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11

세계여행하면 힘들진 않아?

2019년 4월 27일


"나는 휴가로 일주일만 여행해도 힘들던데, 장기로 여행하면 힘들진 않아?"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여행은 낯선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적응하는 과정의 연속이란 점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체력이 소비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여행은, 특히 장기여행은 힘들다. 오늘의 여행지에서 내일의 여행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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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토리노에서는 1일 1젤라또도 하고, 스테파노가 알려준 현지인 핫 플레이스에 가서 점심도 먹고 Eataly에 가서 장도 봤다.


토리노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인 스테파노는 일이 힘들었다고 했다. 6년간 호텔에서 쉐프로 일할 때 하루 12잔씩 커피를 마시면서 3교대(아침, 점심, 저녁)로 일을 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좁은 주방에서 뜨거운 온도를 견뎌가며 쉼 없이 일하다 보니 허리와 손목에 통증이 왔다고 한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 밤새 뜬 눈으로 지새운 적도 많았다고. 친구와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일만 하는 일상을 살던 그는 결국 이렇게 계속하다가는 건강을 해치겠다 싶어 일을 그만두고 2년 전부터 에어비앤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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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가장 좋았던 건 우리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스테파노를 호스트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었다.


스테파노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도 여행을 떠나오기 전 일에 치여 살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퇴사하기 전 우리부부는 각자의 일에 만족하며 지냈지만 늘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야근과 회식이 적어 비교적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지만 우리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지냈다. 출근준비로 하루를 시작해 퇴근하고 저녁에 오면 밥 먹고 씻고 자기 바빴고, 주말에는 평일에 일하느라 지친 몸을 쉬게 하는데 대부분을 소비했다. 우리의 일주일은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평일), 회사에서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재충전하는 시간(주말)으로 나눠질 뿐이었다.


매일 여행을 하며 지내는 요즘, 내일의 잘 곳이 정해져 있지 않고, 내일의 여행지가 정해져 있지 않아 힘들 때도 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서른 초반의 시간을 하루하루 충실히 즐기고 있다. 우리의 시간을 '생산성'의 잣대가 아닌 '내 마음이 하고 싶은 것'의 잣대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우리의 의사결정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춰 이루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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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토리노에 오면 마셔봐야 한다는 Bi Cherin (초콜릿에 우유를 더한 음료) (중앙) 토리노의 중앙광장 (오른쪽) 거리에 알록달록한 색깔이 예뻣던 야채가게


그래서 누군가 여행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볼 때면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여행하면 힘들지만, 퇴사하기 전을 생각해보면 지금이 훨씬 더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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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의 맛은 역시 먹는 맛이다. Eataly에서 피자도 먹고, 1일 1젤라또도 하고, 숙소에서는 강아지들과 노는 평화로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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