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대는 우울 씨의 1인 식탁

오늘의 메뉴: 시

by 우울

나무의 식사


짙푸른 숟가락 빈 하늘에 대고

헛손질만 하는

저 나무를 보라


나무는 안다

굶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잠은 자지 않더라도 끼니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굶는 것은 부끄러운 일

적나라한 빈 속을 들키는 것은 더 부끄러운 일


해서 나무는 물만 먹고도 산다

굶어 죽고도 뻣뻣이 서서 살아 있는 척 한다


나무가 먹는 순간을 본 적이 있는가

나무가 죽는 순간을 본 사람이 있는가


허나 어떻게 알았을까

먹는 입도 부끄럽다는 것을

물 한 모금 마시는 것조차 새삼스러워

땅 속 깊이 부끄러움을 묻어버릴 줄


나무는 안다

굶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잠은 자지 않더라도 끼니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빈 그릇일망정 수저를 달각거리며

밥 먹는 시늉이라도 내야 한다는 것을

물 한 모금이라도 마셔야 한다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두근대는 우울 씨의 1인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