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13

이탈리아 친퀘테레 (Cinque Terre), 다섯 마을을 여행하며

2019년 4월 29일


친퀘테레(Cinque Terre), 나는 왠지 모르게 이 이름이 좋았다. 친퀘테레는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특별히 멋진 사진이나 영상을 본 것은 아니었다. 뜻을 잘 모를 때는 '친 퀘테레'라고 발음하기도 했었는데 이 마저도 아름답게 들렸다. (친퀘테레는 다섯을 뜻하는 친퀘(Cinque)와 땅을 뜻하는 테레(Terre)가 모여 다섯 개의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다) 토리노에서 만난 스테파노와 프란체스카 아주머니도 친퀘테레는 정말 멋진 곳이라며 추천해주셔서 더욱 기대했던 곳이다.


친퀘테레 국립공원에서 기차로 30여분 정도 떨어진 Levanto에 있는 캠핑장에 짐을 푼 우리는 다음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친퀘테레로 향했다. 노동절 연휴를 맞아 많은 유럽인들이 휴가를 즐기고 있어 기차역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리오마조레(Riomaggiore)마을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마나롤라(Manarola), 코르닐리아(Corniglia), 베르나차(Vernazza) 그리고 몬테로소 알 마레(Monterosso al Mare)까지 다섯 마을들을 모두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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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캠핑장 앞 기차역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리오마조레(Riomaggiore)마을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가장 아름다웠던 마을은 두 번째로 방문한 마나롤라(Manarola)였다. 내가 상상하던 '친퀘테레'의 모습, 해안절벽을 따라 알록달록 지어진 집들과 그 앞에 넓게 펼쳐진 지중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해안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길에 잠시 앉아서 갓 튀긴 오징어튀김을 먹으며 바라보는 마나롤라의 광경은 아름다웠다.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와, 짙은 코발트색의 바다 그리고 파란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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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웠던 마을인 마나롤라(Manarola)

세 번째 마을이었던 코르닐리아를 가기 위해선 기차역에 내린 후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 길 위에서 이탈리아스러운 음악으로 걷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해주던 할아버지 연주가와 젊은 커플들의 연주도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들의 연주 덕분에 잠시 쉬어가며 뒤에 펼쳐진 아름다운 친퀘테레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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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계단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코르닐리아 마을. 계단 오르막 길 그늘에는 연주가들이 지친 관광객이 휴식할 수 있도록 멋드러진 음악을 연주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네 번째 마을인 베르나차였다. 네 번째 마을을 여행할 때 쯤에는 많이 걸어서 피곤하기도 했고, 다른 듯 비슷한 친퀘테레의 풍경에 조금 무뎌지고 있을 때였다. 기차역에 내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로 우리도 향했더니 조그만 동굴을 지나자 눈 앞에 바다가 펼쳐졌다. 우리는 바위에 걸터 앉아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30초만 담가도 발가락이 마비될 것 같았지만 차가운 바다에 발을 담그니 발의 피로도 파도와 함께 씻겨 나가는 듯 했다. 그렇게 우리는 마을관광은 제쳐두고 바닷물에서 발을 담갔다가 햇빛에 말리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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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마을인 베르나차, 코발트색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피로가 다 풀리는 듯 했다.


마지막 마을인 몬테로소 알 마레는 해변이 넓게 펼쳐진 마을이었지만 하루 종일 비슷한 풍경을 봐온 터라 큰 감흥이 있지는 않았다. 우리는 마을 관광은 포기한 채 해안가에 있는 피자집으로 들어가 포카치아(사각형 피자)와 라자냐 그리고 생맥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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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지였던 몬테로소 알 마레, 허기진 배를 달래러 포카치아 피자와 생맥주를 먹으니 노곤히 잠이 왔다.


하루에 다섯 마을이나 여행했으니 우리부부가 여행하는 속도보다 몇 배는 빠르게 마을을 여행한 셈이었다. 천천히 여행하기를 즐기지만 다섯 마을을 다 둘러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마을인 몬테로소에서는 마을 구경은 하지 않고 바로 음식점에 갈 정도로 지쳐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입을 모아 친퀘테레에서 가장 좋았던 것으로 '바닷물에 발 담그고 멍 때리던 시간'을 꼽았다.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같은 캠핑장에서 출발한 유럽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섯 마을이 아닌 한 두 마을을 여행하고, 마을과 마을 사이를 기차로 이동하지 않고 해안가를 걸으며 여행했다고 한다.


친퀘테레를 여행하며 가장 좋았던 것이 해변에 앉아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었지만, 그게 좋았던 이유는 우리가 다섯 마을을 다 둘러 보기 위해 열심히 걸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언제나 그렇듯, 여행에는 늘 정답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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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퀘테레 관광을 마치고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와 같은 캠핑장에 머물던 노부부는 우리처럼 다섯마을이 아닌 한 곳만 여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짝(?) 후회했다


친퀘테레 루트.jpg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여덟 번째 도시. 이탈리아 친퀘테레 (Cinque T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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