난 이것을 유사 햄버거라고 불렀다. 당시엔 그다지 먹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엔 가끔 햄버거를 먹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딸기잼과 마요네즈, 찝찌름한 패티의 오묘한 맛 조합이 생각난다. 오묘하기는 군 식생활 중 가장 많이 제공받은 된장국도 빼놓을 수 없다. 멀건 된장국에 무, 양파, 두부를 최소한으로 썰어 넣고 끓인 건데 다시마나 멸치, 조개 육수 대신 수돗물을 쓰기 때문인지 쓴 맛이 났다. 선임들이 똥국이라고 불러서 더더욱 먹기 싫었다. 밥은 삽으로 섞고 씻어 찐밥이다. 스무 살 전후의 혈기왕성한 청년인우리는 아침 발기가 잦아들자, 찐밥에정력 감퇴제를 국방부 지시로 넣는 것이라고 쑥덕댔다. 조류독감이 돌아 닭값이 폭락하면 주야장천 닭고기가 나왔다. 닭튀김, 닭도리탕, 닭 미역국, 삼 없는 삼계탕...... 폐사한 닭을 헐값에 받아온다는 이상한 이야기가 돌았다. 돼지콜레라 확산 뉴스가 TV에 뜨면 돼지고기 반찬의 식판 출현 빈도가 평소보다 증가해서 이런 소문은 진실되게 들렸다. 유래 없는 대풍년으로 감귤값이 폭락하자 감귤소모작전이라는 전대미문의 공문이 하달되었고 매일 감귤 한 상자씩을 먹어치워야 했다. 어찌나 많이 먹었던지 얼굴과 손바닥이 샛노래졌다. 소변을 보고 나면 따끔거릴 정도였다면 믿을까. 그래. 맛집까지는 아니지만 사회의 맛은 PX에서 살 수 있다. 냉동만두나 너비아니 따위를 전자레인지에 녹여먹는 경험은 군대가 처음이었다. 굽거나 찌지 않고 비닐봉지 채로 냉기만 녹여 먹는 그것이 무슨 별미이겠는가 만은 그래도 그만하면 군 생활 중 괴식에서는 열외 시켜 줄 수 있다. 한 밤, 초코파이를 선임들 몰래 먹으려고, 캄캄한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공처럼 뭉친 초코파이를 한 입에 씹어 삼키다 꺽꺽 소리조차 내 손으로 틀어막던 건 추억일까, 악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