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26

바리의 런닝맨, 백수인 줄 알았더니 건물주?!

2019년 5월 12일


마이오리를 떠나 우리가 향한 곳은 이탈리아 동부의 항구도시 바리(Bari)였다. 여행지로는 조금 생소한 도시인 바리에 온 이유는 이곳에서 배를 타고 아드리아해를 건너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로 가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마지막 여행지인 바리의 숙소도 Airbnb를 이용했다. 체크인하는 날 이탈리아 전역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Airbnb 호스트인 Diran에게서 연락이 왔다. 체크인할 시간에 자신은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석해야 하기에 형이 대신 체크인을 도와줄 거라고 했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마라톤을 뛰다니 대단한 열정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비 오는 일요일 오후 세 시쯤 숙소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Diran의 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조롭게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갔더니 한쪽 벽면을 마라톤 메달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가 대단하다는 표정을 짓자 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Diran은 너무 자주 마라톤을 뛰어 하지만 누가 말리겠어"라는 반응을 보였다.  

  

Diran의 아파트는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의 잘 관리된 아파트였다. 거실에는 여러 미술작품과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거실 밖으로는 넓은 발코니가 있었는데 발코니에서는 바다와 해수욕장이 보였다. 아파트는 3층 건물의 가장 위층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3층 전체를 이 집만 사용하는 구조라 우리 방에도 넓은 발코니가 있고, 거실과 주인의 방에도 넓은 발코니가 있었다. 이렇게 바다가 바로 보이는 건물의 펜트하우스 구조로 된 집을 가지고 있는 Diran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깔끔한 장식장과 바다가 바로 보이는 베란다. 게스트룸에는 아기자기한 예술품까지

     

그날 저녁 우리가 거실에서 밥을 먹으려던 차에 Diran이 마라톤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만 먹기 조금 민망했던 터라 미역국과 쌀밥이었던 우리의 저녁을 혹시 같이 먹겠냐고 물었는데 그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 Diran은 40대 초반의 나이로 결혼은 하지 않은 듯 보였고(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몸은 탄탄해 보였다. 그는 일주일에 4번이나 하프마라톤(20km정도)를 뛴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일주일에 4번을 마라톤을 뛸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직업을 물어보지는 못했다. (다행히 Diran은 미역국과 밥을 싹싹 긁어먹었다.  


Diran과 함께 미역국을 나눠먹었으면서 우리는 그의 마라톤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거실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부터 Diran이 게임하는 소리였다. 백수부부인 우리에게도 부러운 백수처럼 보였던 Diran의 직업이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이 건물 전체가 이 친구 것이었다. 가장 위층엔 본인이 사는 방과 남는 방 하나를 에어비앤비로 운영하고, 밑에 층인 2층은 집 전체를 에어비앤비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 말고 또 다른 건물까지 총 4개의 Airbnb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이 친구가 어떻게 마라톤을 일주일에 네 번이나 뛸 수 있는지, 월요일 아침부터 게임을 즐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바리에서 지내는 동안 숙소에서 자주 밥을 해먹었지만, Diran은 여러 숙소를 운영하느라 바쁜지 숙소에서는 얼굴을 잘 보지 못했다. 체크아웃 하는 날 우리가 탈 배는 저녁 9시에 출발하는 페리라 집에 더 머물러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그날 체크인하는 게스트가 있어서 아쉽게도 방에서 쉴 수는 없지만 거실과 부엌에서 마음껏 쉬라며 배려해주었다. 그의 배려 덕분에 우리는 늦은 점심까지 숙소에서 차려먹고 짐을 보관해둔 채 마테라로 근교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역시 경제적으로 여유로우니 마음씨까지 착한걸까. 


베란다로 나가면 바베큐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고, 그 뒤로 바로 바다(이탈리아 동해안)이 보인다.

    

우리도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에어비앤비를 여러개 운영하며(시작은 하나부터!)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류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한다. 그때 누군가 우리의 삶을 보면서 저 친구들은 직업이 뭘까 궁금해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열세 번째 도시, 이탈리아 바리(Bari)


매거진의 이전글 [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2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