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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27

가장 저평가된 이탈리아 여행지에 가다

2019년 5월 13일


폴리냐노 아 마레(Polignano a Mare), 알베로벨로(Alberobello), 마테라(Matera)

    

우리가 바리에서 머무는 동안 여행한 도시들의 이름이다. 바리를 포함해 위의 도시들은 풀리아[Puglia] 주의 속해있다. 풀리아주는 이탈리아 지도를 위에서 봤을 때 부츠의 뒷굽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론니 플래닛은 이 도시들이 속해있는 풀리아주를 이탈리아에서 가장 저평가된 여행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오늘은 한국여행자들에게는 조금 낯선 이탈리아의 남동부에 있는 각기 다른 매력을 품은 세 도시를 다녀온 소감을 적어본다.


우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폴리냐노 아 마레였다. 바리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작은 해안 도시였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 휴양지라고 하는데 이곳이 유명해진 건 바로 해안절벽 사이에 있는 작은 해변 때문이다. 두 개의 돌출된 바위 사이로 움푹 들어간 곳에 있는 작은 해변은 주위의 절벽과 대조되며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녹색에 가까운 아드리아해의 바닷물과 하얀 모래사장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절벽까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한 도시였다. 사진을 찍느라 배가 고파진 우리는 주택가 골목에 있는 파스타 집을 찾아갔다. 토리노에 머물 때 쉐프로 일했던 스테파노가 만들어주었던 파스타가 기억이 나서 주문해서 먹었는데 맛이 너무 똑같았다.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와 삼겹살과 베이컨의 중간 맛인 구안찰래(Guanciale: 돼지 볼살)을 넣어 만든 까르보나라는 일품이었다.

아름다운 해안 절벽이 일품인 폴리냐노 아 마레(Polignano a Mare)

     

이탈리아 여행이 좋은 이유는 매일 맛있는 파스타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폴리냐노 아 마레에서 배를 채운 우리가 향한 곳은 알베로벨로였다. 아름다운(Bello) 나무(Albero)라는 뜻을 가진 이 마을은 일명 스머프 마을로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바로 트룰리라는 전통 집 때문이다. 얇고 긴 회색의 벽돌을 회반죽 없이 겹쳐서 원뿔 모양으로 쌓아 올린 트룰리는 이 지역의 전통양식인데 왜 이런 집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가장 유력한 설은 이곳에 살던 주민들이 가옥마다 부과되는 세금을 피하고자 회반죽 없이 벽돌을 쌓았다가 세금 징수인이 오면 지붕을 허물어 집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 이런 집을 지었다고 한다. 경작지를 만들기 위해 토지에 있던 돌조각을 제거하고 나서 사용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베로벨로의 트룰리는 정말 스머프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탓인지, 스머프 마을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이곳에는 단체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구경을 많이 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고유의 아름다움(트룰리)을 가지는 것 외에도 별명(스머프 마을)이 붙어야 관광지로도 성공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이라도 스머프가 나올 것만 같은 스머프마을 알베로벨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촬영지로 알려진 마테라를 가는 날에는 유독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날씨도 어두컴컴한데 도시 전체가 잿빛이라 어둡고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이곳 절벽에 동굴을 만들어 살았다고 한다. 이 높은 절벽들 사이에 어떻게 굴을 만들어 살았나 싶었다. 뷰 포인트에서 마테라의 모습을 구경한 뒤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을도 느낌이 스산하고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구시가지는 심지어 ZTL(Zona Traffico Limitato)라는 차량 출입 제한구역이 많아 우리는 구시자기 안을 구경하는 것을 포기하고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촬영지인 마테라(Matera), 가뜩이나 어두운 도시 분위기에 날씨까지 우중충해서 더욱 스산한 기분이 들었다.

  

유럽여행을 준비할 때 읽었던 책 '이지 유럽'에서 유럽의 히든 스팟이란 주제로 위의 세 도시를 이탈리아 남동부 '동화 속 마을들'이란 타이틀을 달아 소개했었다. 그때 책에서 본 사진과 우리가 방문한 도시들의 사진을 비교해보니 전문가의 사진은 정말 다르구나 싶다. (이런 사진 포인트가 어디에 있었나 싶기도 하다) 책에 나온 사진 한 장만 보고 이곳을 왔다면 실제로는 조금 덜한 색감 탓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마을의 역사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들,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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